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시리아에서 드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드론’의 시대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에서 무인비행기, 곧 드론은 이젠 단골 뉴스가 됐다. 논란도 다양하다. 공격의 범위와 효과, 윤리적 논란부터 개인 사생활 보호 문제까지 온갖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지에서 수행하고 있는 대테러 작전에서 드론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드론 공격을 집계하고 있는 <새로운미국재단>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파키스탄에서 2004년 이래 361차례 드론 공격이 있었으며, 대부분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수행됐다. 공격에 따른 사망자는 2048~3381명이며, 이 가운데 민간인은 258~307명으로 집계됐다. 알카에다가 준동하고 있는 예멘에서도 2002년 이래 81차례의 드론 공습이 있었으며, 공격으로 634~88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드론은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들고, 위험부담이 낮으며, 선별적으로 목표물 공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테러전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은 드론을 정찰·추적부터 전투·살상에 이르기까지 작전의 중심에 두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치른 두 개의 큰 분쟁에서 드론은 별다른 존재감을 내지 못했다. 2011년 리비아 내전과 현재 시리아 내전이다.
미국의 군사개입 시나리오 중 드론은 빠져
미국이 시리아 공습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특정 목표물을 겨냥한 ‘일회적 응징’에서부터 지상군을 투입하는 전면적 군사개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왔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인 일회적 공습은 미군이 지중해에 배치한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쏴서 시리아 내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것이다.

지난 9월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와 만나 시리아 군사개입을 논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미 미국은 지중해에 구축함 4대를 배치했으며, 니미츠 항공모함도 홍해로 이동했다. 중동 역내의 공군기지에서 전투기를 띄워 공습을 가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가능성이 낮지만 강경파들은 지상군 투입과 같은 전면적 군사작전을 주장하기도 한다. 시리아 반정부군에 대한 무장 지원을 늘리는 것도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드론 투입은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시리아에서 드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드론이 시리아에서 작전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드론 공습을 크게 보면 전쟁 수행, 전쟁 방지를 위해 사용했다. 이미 무장한 드론은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지에서 공습을 수행했다. 또한 지상에 있는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찰을 하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한다. 전장에서 드론은 미군에게 큰 이점을 준 셈이다. 또한 미국의 주장에 따르면 무장 드론은 전쟁을 억지한다.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을 미리 분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드론을 통해 알카에다, 탈레반 주요 인사를 ‘표적 살해’했다.
미국에서 2001년 9·11테러 이후 ‘안보’는 금과옥조이다. 최근 미 국가안보국(NSA) 감청 논란에서 보듯 위협에 대한 예방과 감시는 미국 정책 결정 과정의 ‘신조’가 됐다. 그러나 시리아의 화학무기에 대한 경고가 수차례 계속됐지만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막지 못했으며, 현재 사용주체가 누구인지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리아 사태는 오바마 대통령이 ‘금지선’으로 설정한 화학무기 사용 사실이 확인되면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대테러전에서 위력을 과시한 드론이 시리아에서도 사용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포린어페어스에 따르면 대답은 ‘아니오’이다.
첫 번째로 ‘영공’의 문제가 있다. 드론이 활동하기 위해선 영공을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어야 한다. 소말리아, 말리,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나라는 스스로 영공을 통제할 능력이 없었다. 예멘과 파키스탄에선 이들 정부의 허가를 얻어서 작전 수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시리아는 경우가 다르다. 러시아의 지원으로 강력한 대공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대공 방어망 강력해 작전수행 어려워
또한 드론은 소음이 크고 느리다.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선 고도를 낮춰야 한다. 하늘에서 맴돌며 조준을 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시리아 공군이 쉽게 격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시리아에서 드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부군의 전투기와 대공 포대를 무력화해야 한다. 이는 지상군이 투입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대규모 재정부담을 진 미국은 전면적 군사개입을 피하려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표적’이 문제다. 미국의 공격 대상은 시리아 군사시설과 주요 목표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화학무기 시설이 공격받으면 사태가 악화된다. 자칫 공격으로 화학무기가 유출되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군의 무인 비행기 프레데터. | 경향신문 자료사진
드론 공격은 미사일 공격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첩보활동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표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오폭으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면 아사드의 정치적 입지만 세워주는 꼴이 된다. 이미 드론 공격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 더 큰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는 것이다.
화학무기가 극단주의 세력 수중에 들어갈까 우려
어설프게 화학무기 시설을 공격해서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통제하지 못하면 반정부군 내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세력의 수중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현재 미국은 극단주의 세력에 무기가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반정부군에 대한 무장지원도 주저하고 있다. 미국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축출을 통한 ‘레짐 체인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시리아가 권력 공백상황에 빠져드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도 있다. 극단주의 세력이 시리아군의 병기고를 차지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목적’이 불분명하다. 미국이 밝힌 군사개입의 목표는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과 추가적인 사용에 대한 경고’이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드론 공격은 미국이 밝힌 군사개입의 목표에 적합하지 않다. 미국이 밝힌 목표는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통해서만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드론은 지난 10여년간 미래 전장의 풍경을 바꿀 무기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시리아의 사례에서 기술에 대한 의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포린어페어스는 중동 분쟁과 같은 ‘진흙탕 싸움’의 경우 충분한 분석과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파일럿을 하늘에서 내려오게 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판단, 위험, 전쟁 의지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배문규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sobbel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