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산불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다. 브라질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농민·목장주의 삼림 파괴를 용인하고 적극적으로 조장한 것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라고 입을 모은다.
8월 19일(현지시간) 오후 남미에서 가장 큰 도시인 브라질 상파울루의 하늘이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아마존에 발생한 화재 때문이었다. 아마존 열대우림이 불타면서 생긴 연기가 2700㎞ 떨어진 상파울루까지 날아온 것이다. 오후 2시부터 3시30분 사이에는 연기로 인해 도심 일부가 정전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사진을 올려 상파울루를 영화 <배트맨>의 고담시와 <반지의 제왕>의 모르도르에 비유하기도 했다.
농민과 목장주, 벌목꾼 등이 불 질러
지구 산소의 20%를 생산하고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를 흡수하는 ‘세계의 허파’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 지난 7월 말 발생한 아마존 화재가 3주째 지속되면서 브라질 정부가 군병력 4만4000여명과 군용기를 투입해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CNN은 8월 27일 “아마존에서 1분마다 축구장 1.5배 넓이의 삼림이 불타서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화재의 영향으로 지역 주민 가운데 호흡기 질환 환자 수도 평소보다 2배로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마존 산불사태는 철저한 ‘인재’다. 아마존에서는 자연발생적인 화재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불은 농사와 목축을 위한 땅을 확보하려는 농민들과 목장주들, 벌목꾼들 등이 불법적으로 불을 지르면서 발생했다. 브라질 연방검찰은 브라질 북부 파라주 농민 일부가 8월 10일을 ‘불의 날’로 삼아 숲에 불을 질렀다는 현지 언론 보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숲이 건조해진 탓에 불길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추정된다.
농민과 목장주가 농지와 목초지를 확보하려는 배경에는 쇠고기와 콩에 대한 국제적 수요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 브라질은 전세계 쇠고기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 국가다. 브라질 쇠고기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량은 164만톤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브라질 쇠고기 산업은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쇠고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성장했다. 지난해 중국과 홍콩은 전세계 쇠고기 소비의 44%를 차지했다. 최근 타결된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유럽이 브라질의 쇠고기에 부과하던 관세 20%가 사라지면 쇠고기 수출량은 더욱 증가할 예정이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AFP통신에 “아마존에서 파괴된 삼림의 65% 이상이 소를 사육하기 위한 목초지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CNN은 “지구의 허파를 구하고 싶다면 고기를 적게 먹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콩 8330만톤을 수출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22.2% 증가한 수치다. 브라질 콩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지난해 브라질의 대중국 콩 수출은 2017년보다 30% 증가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콩 수입처를 미국에서 브라질로 바꿨기 때문이다.
아마존 산불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자 사태를 악화시킨 결정적 책임자로 지목되는 것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다. 브라질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농민·목장주의 삼림 파괴를 용인하고 적극적으로 조장한 것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좌파노동자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한 후 각종 환경규제의 빗장을 풀고 개발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그는 환경보호구역 지정 해제, 국립공원 민영화, 아마존강 수력발전소와 다리 건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립원주민보호재단을 사실상 해체하고 권한을 농업부로 이관하기도 했다. 8월 7일에는 국립우주개발연구소(INPE) 소장을 해고했다. INPE가 7월 아마존 산불 발생 횟수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78%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게 빌미가 됐다. 보우소나루는 “자신의 조국에 기여하고 브라질 기업을 걱정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해당 발표가 브라질의 국제적 명성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국제 환경운동의 세계적 악당
외신들은 이 같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반환경 정책이 농민·목장주의 삼림 파괴행위를 보다 대담하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브라질 환경·재생가능 천연자원 연구소(Ibama)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8월 19일까지 아마존에서 발생한 산불은 7만28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늘었다. 반면 아마존 환경훼손 행위에 대한 벌금은 지난해보다 29.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가 아마존을 걱정하고 있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거듭되는 막말로 브라질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주권침해’ 행위로 규정했다. 아마존 산불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설전을 벌였다. 그는 8월 25일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부인 미셸의 나이·외모 차이를 희화화한 페이스북 게시물에 “그 사람을 모욕하지 마세요. 하하하”라는 댓글을 달아 ‘성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내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면서 “브라질 여성들은 자국 대통령이 수치스러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의 감정 싸움 때문에 국제사회의 도움도 거절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8월 26일 아마존 산불 진화에 2000만 달러(약 242억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비서실장을 통해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도 피하지 못했으면서 우리나라를 가르치려 드는 의도가 뭐냐”고 받아쳤다. CNN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기자들이 이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자 “내가 정말 그랬나”라면서 “마크롱이 나에 대한 모욕을 철회하지 않으면 지원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비판여론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보우소나루는 8월 27일 트위터에 “브라질은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세계 모범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썼다. 기후변화를 부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보우소나루는 아마존 화재 진화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허핑턴포스트’는 “미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실패하고 있지만 아마존의 급속한 파괴는 보우소나루를 국제 환경운동의 세계적 악당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8월 27일 “보우소나루가 환경운동가들은 꿈도 꾸지 못한 거대한 스포트라이트를 아마존에 비추고 있다”며 비꼬았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