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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한라산에 빠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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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제주공항→서부관광도로→오설록뮤지엄→추사적거지→대정향교→송악산트레킹
→잠수함타보기.

둘째날|한라산 등반(영실~어리목 코스) 또는 중문단지 명소관광(여미지식물원
→테디베어뮤지엄→아프리카박물관→지삿개 주상절리대)→열기구 테마파크
→서귀포 이중섭거리→신영영화박물관
→남원큰엉산책.

셋째날|따라비오름 트레킹
→성읍민속마을→김정문알로에농장
→섭지코지 산책→김녕미로공원→제주공항


[여행]눈 덮인 한라산에 빠져봅시다

오전 7시15분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번 여행에는 2권의 책이 동반자다. 여행작가 양영훈씨의 가이드북 '자연이 빚어낸 환상의 섬 제주'와 사진작가 김영갑씨의 에세이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다. 양씨의 책은 여행코스 구성을 도와주고, 김씨의 책은 제주도 사랑법을 눈물로 일러준다. 완도군 청산도 상공을 지나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제주도. 한라산 중턱 이상에는 하얗게 눈이 쌓였으나 그 아래에서 해안가에는 눈이 없다. 아침식사는 여태껏 제주시내의 미풍식당에서 해장국을 들었지만 이번에는 공항 입구의 향토음식점 덤장(064-713-0550)에서 해물뚝배기를 먹는다.

식사 후 충남 당진 출신이면서 제주도인이 다 된 손태원씨를 만났다. 우리나라 배낭여행 1세대인 유명 여행인이다. 그는 손'효원'이라는 필명으로 '젊은 여행자들'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해외여행기를 주로 쓰는 여행작가로 활동하다가 뜻한 바 있어 IMF 직후 제주도로 이주, '대장정여행사'(1577-4241)를 차렸고 렌터카 회사도 설립했으며 최근에는 서귀포시 상예동에 '재즈마을'(738-9300)이라는 펜션도 지었다. "한국인들이 제주도를 많이 사랑해야 하는데 겨울방학만 되면 모두 해외로 나가버려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한다.

손씨 회사의 흰색 렌터카를 빌려타고 남제주군 대정읍 너른 들판의 봄을 만나기 위해 서부관광도로를 달린다. 차 안에는 그가 언제 넣어두었는지 감귤 한 봉지가 있다. 불과 2박3일의 짧은 일정으로 제주도 전역을 돌아다닐 수는 없어 일행은 남제주 지역을 집중 공략하기로 뜻을 모은다. 여기서 잠깐. 제주도 렌터카의 색깔이 주로 흰 색인 이유는?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흰 색은 검은 색이나 파란 색 등에 비해 눈에 잘 띈다.

[여행]눈 덮인 한라산에 빠져봅시다

대정읍 안성리의 추사적거지(794-3089). 조선시대 최고의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선생은 조선 헌종 6년(1840년) 제주도로 유배를 온다. 추사적거지는 그가 유배생활을 하던 곳이다. 현재 초가가 복원되어 있고 추사기념관에 들어가면 그의 예술혼을 살필 수 있다. 돌담에는 수선화와 동백이 피어 있고, 초가지붕 너머로는 이웃집 마당의 노란 감귤이 보인다.

대정향교를 답사하고 산방산 주변에서 봄이 머잖았음을 알려주는 유채꽃과 수선화를 감상한 뒤 사계리 해안도로를 달려 송악산(104m) 주차장에 닿는다. 바로 앞 바다에는 잠수함관광을 위한 바지선과 형제섬이 떠 있고 시선을 높이면 산방산과 한라산 능선이 보인다. 산줄기가 바다와 만나는 곳에는 서귀포시의 범섬이 떠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경치는 제주도 해안 풍경 중 으뜸으로 꼽힌다. 제주도 내 360여개 오름 중 하나인 송악산에 오르면 주차장에서보다 더 멋진 풍광이 잡힌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여행객들을 분화구 밑으로 밀어버리려는 양 거세다.

둘째날. 일행은 한라산 설경 속으로 빠져들기 위해 영실주차장으로 향했다. 영실매표소에서 윗세오름(1743m) 대피소를 거쳐 어리목광장으로 내려가는 코스. 소요시간은 5시간 정도로 넉넉히 잡는다. 원색의 등산복을 차려입고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한 여행객들이 등산로에 드문드문 이어진다.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온 수녀들도 어린아이처럼 설국 탐방을 즐거워한다. 눈꽃의 아름다움과 한라산의 정기가 그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다.

한라산 등반이 아니라면 중문관광단지나 서귀포시 일대의 명소들을 찾아간다. 그중 이국적인 멋이 그득한 명소는 테디베어박물관과 아프리카박물관이다. 2001년 4월 오픈한 테디베어박물관(738-7600)은 100년간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테디베어 인형을 구경할 수 있는 이색 박물관. 2개의 갤러리를 비롯해 기념품점과 카페, 바 레스토랑, 중문 바닷가가 보이는 멋진 야외공원 등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중문관광단지의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북서쪽에 위치한 아프리카박물관(738-6565)은 지난 1월 20일 문을 열었다. 아프리카의 공예품과 조각작품, 사진자료 등 650여점이 전시돼 있다.

셋째날에는 성읍민속마을 주변의 백악이오름이나 좌보미오름, 따라비오름 등 오름(기생화산) 트레킹에 나선다. 다랑쉬오름이나 아부오름, 용눈이오름 등은 북제주군 소속. 여러 오름 중 따라비오름을 택한다. 남제주군 표선면 쓰레기매립장과 목장이 있는 곳에서 러시아사람 빅토르 랴센세브와 조우했다. 그가 따라비오름 트레킹을 가이드한다. 키가 훌쩍 크고 강마른 체형의 빅토르는 블라디보스토크 출신으로 그곳 극동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1994년 친구들과 함께 처음 제주도를 찾았다가 반한 이후 2001년 제주도에 아예 정착, 제주에코여행사(010-7767-6605)를 운영하고 있다.

[여행]눈 덮인 한라산에 빠져봅시다

◆여행메모(지역번호 064)

숙박-남제주와 서귀포시 일대의 펜션으로는 재즈마을(www.jazzvillage.co.kr) 외에 제주비앤비펜션(안덕면 사계리, 010-6822-5670, 792-5670), 동광휴양펜션(안덕면 상천리, 792-8888), 나폴리펜션(서귀포시 대포동, 738-4820), 로그빌리지(표선면 표선리, 787-4033)
등을 추천.

맛집-서귀포시에문섬횟집(활어회,732-4183),
쉬는팡가든(흑돼지구이, 738-5833), 진주식당(뚝배기, 762-5158), 대포동산횟집(738-6060) 등.
대정읍에 산방식당(밀냉면, 794-2165), 남원읍에 공천포식당(물회, 767-2425), 표선면에 탐라촌흑돼지(787-2383) 등.


글·사진|유연태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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