(11)‘인니 미래에셋’ 신화는 현지화·디지털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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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에서 유행한 신조어 가운데 ‘주린이’나 ‘동학개미’가 있다. 주린이는 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것으로 초보 개인투자자를 지칭한다. 이런 단어가 탄생한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주식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만 발생한 건 아니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에도 주식 열풍이 불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개인투자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인구 2억7000만명의 동남아 대국 인도네시아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린 증권회사가 바로 미래에셋 인도네시아(PT Mirae Asset Sekuritas Indonesia)다.

미래에셋 인도네시아가 제작한 개인투자자를 위한 주식 만화 / 고영경 제공

미래에셋 인도네시아가 제작한 개인투자자를 위한 주식 만화 / 고영경 제공

미래에셋은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점유율 11.4%를 차지하면서 최대 증권사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미래에셋 인도네시아가 거둔 성과는 대단히 고무적이다. 한국 금융업계 해외 진출은 대체로 은행 중심의 지점이나 법인 설립에 국한돼 있었고,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투자업계에서 증권회사가 해외에서 시장 1등을 차지한 사례는 미래에셋 인도네시아가 유일하다.

인도네시아 자본시장은 100여개가 넘는 증권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외국계 혹은 한국계 금융회사가 결코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 실제로 2021년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을 제외한 한국계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점유율 순위 기준 25위권 밖에 있다. 2013년 인도네시아에 첫발을 내디딘 미래에셋은 진출 10년이 채 안 된 상황에서 그 경쟁을 뚫고 최고 증권사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어떻게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이루게 됐을까? 답은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블루오션 공략, 그리고 디지털 전환에 있다.

현지화, 그리고 디지털 전환

미래에셋은 현지 증권사인 ‘eTrading Securities’를 인수하며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에는 KDB대우증권으로 진출했으며, 2016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으로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처음 목표는 현지 시장에 침투해 현지 고객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은행의 경우 한국 기업과 교민 대상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겠지만, 증권 및 투자업은 현지 기관과 개인 고객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쟁사들이 대체로 기관영업에 집중하고 있어 미래에셋은 오히려 소매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총 거래대금 기준으로 보면 개인고객의 거래 비중은 작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장할 여력이 많이 있고 경쟁자가 적은 블루오션이라 본 것이다. 미래에셋은 한국인 법인장과 경영진이 전체 지점을 돌며 마케팅을 적극 지원했고, 실제 에쿼티와 리테일 세일즈는 현지인이 전담해 맞춤형 영업을 하도록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업점의 교육장소 활용이다. 직원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사례로 주말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교육을 시행해 큰 인기를 끌었다. 다른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투자교육을 소홀히 할 때 미래에셋은 적극적으로 투자교육을 실시해 개인투자자들의 파트너로 성장했다.

미래에셋의 현지화 강점은 리서치와 금융상품에서도 드러난다. 모든 증권사는 분석보고서를 내놓고 금융상품을 판매하지만, 경험이 적거나 금융교육을 받지 않은 개인이 알아보기는 상당히 힘들고 어렵다. 미래에셋은 고객 눈높이와 성향에 따라 맞춤 리서치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했다. 간접투자를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가입할 수 있는 펀드몰도 미래에셋이 처음 론칭했다.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는 서비스, 당연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 인도네시아 투자대회 포스터 / 고영경 제공

미래에셋 인도네시아 투자대회 포스터 / 고영경 제공

현지화 전략이 고객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인재 채용과 인사관리는 해외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숙제다. 유능한 핵심인력들이 들어오고 싶고, 함께 성과를 이루고 싶은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무슬림이 절대다수인 인도네시아의 문화에 대한 존중, 직원들이 충분히 미래 커리어를 그려볼 수 있는 열린 기회, 한국인 경영진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미래에셋이 영업실적뿐만 아니라 리서치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현지인 인재들과 한국 경영자의 리더십의 조화로운 결합이다.

현지 인재들과 경영진의 조화

미래에셋이 인도네시아에서 주목을 받은 이유는 혁신적인 디지털 서비스라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증권업계 최초로 홈트레이딩 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MTS)을 도입한 회사가 미래에셋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소셜미디어를 주식 만화와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인도네시아 증권사 가운데 디지털 스튜디오를 처음 연 곳도 미래에셋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밀레니얼 세대가 주식투자에 뛰어들면서 가장 먼저 미래에셋 HTS를 찾는 것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이 생명이다. 개인고객 유치전에서의 승리만으로 시장에서 안주할 수는 없다. 미래에셋은 기업금융에 해당하는 투자은행 부문과 자기자본투자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아세안 유니콘 그랩(Grab)과 부칼라팍(Bukalapak), 해피프레시(HappyFresh), 핀테크 크레디보(Kredivo) 등 다양한 테크기반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와 투자유치를 진행했다. 그중 크레디보는 스펙(SPAC) 상장이 결정됐다.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유니콘 부칼라팍은 2021년 8월 주식시장 상장이 예정돼 있다.

미래에셋은 이미 통신타워 제조업체 LCK와 콘크리트 업체 베르카 베톤 사다야, PC 제조업체 자이렉스 등 여러 현지기업의 기업공개 주관사로 명성을 쌓았다. 과거 인도네시아에서 기업금융과 기업공개(IPO)의 주관사는 주로 외국계 증권사들이 독차지했으나 이제는 미래에셋이 그 시장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해외시장 다변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미래에셋 인도네시아는 현지화와 디지털 전략을 통해 어떻게 시장을 리딩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인도네시아 자본시장은 아직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 미래에셋 인도네시아가 앞으로 보여줄 미래가 기대된다.

<고영경 선웨이대 비즈니스스쿨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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