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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국가보안법 제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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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장이 말하는 홍콩 사회 전망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범죄인인도개정법안(송환법)을 막아낸 홍콩 시민은 국가보안법 철회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장정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장(중어중국학과 교수)에게 홍콩 국가보안법의 의미와 전망을 들었다. 인터뷰는 e메일과 전화로 이뤄졌다.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왜 지금인가.

“2003년 7월에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를 위한 시위행진이 있었다. 홍콩 시민 50만 명이 참여했는데 중국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시위였다. 시위를 통해 홍콩 시민은 법 제정을 막아냈다. 2003년 시위는 홍콩 시민사회를 형성한 중요한 사건이자 ‘성공’ 사례로 남았다. 시위를 계기로 홍콩 시민사회는 네트워크와 조직을 갖추게 됐다. 반면 중국 정부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홍콩에 좀 더 강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중국 정부와 홍콩의 친정부파 의원들은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추진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에 지난해 송환법 이슈가 터졌다. 중국 정부는 다시 한 번 홍콩 통제의 필요성을 체감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법 제정을 결정하는, 예상치 못한 방법까지 동원한 이유다.

-이런 방식으로 법 제정이 가능한가.

“국가안전(보안) 관련 법은 홍콩이 자체 입법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홍콩 기본법 제23조에 명시돼 있다. 홍콩이 자체적으로 홍콩 의회를 통해 입법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다른 법 조항을 내세워 국가보안법을 추진한다. 기본법 제18조다. 기본법 제18조에 따르면 부칙3을 제외하고는 중국 전국의 성(省) 법률을 홍콩에 적용하지 않게 돼 있다. 달리 말하면 부칙3에 있는 중앙정부의 ‘전국성 법률’은 홍콩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기본법 제18조 3항은 ‘전인대 상무위가 부칙3의 법률을 증감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중국 정부는 전인대가 부칙3에 법률조항을 추가하기로 결정하고 상무위가 제정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 정부 말대로 법적 문제는 없는 건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중국이 근거로 내세운 기본법 제18조 3항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부칙3에 포함되는 법률은 국방, 외교, 그리고 홍콩 자치범위가 아닌 법률에 한한다’는 이 조항을 근거로 홍콩변호사협회를 비롯한 상당수 법학자는 중국 정부의 방식이 기본법 위반이라고 본다. ‘중국 전인대가 제정하는 방식은 매우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되는데 이번 국가보안법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콩 시민은 사실상 일국양제가 끝났다고 말한다.

“이번 보안법은 중국 국가 기관이나 지방 정부, 홍콩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테러활동’ 처벌도 가능하다. 정부는 그간 홍콩 시위대의 행동을 ‘테러활동’으로 규정해왔다. 비판 통로를 봉쇄한 셈인데 홍콩 시민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보안법이 시행되면 중국의 국가안전 관련 기관들이 홍콩에 직접 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 법 집행도 가능하다. 홍콩 반환 후 홍콩에 보장된 ‘고도 자치’의 핵심은 홍콩이 최종 심판권을 가진다는 데 있다. 그런데 중국 기관이 홍콩에 기구를 설치하고 법을 집행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 본토의 법체계를 홍콩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본토의 체계가 홍콩의 법체계와 인권 기준과 충돌할 수도 있다. 두 체계가 부딪쳤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답을 하지 않는다.”

-이미 중국은 홍콩에 대한 통제 수위를 높여오지 않았나.

“2014년 우산운동 이후 홍콩에 대한 ‘통제’ 흐름은 전방위적으로 이어져 왔다. 2016년에는 의회 의원선서를 조금 다른 형식으로 했다는 이유로, 선거에서 선출된 의원 6명의 자격이 박탈된 일이 있었다. 이미 선출된 의원의 자격을 박탈한 것은 처음이다. 선거 후보자에 대한 사상검증도 정도가 심해졌다. 홍콩 독립에 대한 생각을 밝히도록 요구하고 원하는 수준의 답변을 하지 않으면 후보 자격도 주지 않는다.”

-앞으로 홍콩 시위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홍콩 시민이 최근 1년 시위과정에서 많은 일을 겪으면서 중국에 대한 반감과 분노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이런 반발심은 특히 홍콩 청년층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체포 위험도 감수하면서 계속 시위에 나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작년처럼 200만 명이 나오기는 불가능하다. 이미 대규모 체포와 기소·수감 위험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수백만 명 규모의 집회는 더 이상 어려울 것이다. 나오려는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집회·시위 현장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작년처럼 가족 단위, 노인과 아이들이 많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홍콩 시민운동도 동력을 잃는 것 아닌가.

“홍콩에는 꼭 중국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영국 식민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전 관념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주민들과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도 있다. 지역 자치와 자결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가겠다는 취지의 시민운동이다. 지난 몇 년간 축적된 지역 커뮤니티의 경험은 ‘민간의 힘’을 만들어냈고, 지난해 시위부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주지역 길거리에 포스트잇과 포스터를 붙이며 지역 주민들에게 시위를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운동이 꼭 ‘중심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정부 건물을 포위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 이웃에서 평생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인식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비록 주류는 아니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사람들 사이에서는 ‘중국과 홍콩의 관계와 같은 거시적 정치를 내 손으로 바꾸기 어렵다면 일상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 나가자’는 인식이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에 정부 통제가 강화되고 보안법까지 추진되면서 이런 일상적 운동은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홍콩은 국제도시다. 홍콩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국가와 사회와도 관련이 있다는 의미다. 홍콩인은 지금도 결코 완전한 자유나 민주를 누리지 못하지만, 현재 누리고 있는 정도의 자유나 민주·인권도 침해를 받는다면, 그것은 다른 사회에서도 언제든지 자유와 민주·인권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침해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시민은 서로 무관하다 여기지 말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홍콩의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만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어떤 나라에서든 시민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보안법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 보안법의 역사와 문제점에 대해서도 다시 성찰해보고 국가와 시민, 보안과 인권의 관계에 대해 토론하자고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과 홍콩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사회의 시민이 함께 논의하는 중요한 장(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게릴라식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장정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장(중어중국학과 교수)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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