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는 트럼프, 공화당 텃밭이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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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선 공약 1호였던 트럼프케어가 흔들리면서 조지아의 친공화당 유권자들도 불만이 쌓였다. 몇몇 공화당 후보들은 현직 대통령 이름을 앞세우는 것을 불안해했고, 선거 기간 내내 수세적인 위치에 몰렸던 공화당은 결국 1차투표에서 참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29일(현지시간)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의 지지율은 여전히 낮다. 4월 19일 갤럽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3%에 그쳤다. 지난 3월 말 35%라는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그나마 반등한 수치다.

미국 의회 전문지 <더힐>은 20일 “트럼프가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이전까지 취임 첫 4개월 최저 지지율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55%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각각 지지율 63%, 62%를 기록했다. 트럼프보다 20%포인트가량 높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57%의 지지율을 얻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케어 관련 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케어 관련 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38년 전통 강세지역 선거에서 패배

민심 이반은 최근 잇따른 선거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1일 열린 캔자스주 4구역 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론 에스티스는 민주당 제임스 톰슨에게 53% 대 46%로 간신히 이겼다. 지난해 선거때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폼페오 당시 현직의원이 출마해 30%포인트 차이로 압승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캔자스주 4구역 선거 다음날인 12일 트럼프는 트위터에 “론 에스티스가 캔자스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썼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공화당의 ‘위대한 승리’로 부르는 이는 아마도 트럼프가 유일할 것이다. 선거 결과는 체면만 잔뜩 구긴 ‘상처뿐인 영광’에 오히려 가까웠다.

지난 18일 열린 조지아주 6구역 하원 보궐선거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30세 젊은 정치인 존 오소프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 48.3%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득표율 19.7%로 2위를 차지한 공화당 캐런 핸들보다 2배 넘게 표를 얻었다. 오소프가 근소한 차이로 과반 득표에 실패해 6월 결선에서 최종 승자가 가려지게 됐지만 정치경력이 짧고 그리 유명하지도 않은 신예 정치인이 1차투표에서 이겼다는 것 자체가 이변이다.

조지아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이다. 2010년 이후 민주당은 조지아주에서 한 번도 하원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선거가 치러진 6구역은 특히 공화당세가 강하다. 거물 정치인 뉴트 깅리치가 1979년부터 1999년까지 20년간 이곳을 지역구로 하원의원 생활을 했다. 공화당은 깅리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무려 38년간 조지아 6구역 하원의원 자리를 독식했다.

18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에도 민주당 후보는 오소프를 포함해 5명에 불과했다. 무소속 후보 2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11명의 후보가 공화당이었다. 이 11명이 오소프 하나를 당해내지 못한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오소프는 ‘트럼프를 화나게 하라(Make Trump Furious)’를 선거구호로 내걸었다. 트럼프 시대에 지친 유권자들이 열광했다. 조지아주를 넘어 전국 각지에서 소액 기부가 이어졌다. 오소프가 지난 1월 출마선언한 이후 석 달 동안 전국에서 모은 후원금만 830만 달러. 공화당 후보 중 후원금을 가장 많이 모은 댄 무디보다 4배나 많았다. 트럼프에 대한 불만과 분노로 막 정치에 눈뜬 젊은이들이 오소프 선거캠프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파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완고한 지역 유권자들을 가가호호 방문했고, 오소프 지지를 호소하는 엽서를 돌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조지아주 6구역처럼 특정 정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 흔들리고 있다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존 오소프 민주당 후보가 지난 18일 미국 조지아주 6구역 보궐선거 투표가 끝난 뒤 열린 자축연 자리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존 오소프 민주당 후보가 지난 18일 미국 조지아주 6구역 보궐선거 투표가 끝난 뒤 열린 자축연 자리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약 ‘트럼프 케어’ 공화당 일부도 반대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기간 내내 대통령에 취임하면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를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의 약속은 좌초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도 법안에 반대했다. 프리덤 코커스는 오바마케어의 완전 폐기를 요구했다. 트럼프케어는 오바마케어의 수정안에 불과하다며 거부했다. 결국 트럼프는 지난달 24일 트럼프케어 하원 표결을 30분 앞두고 이를 철회했다.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는 보고가 앞서 있었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 1호였던 트럼프케어가 흔들리면서 조지아의 친공화당 유권자들도 불만이 쌓였다. 트럼프와 공화당 사이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궐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들도 지역 여론을 눈치보지 않을 수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몇몇 공화당 후보들은 현직 대통령 이름을 앞세우는 것을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선거 기간 내내 수세적인 위치에 몰렸던 공화당은 결국 1차투표에서 참패했다.

캔자스주 4구역 선거와 조지아주 6구역 선거는 일찌감치 ‘여론 풍향계’로 미 전역의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와 공화당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지아주 6구역 투표 당일 아침 트럼프는 트위터에 “오소프는 미국 의회의 재앙거리가 될 것”이라며 “그는 범죄와 불법이민에 허약하다. 일자리를 만들 능력도 없고, 세금이나 더 거두려 할 것”이라고 적었다. 공화당도 젊은 오소프의 ‘경험부족’을 물고 늘어졌고, 그가 지역 출신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세력에 우호적이라며 근거없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그러고도 졌으니 더 곤혹스럽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조지아주 보궐선거가 취임 100일을 맞는 트럼프에 대한 국민들의 ‘신임투표’가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임투표’라는 단어는 쓰지 않겠다”고 답했다.

미 의회에서 트럼프케어 통과 저지를 주도한 짐 조던 공화당 하원의원이 3월 23일 회의를 마친 뒤 웃으며 밖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미 의회에서 트럼프케어 통과 저지를 주도한 짐 조던 공화당 하원의원이 3월 23일 회의를 마친 뒤 웃으며 밖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벌써부터 내년 11월 중간선거에 악영향 우려

오소프는 1차투표 승리를 확인한 후 “우리는 역경을 이겨내고 예상을 깼으며 이제 6월에 싸워 이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오소프의 한 선거 보좌관은 “선거가 마지막에 어떻게 끝나든 더 큰 무언가의 시작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캔자스주와 조지아주에서 나타난 민심 이반이 바람을 타고 더 거세지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한다. 내년 11월에는 상·하원 중간선거까지 열린다. 이제까지는 선거 구도상 민주당이 불리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불신이 계속된다면 내년 중간선거 역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하 양원에서 소수당에 머물고 있는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를 역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의 분열상도 고민거리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트럼프의 1호 공약에 반기를 들었다. 선거에 나선 여당 후보들이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통치는 어려워지고 혼란은 가중된다. 트럼프 지지율은 더 떨어지고 차기 선거에서 공화당 투표율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보스턴글로브>는 “보궐선거 결과 하나를 가지고 19개월이나 남은 중간선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면서도 “그러나 많은 정치인들이 보궐선거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심진용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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