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나쁘지 않음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은 트위터가 더 이상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일 동력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용자 수가 전 분기보다 200만명 감소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페이스북보다 먼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바람을 일으켰던 트위터가 이용자 수를 좀처럼 늘리지 못하며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해 4분기 월간 이용자 수(MAU)가 3억2000만명으로 전 분기와 같았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MAU에 대한 기준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개는 로그인해서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의 수치를 월간 단위로 집계한다. MAU 정체 소식이 알려지면서 트위터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3%나 떨어졌다.
주가 하락세와 달리 매출은 월가의 전망치에 근접했으며, 순익은 오히려 전망치보다 높았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트위터는 지난해 4분기에 7100만 달러(약 85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순익은 주당 16센트였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트위터의 4분기 순익을 주당 12센트로 예상했다.
실적이 나쁘지 않음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은 투자가들에게 트위터가 더 이상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일 동력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용자 수가 전 분기보다 오히려 200만명 감소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위터는 지난해 4월부터 MAU 집계방식을 바꿨다. 그간 집계에 넣지 않았던 ‘SMS 패스트 팔로어’도 포함시켰다. 이들은 트위터를 문자메시지로만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4분기 전체 이용자에서 SMS 패스트 팔로어를 제외하면 3억500만명이다. 이는 전 분기 3억700만명보다 200만명이 적은 수치다.
트위터는 최근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미디어·마케팅 이사를 새로 보강했다. 알렉스 로터 엔지니어링 부사장, 케빈 웨이 제품담당 부사장, 케이티 스탠턴 미디어담당 부사장 등 고위 임원들이 대거 물러났다. 새로 임명될 이사들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 명은 유명한 언론계 인사이고, 다른 한 명은 마케팅 총괄 경영자로 알려졌다. 트위터는 임원들의 자발적인 의지라면서 말을 아꼈지만 현지 언론은 임원진 물갈이가 실적 부진에 있다고 분석했다.

트위터 로고.(사진 위) 트윗 노출 알고리즘 변경 소식에 반발한 이용자들이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린 해시태그 ‘#RIPTwitter’. RIP(Rest In Peace)는 고인을 추모할 때 사용하는 문구다.(사진 아래) / 트위터 캡처
‘시간 역순’ 버리고 ‘관심 트윗’ 상단 노출
문책성 인사에서 혁신 의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트위터의 약진 가능성은 타임라인 노출 알고리즘 변화나 동영상 콘텐츠 강화 등 실제 이용자들의 사용방식에 영향을 주는 변화들에서 찾을 수 있다. 트위터는 그간 고집해 오던 ‘시간 역순’ 타임라인을 버리고, 사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트윗을 상단에 표시하도록 하는 기능을 도입했다고 10일 밝혔다. 트위터의 선임 엔지니어링 매니저 마이크 야르는 회사 공식 블로그에 이 같은 변화를 알렸다. 야르는 이른바 ‘관심 트윗’이 상단에 노출되는 타임라인 기능을 시범운영한 결과 사람들이 리트윗과 트윗을 많이 해 실시간 논평과 대화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트위터는 2006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최신 트윗이 가장 위에 나타나도록 하는 시간 역순 방식을 고집해 왔다. 속보성과 실시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비스 규모가 커지면서 이런 특징이 이용자들을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트위터 상징 ‘140자 제한’ 사라질 듯
트위터의 상징이었던 140자 글자 제한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 5일에는 트위터가 1분기 안에 1만자까지 쓸 수 있는 기능을 선보일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1만자는 트위터에서 일대 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쓰는 기능인 다이렉트 메시지(DM)에 적용한 기준과 동일하다. 타임라인에는 140자가 노출되지만 클릭하면 전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식이다. 글자 수 제한은 골수 트위터 이용자들을 제외한 신규 이용자들에게 답답하고 불편한 제약으로 인식됐다. 서비스 규모가 커지면서 트위터에 쓸 수 있는 글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관심 트윗과 글자 수 제한 폐지 가능성은 모두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논의가 돼 왔다.
트위터는 지난달 13일 동영상 스트리밍 앱인 페리스코프 이용자들이 생중계하는 동영상을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바로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페리스코프는 트위터가 지난해 3월 인수한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앱이다. 이 같은 조치로 트위터 이용자들은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이 동영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트위터는 지난해 1월부터 최대 30초 분량의 동영상 클립을 촬영하고 업로드하는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공동 설립자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돌아온 잭 도시는 지난해 페리스코프를 인수하면서 “동영상 시장은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이라며 “페리스코프를 트위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변화를 망설였던 데는 이유가 있다. 충성도 높은 트위터 이용자들의 반발이다. 트윗 노출 알고리즘 변경 소식이 알려지자 트위터 타임라인은 고인을 추모할 때 사용하는 문구인 ‘RIP’를 이용한 해시태그 ‘#RIPTwitter’ 문구로 도배가 됐다. 일부 트위터 골수 이용자들은 알고리즘에 따라 제멋대로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해냈다. 신규 이용자들은 한여름날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트윗들 때문에 피로해지겠지만, 골수 이용자들에게 ‘날것’ 그대로와도 같았던 트위터 타임라인은 트위터 고유의 매력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취사,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자부심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트위터는 이미 여러 서비스에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타임라인 중간에 광고가 등장하며, 장시간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다가 접속했을 경우 이용자가 그동안 놓친 트윗도 따로 모아서 보여준다. 팔로 하면 좋을 계정도 추천해준다. 관건은 갑작스런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면서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트위터는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알고리즘을 디폴트 값(이용자가 어느 값을 지정하지 않는 경우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설정할 수 있는 상태로 놓아뒀다.
트위터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무엇보다 복잡한 사용법을 개선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사용법이 직관적이지 못한 것은 트위터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됐다. 또한 노출 알고리즘 적용과 동영상 콘텐츠 강화에 들어가는 많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트위터가 지난해 4분기에 투입한 비용은 5억9100만 달러나 된다. 전년 동기 대비 52%나 증가한 수치다. 그럼에도 SNS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박효재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