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테드 크루즈-‘공화당의 젊은 피’ 파괴력은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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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의 최대 고민은 낮은 지지율이다. 여론조사에서 그는 공화당 경쟁상대들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루비오 상원의원에게도 뒤처지는 6위로 나타났다.

미국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45·텍사스주)이 지난 3월 23일 공화·민주 양당의 2016년 대선 잠재 후보군 가운데 처음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레이스의 시작을 알렸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고, 파괴력도 크지 않았다. 그가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이 2016년 대통령 선거 잠재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3월 23일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의 리버티대학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뉴욕데일리뉴스 웹사이트 캡처

미국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이 2016년 대통령 선거 잠재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3월 23일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의 리버티대학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뉴욕데일리뉴스 웹사이트 캡처

크루즈가 텍사스주 출신 첫 히스패닉 연방 상원의원으로, 상원 내 히스패닉 출신 ‘3인방’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은 히스패닉 유권자의 비중이 커져가는 미 대선에서 중요한 정치적 자산임에 틀림없다. 또 명문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으로, 역대 최연소·최장 텍사스주 법무차관(2003~2008)을 지낸 점은 ‘공화당의 젊은 피’라는 관점에서는 분명 강점이 될 수 있다. 일부 경력 측면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비교되기도 한다. 오바마가 하버드대 로스쿨이 펴내는 학술지 하버드로리뷰의 첫 흑인 편집장을 맡아 정치 입문의 발판을 닦았듯 그도 이 학술지의 편집장을 지냈다. 프린스턴대 재학 시절인 1992년 전미, 북미 토론대회에서 우승한 점도 오바마 못지 않은 연설가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젊다는 측면에서는 같은 당의 경쟁자 마르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44·플로리다주)에게 뒤진다. 공화당 내 히스패닉 출신 상원의원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루비오도 밥 메넨데즈(민주·뉴저지주)와 함께 히스패닉 3인방에 속하기 때문이다. 크루즈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2013년 9월 상원에서 오마바의 주요 정책인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저지를 위해 21시간19분간 이어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였다. 역대 네 번째로 길었다는 점 외에도 대중들에게 그를 각인시킨 중대 사건이었다. 공화당 강경보수파인 티파티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역풍이 따랐다. 직후에 있었던 연방정부 일부 폐쇄(셧다운) 사태의 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던 것이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그를 “학교에서 학생들을 괴롭히는 불량배”라고 비꼬았다. 쿠바 난민 아버지와 미국 어머니 사이에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서 태어난 크루즈는 캐나다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중국적’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해 5월 캐나다 국적을 포기하기도 했다.

정치적 입장을 보면 전형적인 공화당의 강경 보수주의자다. 그는 총기 소유를 옹호한다. 2012년 12월 일어난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사건을 계기로 오바마가 추진한 총기 규제를 저지시킨 데 대해 “그것이 민초의 힘”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케어에는 반대했지만 부인이 골드만삭스에서 퇴사한 뒤 오바마케어에 등록해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샀다. 또 오바마케어를 추진한 오바마를 “나치를 받아들이자”고 한 네빌 체임벌린 전 영국 총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쿠바계 미국인이지만 이민정책에는 단호하다. 미-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를 지지하고, 오바마의 불법난민 사면은 비판한다. 기후변화 회의론자이며, 동성애자를 혐오하고, 반무슬림 정서를 갖고 있다.

크루즈의 최대 고민은 낮은 지지율이다. CNN과 ORC인터내셔널이 4월 16~19일 성인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공화당 경쟁상대들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루비오 상원의원에게도 뒤처지는 6위로 나타났다. 또 민주당 후보를 꺾을 수 있는 후보에 대한 질문에서는 부시·루비오·워커에 이어 폴과 공동 4위였다. 일부 분석가들은 클린턴과의 ‘세대 간 대결’을 점치지만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보여준 ‘돌풍’을 기대하기에는 아직은.

<조찬제 선임기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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