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도 지난 2월부터 전국 휴교령을 내렸고, 식당과 카페들은 배달과 포장 판매만 허용됐다. 기업들은 전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의료체계가 열악한 베트남에 살고 있는 나는 최소한 한 달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버틸 수 있게 식량을 비축했다.

지난 3월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 호치민시에 입국한 외국인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이송되고 있다. / 유영국 제공
하지만 베트남에서 혼란은 전혀 없었다. 국가 전체가 봉쇄되자 처음에는 다들 마트에서 평소보다 물건을 더 구매했지만, 베트남 정부는 곧 유통 질서를 바로잡아갔다. 매점매석하는 판매자들을 집중 단속하고 전 국민에게 생필품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시켜줬다. 특히 마스크 가격을 올려서 판매하는 상점과 약국은 단속현장에서 영업취소 명령을 내리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화장지를 서로 차지하겠다며 싸우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식당과 카페에서는 배송 기사들을 위해 무료로 마스크를 배포했다. 이를 서로 가져가겠다고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건물주의 고통 분담은 당연한 일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는 지인들끼리는 “한국인이어서 천운이고, 베트남에서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9월 19일 현재 베트남 코로나19 확진자는 1068명으로 한국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확진자가 적은 나라 중 하나다. 약 9734만명의 인구를 감안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제대로 검사를 하지 않은 엉터리 숫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 역시도, 내 주변 베트남인들조차 처음에는 베트남 정부가 발표하는 확진자 수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방역 조치를 보고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베트남 시민의 적극적인 방역 참여 의지가 더해져 확신할 수 있었다.
감염 의심자가 발생하면 머물렀던 건물 전체를 봉쇄하고 감염 의심자의 실명, 국적, 나이, 최근 동선 모두를 스마트폰을 통해 공개했다. 해당 동선에서 접촉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코로나 감염 여부를 검사받게 했다. 시민도 숨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았다. 시민의 검사비와 확진 시 발생하는 진료비 전부를 국가가 무상으로 부담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사업에 악영향을 받았다며 베트남인 건물주나 집주인으로부터 임대료 30~50%를 감면받은 한국인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큰 미담으로 소개하는 건물주들의 고통 분담이 여기에서는 흔한 일이라 기삿거리도 안 된다.
한 달 전 다낭에서 99일 만에 확진자들이 나와 베트남 사회 전체가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지금은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휴교령이 끝나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가고 있다. 박물관·공연장도 문을 열었다. 식당과 카페의 옥내영업도 재개됐다. 영화관도 정상영업을 하고 있어 얼마 전에는 베트남 CGV에서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봤다.
다행히 한국교민 중에서는 아직 확진자가 나왔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다만 한국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것은 답답하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나갈 수는 있지만, 들어오기는 어렵다. 베트남으로 입국하려면 특별입국허가를 받아야 하고, 2주간 지정호텔에서 격리를 해야 한다. 베트남처럼 코로나19가 비교적 안정된 곳은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이다. 반면 인도네시아(약 24만명), 싱가포르(약 5만명)는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 동남아 내에서 지역별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베트남 호치민/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