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포트]동충하초 1㎏이면 BMW 산다](https://img.khan.co.kr/newsmaker/757/757_63a.jpg)
중국 티베트 고산 지대(해발 3000m~5000m)에서 나오는 신비의 약초 ‘동충하초’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중국의 동충하초는 산지가 여러 곳이 있지만 티베트 나취와 서부 칭하이성의 위수에서 나오는 것을 최상품으로 치고 있다. 동충하초는 생김새가 누에고치처럼 생겨 볼품은 없지만 항암 효과 등이 뛰어나 고려인삼 등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건강 보조식품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 약초시장에 나온 올해 동충하초는 판매가가 최상급의 경우 1㎏(1800개 들이)에 35만 위안(1위안은 우리돈 120원)을 호가한다. 최고급 승용차 BMW에 버금가며, 금값(g당 200 위안)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중상급은 그나마 조금 싸서 ㎏당 20만~30만 위안에 이른다.
이처럼 동충하초 가격이 뛰는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 10년 동안 동충하초 생산량이 가장 적은 한 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동충하초의 대표적인 주산지인 칭하이성 궈뤄 경우 지난해 동충하초 생산량이 10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이와 함께 일부 상인들의 싹쓸이 매점매석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들은 동충하초 주요 산지를 찾아가 평소보다 30~50% 더 비싼 값으로 쳐서 싹쓸이했다. 산에서 채취한 현지 주민들과 직접 접촉해서 구매하는 것이다. 동충하초는 인공 재배를 할 수 없고 직접 채취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산 경로다. 중간상이 수확철에 현지를 찾아가 사들여 이를 도매상에게 넘기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동부 저장성 원저우 상인들이 매점매석에 앞장섰다. 원저우 상인들은 중국의 유대인으로 꼽힐 정도로 이재에 밝다. 이들은 그동안 베이징과 상하이 등 고급 아파트를 구매해서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가 이제는 웰빙식품인 동충하초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중간상을 끼지 않고 직접 산지에 가서 현지 주민들과 접촉해 사들이는 방식으로 싹쓸이했다.
동충하초 가격은 지난 6월부터 조짐이 심상찮았다. 6월 하순부터 날마다 ㎏당 3000~5000위안씩 뛰었다. 8월에 이르러 지난해보다 2배 뛰었다. 올 들어서만 크게 3번이나 가격이 올랐다.
동충하초 소비가 많은 남부 광둥성의 광저우의 경우 지난해 500g을 샀다면 지금은 100g 밖에 사지 못한다. g당 지난해 130~150위안 하던 것이 지금은 220~300위안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값이 오르면서 상인들은 과거 20g짜리 한 곽을 팔던 것을 이제는 10g, 8g짜리로 상자를 줄여서 판매하고 있다. 보약으로 동충하초를 포기하고 고려인삼이나 제비집으로 바꾸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은 그나마 내년 음력 설날인 춘제를 지나면 동충하초 가격이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초고속 경제성장에 힘입어 돈될 구석만 있으면 무엇이든 값이 치솟고 있다. 동충하초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돈이 생기면서 중국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아무튼 중국에 가서 돈자랑하기가 어렵게 됐다.
<홍인표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