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연정 구성 실패, 중동 평화안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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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거취가 불안정해지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계획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5월 30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유례없이 한 해에 두 번 총선을 치르게 된 상황에 처한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중동평화계획’을 논의했다. /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5월 30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유례없이 한 해에 두 번 총선을 치르게 된 상황에 처한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중동평화계획’을 논의했다. /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한 해에 두 번 총선을 치르게 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70)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탓이다. 초정통파 유대교도 ‘하레디’에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문제를 두고 불거진 파트너 정당 간 갈등이 네타냐후 총리의 발목을 잡았다. 이스라엘에서 연정 구성권을 부여받은 총리 후보자가 의회 과반 세력 확보에 실패한 것은 1948년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총리 개인이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았을 뿐 아니라 미국의 중동 평화정책도 난항에 빠졌다.

“하레디도 군복무” 외친 극우정당 이탈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구성 최종 마감시한인 지난 5월 29일까지 연정을 구성하지 못했다. 이튿날인 30일 오전 의회는 74대 45로 의회 해산 및 새 총선 실시안을 통과시켰다. 재선거는 오는 9월 17일 치러진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61)이 이끄는 극우정당 ‘이스라엘은 우리의 집’이었다. 이들은 하레디라 할지라도 일정 비율은 병역의무를 지도록 반드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정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5석을 얻었다. 35석을 얻은 집권 리쿠드당은 이 당을 비롯해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토라유대주의연합·샤스(각 8석), 극우 우파연합(5석), 중도우파 쿨라누(4석) 등과 함께 총 65석의 우파연정을 꾸릴 것으로 전망됐다. 120석 가운데 과반(61석)을 확보해 연정을 꾸리려면 ‘이스라엘은 우리의 집’의 5석이 꼭 필요했다.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 병역의무를 지지만 유대학교 ‘예시바’에 다니는 하레디는 예외다. 이들은 평생 율법 공부에 전념하며 대부분 직업을 갖지 않고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한다. 이스라엘 건국 초기 이들은 세속국가를 지지한 대가로 다양한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하레디 인구가 늘고 병역자원이 부족해지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2017년 이스라엘 대법원은 하레디의 군 면제를 허용한 법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이후 집권연정은 법 개정을 추진해왔지만 세속주의 정당과 초정통파 정당 간 갈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시한을 3일 앞두고 토라유대주의연합·샤스와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 쿼터제에는 동의하되 법을 개정하지 않고 정부가 그 비율을 정하기로 절충한 것이다.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꼼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새 선거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리쿠드당도 의회 해산안 제출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스라엘군이 6월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점령 골란고원에서 메르카바 탱크들을 몰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6월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점령 골란고원에서 메르카바 탱크들을 몰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 AFP연합뉴스

다만 양측이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지만 결국 연정이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현실은 ‘재선거’로 결론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 표결 직후 “나는 쓸데없는 선거를 치르지 않으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리에베르만 전 장관이 비현실적인 요구를 고수해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현지 언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정부 구성권을 다른 정당에 넘겨주지 않으려고 새 선거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재선거가 치러지고 리쿠드당이 다시 승리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는 리더십에 타격을 받게 됐다. 게다가 그는 각종 부패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지난 2월 이스라엘 검찰은 3건의 부패혐의로 네타냐후 총리를 기소할 방침임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에게 소추면책특권을 부여하고 대법원 권한을 약화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야당 반대에 가로막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인 아넌 밀천과 호주 사업가 제임스 패커 등으로부터 샴페인과 시가 등 100만 세켈(약 3억20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고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통신업체 베제크에 유리한 규제를 추진하는 대가로 돈을 받고, 베제크 소속 언론사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보도를 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또 다른 혐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내는 대신 경쟁지 발행부수를 줄이려고 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검찰이 좌파와 반대파의 압력을 받아 정치적 마녀 사냥을 벌이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부패 혐의’ 총리의 앞날은

그의 거취가 불안정해지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계획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백악관은 오는 6월 25~26일 바레인에서 ‘경제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국제 콘퍼런스를 연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가 설계한 중동 평화안 중 경제분야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 구성 실패로 중동 평화안의 정치분야 발표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은 9월 이스라엘 선거 이후까지 국경, 안보, 예루살렘 지위 등과 같은 정치분야 평화안 발표를 연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동 평화안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운명을 되살리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사무총장 겸 평화협상 대표인 사에브 에레카트도 평화협상이 “다음 세기의 거래가 될 것”이라며 냉소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이슬람권 국가들이 트럼프 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과 대이란 공동대응 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됐던 사우디가 미국의 중동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위한 지원사격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30일 예루살렘을 방문한 쿠슈너 선임고문에게 이스라엘 지도를 들려 보냈다. 골란고원이 이스라엘 영토로 표시된 부분에 ‘나이스’라고 적고 친필 서명까지 남겼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지만 국제법상 시리아 영토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처음으로 동시에 선거운동을 벌이게 된 두 정상은 모두 가짜뉴스에 격노하고 소수민족·이민자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등 자신들 주변의 모든 것을 경고할 것”이라며 “두 사람의 공통된 좌우명은 ‘지금 거짓말하고 나중에 걱정하자’다”라고 지적했다.

<노도현 국제부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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