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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롬니 ‘1위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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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8표 차로 아이오와 코커스 승리… 상위권 후보 간 이념 분열 심화

미국의 2012년 대통령 선거는 1월 3일 열린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유례없는 접전 속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미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첫 관문으로 첫번째 예비선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이오와주 1774개 선거구에서 12만명의 당원이 참가한 이날 경선에서 롬니는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과 개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순위는 개표 완료 시점까지도 엎치락뒤치락했고 불과 8표 차이로 롬니(25% 득표)의 승리가 결정됐다. CNN을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들은 롬니가 1위를 했지만 돌풍을 일으킨 샌토럼이 ‘진정한 승자’라고 보도했다.

25%의 득표를 한 샌토럼의 뒤를 이어 론 폴 하원의원이 21%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으며,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4위(13%)의 자리를 얻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5위(10%),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은 6위(5%)였고, 아이오와주 선거운동을 포기했던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가 7위(1%)로 나왔다.

롬니는 지난해부터 여론조사에서 꾸준하게 수위권을 유지해왔던 안정적인 후보다. 명문가 태생에 잘 생긴 외모까지 갖춘 롬니는 투자컨설팅회사인 베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와 올림픽조직위원장, 주지사를 지낸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샌토럼 기염, 발로 뛴 ‘맨투맨 전략’ 덕분
전국적 조직력과 자금력에서도 가장 앞선 후보로 평가돼 왔으며 중도 온건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공개된 라스무센 여론조사에서 롬니는 45%대 39%로 오바마와의 가상대결에서 앞서기도 했다. 롬니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함에 따라 롬니 대세론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소수 종교인 모르몬교 신자라는 점과 개혁 성향이 약하다는 것은 취약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2위와의 차이가 초박빙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기독교 복음주의를 뿌리로 둔 보수파 샌토럼은 그동안 전국적 인지도가 떨어져 최약체 후보로 꼽혀 왔다. 그러나 이번 코커스에서 아이오와주 99개 모든 카운티를 직접 방문해 보수층 당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선두권으로 도약하는 기염을 토했다.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외신은 일제히 “롬니의 대항마”라며 샌토럼에 대해 재조명했다.

CNN은 “다른 후보들이 광고를 위해 막대한 돈을 뿌릴 때 샌토럼은 아이오와주에서 살다시피하며 철저하게 발로 뛰는 운동으로 당원들을 직접 만나는 ‘맨투맨’ 접촉을 벌였다”고 전했다. 실제 샌토럼은 코커스 결과 발표 후 “모든 카운티를 방문한 것은 물론이고 381번의 타운홀 미팅을 가졌고 36차례의 피자 모임을 가졌다”며 밑바닥을 훑은 선거운동이 주효했던 것으로 자평했다.

코커스가 끝난 다음 대권을 포기한 후보도 나왔다. 미셸 바크먼은 4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어젯밤 나는 아이오와 주민들의 분명한 목소리를 들었고 나는 물러서기로 결정했다”며 대권 도전 포기를 밝혔다.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를 겨냥해 TV 광고 등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5위에 그친 페리도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페리는 경선을 완주할 뜻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를 통해 “공화당의 분열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는 4일 “선두그룹 상위 3명의 이념적 성향은 차이가 커 공화당의 이념적 분열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정권교체에 집중해야 할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롬니는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에게 실망한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를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매사추세츠 주지사 재직 당시 오바마와 비슷한 건강보험법을 채택해 공화당 내에서 정체성 논란을 빚었다. 샌토럼은 공화당 대선주자들 중 보수색채가 가장 강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론 폴은 당내에서 ‘비주류’로 알려졌다. 주요 사안에 대해 공화당의 당론과 다른 의견을 자주 밝혔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작은 정부와 세금 축소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처럼 이념적 색채를 달리하는 상위 그룹의 혼전이 이어진다면 내분이 확대돼 정권교체에 당의 힘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과 지켜본 오바마 대통령 측 ‘자신만만’
이제 미국인들의 시선은 10일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로 쏠리고 있다. 특히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와 2위가 불과 8표 차이로 결정됐기 때문에 롬니와 샌토럼의 2라운드 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이오와 코커스가 사실상 승자를 정할 수 없는 ‘무승부’로 끝나면서 뉴햄프셔에서 제3의 후보가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주자는 뉴트 깅리치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위에 그쳤지만 미국 정가를 주름잡아온 그가 자신의 추락을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를 지켜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진영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재선 캠프는 4일 공화당의 첫 경선을 관심 있게 지켜봤지만 2008년 민주당 경선 때와 같은 열기는 찾기 힘들었며, 1위를 한 롬니의 파괴력도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바마 재선캠프의 부책임자인 스테파니 커터는 “롬니가 겨우 25%의 득표를 했다”며 “그는 중산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72년부터 각 당의 코커스, 프라이머리에서 경선을 거쳐 대통령 후보를 뽑는다. 코커스는 당원들만 참가해 전당대회 대의원을 뽑는 절차로 각 당이 행사를 주관한다. 코커스에 참여하는 당원은 그 지역의 코커스 회의의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 각 후보의 공약, 비전이나 본선 승리 가능성을 놓고 토론하는 이 회의는 코커스 당일 하루 종일, 때로는 밤 늦게까지 진행된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경우 1774개 선거구의 토론장소에 당원들이 모여 토론을 벌였다. 토론이 종결되면 당원들은 공개 지지의사를 표명한 뒤 각자 선호하는 후보 깃발 아래 모여 지지후보를 결정하고 투표를 한다.

공화당 경선은 오는 6월까지 주별로 코커스 또는 프라이머리 형식으로 이어진다. 대통령 후보는 오는 8월 말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여할 대의원 2286명 중 과반인 1144명의 지지 대의원 숫자를 확보할 경우 확정된다.

<심혜리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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