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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극복할 감자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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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기적이에요."

지난 6월 전북 김제의 한 공장에선 이런 감탄사가 쏟아졌다. 석달 전에 심은 콩알만한 씨감자 줄기에 아이 얼굴만한 커다란 감자가 달린 것을 본 농촌진흥청 임직원, 감자 전문가들, 씨감자를 개발한 바이오산업개발 직원들은 모두 감동했다. 이들을 놀라게 한 것은 MSP, 즉 기적의 씨감자(Micro Seed Potato)다.

이 씨감자는 순수한 우리 기술로 개발돼서 현재 31개국에서 특허를 받았으며 밭이 아니라 반도체를 생산하듯 청정 공장 안에서 감자줄기를 이용한 세포조직 기술로 생산되는 것이 특징이다. 5세기 페루에서 경작돼 1824년에 뒤늦게 들어온 감자.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감자 혁명'을 일으킬 나라로 등장하게 됐다.

감자는 쌀, 옥수수, 밀과 함께 세계 4대 농작물로 식량부족 시대를 해결해줄 구원투수이기도 하다. 또 농작물 가운데 유일한 알칼리성 식량작물이고 영양도 풍부하다. 우리나라에선 해마다 약 2만5천ha에서 재배되며 여기에 파종할 씨감자는 대략 5만여 톤.

그러나 이 씨감자는 감자를 쪼개 심어야 하는 불편은 물론 생산에서 파종까지 6~8년이란 세월이 걸리고 바이러스 병 때문에 재배가 그리 쉽지 않다. 또 씨감자 크기도 문제여서 운송도 어렵고 물류비도 많이 든다. 그런데 이런 불편을 마술처럼 해결한 것이 콩알만한 씨감자를 그냥 심으면 아이 얼굴만한 특대형 감자로 자라는 MSP다. 이 MSP를 만들어내는 바이오산업개발의 황의충 회장은 감자만 보면 눈물이 난다. 지난 10년간 감자 때문에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1ha에서 25t 이상 생산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연구원으로 일하다 농촌후계자 5만여명과 힘을 모아 '한국 농어민신문'을 운영하던 그는 한국생명공학 연구소의 정혁 박사를 만났다. 정박사는 그에게 자신이 개발해 31개국에서 특허를 얻은 씨감자를 보여주었고 황회장은 1995년 20억원에 기술과 특허권을 사들였다. 그리고 15개 분야에서 기술을 보완하고 10개 분야에서 신기술을 업그레이드시켜 현재의 MSP를 만들어낸 것.

"이 감자는 육종이나 유전자 변이에 의한 신품종 씨감자가 아닙니다. 조직 배양 기술로 무균 배양용기 안에서 대량 번식시킨 감자 줄기를 이용해 콩알만한 크기로 생산한 초미니 감자예요. 크기는 0.5~1㎝, 무게는 0.5g 정도인데 한번만 증식해도 400g이 넘는 감자를 서너개씩 만들어 냅니다. 1ha에서 25t 이상의 감자가 생산됩니다."

전북 김제시 월성동 봉황 농공단지에는 그가 심혈을 기울인 배양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하루에 20만~30만개씩 1년에 최대 1억5천만개의 MSP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센터에서는 모두 신을 벗고 클린복을 입어야 한다. 밖에서 묻은 바이러스 등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감자줄기들은 품종별로 분리되어 옆방 배양실로 옮겨지며 여기서 감자가 자라기까지 3개월을 보낸다.

지난 3월 농진청 고령지 농업연구소와 바이오산업은 감자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MSP 공동시험 재배에 들어가 6월에 성공적으로 수확했으며 지난 8월 제주도에 심은 가을철 씨감자는 12월 15일에 수확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고령지 농업연구소의 김숭열 작물과장은 "이번 재배는 품질과 경제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시험 결과 탁월한 성과를 얻었으며 이 감자를 씨감자로 1회 증식했을 경우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농민도 "감자는 바이러스에도 약하고 수해, 태풍 등 천연재해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져 농사를 망치기도 하는데 이런 씨감자는 수확량을 예측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며 빨리 농가에 보급되기를 희망했다.

우리 농촌도 그렇지만 황회장은 북한을 비롯, 세계 시장에도 관심이 많다.

"현재 전세계 9억명 이상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도 포함되어 있는데 감자재배는 세계 식량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에서도 시험재배 관심 높아

2003년 황회장은 북한 농업과학원의 초청으로 평양 근교에서 시험재배를 했다. 이때 MSP 씨감자 4t을 가지고 갔다. 3개월 후 이 감자의 생산 시험은 1ha당 42t을 수확해 획기적인 기록을 냈다. 이 성과에 고무된 북한 농업과학원의 관계자들은 황회장에게 계속적인 협조를 신신 당부했다. 최근 북한은 옥수수에 밀려 등한시했던 감자가 식량난 타개를 위한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감자 재배확대를 위해 토지정리 사업과 우량 종자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현대 북한에 씨감자 생산을 지원하고 있는 남한 단체는 여러 곳이다. 그중 몇 군데는 씨감자 등 실물로 지원하던 것을 온실 등 생산지원 시설로 지원 방향을 바꾸고 있다. 그러려면 온실운영비(전기, 수도, 기름, 수선비 등등)는 물론 재배기술 등을 해마다 새롭게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황회장은 이번 기회에 북한에 씨감자를 보내는 단체를 일원화해 남한과 북한이 서로 이익이 되는 방법을 모색하기를 기대했다.

10여년간 씨감자 사업에 몰두하던 황회장은 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몸이 불편하고 말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씨감자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일어나 김제, 정읍, 제주도 등 5군데에서 농가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32개국이 참가해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종자 총회에 참가해서 20여개국과 수출상담을 벌이며 몸이 아픈 것도 잊고 열심히 뛰고 있다.

"씨감자가 워낙 콩알만하니 힘없는 어르신들도 쉽게 심을 수 있고 그 조그만 것이 커다란 감자를 만드니 농가에서도 수입이 증대될 테고 또 우리들은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죠. 감자로 북한을 비롯, 기아문제가 해결된다면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 같아요."

글|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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