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앞날 달린 상원 결선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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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 2명을 뽑는 결선투표가 1월 5일 열린다. 이 선거는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2명을 뽑는 미니 선거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로 판가름 난 대선 2라운드로 불릴 정도로 의미가 크다. 1월 20일 바이든 당선자의 취임과 함께 여당 등극을 앞둔 민주당이 상원까지 차지하느냐, 야당이 되는 공화당 차지가 되느냐가 이 선거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백악관과 하원을 장악했지만, 상원 다수당을 공화당에 내줄 경우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취임 초기 바이든 행정부의 순항 여부가 이 선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퇴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선 상원까지 내줄 경우 지난 4년간 쌓은 업적을 지키기 어려울 뿐더러 국정 견제 능력도 상실한다.

미국 조지아주 유권자들이 2020년 12월 2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하고 있다. / 애틀랜타|EPA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유권자들이 2020년 12월 2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하고 있다. / 애틀랜타|EPA연합뉴스

임기 6년인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선거가 돌아온 3분의 1에 더해 공석이 된 35석을 두고 치러진 2020년 11월 상원의원 선거는 절묘한 결과를 남겼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탈환한 민주당은 이 선거에서 상원까지 석권을 노렸지만 일단 실패했다.

조지아에 쏠린 눈

민주당 차지였던 12자리가 선거를 치렀고, 공화당 차지였던 자리가 23자리였다. 현재 상원 의석수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민주당 성향 무소속 2석이므로 민주당으로선 4자리만 뺏어오면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1석을 공화당에 내줬고, 2석을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1석밖에 추가하지 못한 것이다. 이로써 1월 6일 출범하는 117대 연방의회 상원 의석은 공화당 50석, 민주당 48석이 됐다.

2석이 걸린 조지아는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2석 모두 과반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아 주법에 따라 결선투표에 넘겨졌다. 민주당이 결선투표에서 2석 모두 이긴다면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원 의석수가 50 대 50으로 같아진다. 하지만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당연직으로 맡는다. 양당의 의석수가 같을 경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가 의장을 맡게 돼 민주당이 주도권을 쥔다. 반대로 공화당은 2석 가운데 1석만 이겨도 상원을 장악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조지아는 공화당 우세 지역이다. 2000년 이후 조지아에서 민주당 후보가 상원의원에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민주당 후보가 주지사 등 주의 선출직에 당선된 경우도 2006년 이후 없다.

이번은 분위기가 다르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번 대선에서 애틀랜타 등 대도시 유권자 지지에 힘입어 49.5%를 득표했다. 49.3%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을 1만2000여표 차로 앞질렀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조지아에서 이긴 경우는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었다.

미국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 2명에게 도전장을 던진 민주당 존 오소프(오른쪽)·라파엘 워녹 후보 / 스톤크레스트|EPA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 2명에게 도전장을 던진 민주당 존 오소프(오른쪽)·라파엘 워녹 후보 / 스톤크레스트|EPA연합뉴스

현역인 공화당 데이비드 퍼듀 의원은 지난봄 코로나19로 미국 증시가 폭락하기 전 보유 주식을 내다 판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사업가 출신인 켈리 레플러 의원은 2019년 말 사퇴한 조지 아이작슨 상원의원 후임으로 지명돼 잔여 임기를 채웠지만, 극우 음모론을 마다하지 않는 등 철저히 트럼프 대통령의 ‘코드’에 맞췄다. 이에 맞선 민주당 존 오소프 후보는 2020년 7월 작고한 전설적인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 존 루이스 하원의원 인턴으로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명문 조지타운대를 나온 엘리트이자 국제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제작자이기도 한 그는 33세로 당선되면 최근 40년 사이 최연소 상원의원이 된다. 흑인 목사인 라파엘 워녹 후보는 의료보험 확대, 투표권 보장 등 시민사회 활동에 투신했다가 정계 진출을 노리는 케이스다.

미국 선거에서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는 지지율과 선거자금, 투표율 등이다. 여론조사에서 양당 후보들은 초박빙 양상이다. 정치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집계한 여론조사 평균을 보면 오소프는 49.3%, 퍼듀는 48.5%다. 워녹은 49.8%, 레플러는 48.0%다. 민주당 후보들이 근소하게 앞서고는 있지만, 오차범위 내여서 통계적으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이다.

달아오른 대선 2라운드

선거자금 모금액은 민주당 후보들이 훌쩍 앞섰다. 오소프 후보는 지난 두 달간 1억670만달러(약 1161억5300만원)를 모금해 상원의원 선거 역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워녹 후보 역시 1억340만달러를 모금했다. 공화당 두 후보가 모은 자금은 총 1억7100만달러였다. 선거자금에 여유가 있을수록 주요 선거운동 수단인 텔레비전 광고를 많이 할 수 있다.

투표 열기도 뜨겁다. 233만여명이 사전투표에 참가했다. 2008년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투표 총투표수를 이미 넘어섰다. 한국에서 재보선 투표율이 일반 선거보다 낮듯이 미국에서도 재보선이나 결선투표는 일반 선거보다 투표율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선거는 지난 11월 대선 사전투표 추세와 비슷할 정도로 높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와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 등 신·구 권력이 총출동해 유권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투표일인 1월 5일은 공교롭게도 연방의회가 각주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보고받고 최종 승자를 승인하는 회의를 열기 하루 전이다. 차기 미 상원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된 다음 바이든 당선자가 46대 대통령으로 최종 확정되는 것이다. 의회 사정에 밝은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민주당 관계자들은 공화당이 강한 조지아에서 2석 모두 승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면서도 이번엔 다를지 모른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는 하원이든 상원이든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는 승자독식 구조다. 상원은 법률 및 예산 심의·의결권뿐 아니라 장·차관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직 및 연방판사에 대한 인준 권한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내주기는 했지만, 상원을 계속 장악함으로써 국정 장악을 위한 최소한의 지렛대를 쥘 수 있었다. 만약 민주당이 상원 장악에 실패한다면 바이든 당선자는 새 행정부 고위직 인준 과정에서 깐깐한 인사검증을 각오해야 한다. 공화당은 상원을 장악할 경우 코로나19 대응 및 경제활성화, 기후변화 대응, 인종 정의 확립 등 바이든 당선자가 내세운 주요 국정과제에 대해서도 검증과 견제를 벼르고 있다. 미 대선에 쏠렸던 시선이 조지아에 다시 쏠린 이유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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