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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길을 따라]창덕궁

문 감상하기

창덕궁에는 무수한 보물이 있다. 제일 먼저 만나는 보물은 돈화문(보물 제383호)이다. 창덕궁의 정문으로 하얀색 댓돌 위에 2층으로 세운 중문이다. 그 다음 보물은 인정문(보물 제813호)으로 임금이 만조백관과 조회를 하는 인정전으로 들어서는 문이다. 인정문은 인정전을 에워싼 행각의 대문으로 남쪽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크고 웅장한 문보다 작고 아기자기한 출입문들이 더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것이 천장문. 왕비의 처소인 대조전(보물 제816호) 후원의 화계를 지나 영화당으로 나가는 계단을 올라서면 전돌로 지은 천장문을 만날 수 있다. 이 문 양 옆에는 학이 그려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궁궐장식이라고. 중국 왕실의 도서관인 천장각에서 이름을 따온 천장문은 창덕궁의 다른 문과는 달리 전돌로 지었다는 것이 색다르다. 천장문을 나서면 조선 왕조의 도서관인 규장각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정자와 연못을 잇는 길 감상하기

[서울의 길을 따라]창덕궁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즐거움, 관람정과 옥류천

부용지를 지나면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 지난해부터 일반인에게 출입이 허용된 궁궐의 후원이다. 

후원에 자리한 정자 중 제일 먼저 만나는 정자는 존덕정이다. 1644년 인조 임금 때 지어진 이 정자는 6각형어서 육우정이라 불리다 존덕정으로 바뀌었다. 이름으로 보아 아마도 격이 높은 사람이 사용했음직하다. 우리나라의 정자는 4각형으로 지은 것이 대부분인데 6각형으로 만들어진 것에서부터 심상치 않다. 지붕도 한 겹으로 올리지 않고 두 겹으로 올렸다. 천장에 청룡과 황룡이 그려진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자 안에는 정조 임금의 게판(논문) '만천명월주인옹자서'가 남아 있다. 존덕정이 두 발을 담그고 있는 연못의 이름은 존덕지. 옛 이름은 반월지다. 반달처럼 생겼다 해서 지어진 이름.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맑은 것이 특징이다. 

[서울의 길을 따라]창덕궁

존덕정을 지나 만나는 정자는 관람정이다. 관람정은 합죽선을 편 듯한 모양으로 연못을 향해 부채의 둥근 선이 펼쳐져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건물 형태를 보이는 이 정자는 대략 대한제국 말기나 일제 초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자 앞에 만들어진 연못 관람지는 우리나라 지도처럼 생겼다. 그 때문에 반도지(半島池)라 불리기도 했다. 우리나라 지도처럼 생겼으나 방위상으로 한반도가 거꾸로 세워져 있고 물이 지도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쏟아지는 역행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연못 역시 19세기 전기에 그려진 동궐도에는 없는 것으로 보아 그 후에 만든 것으로 보인다. 

후원에 숨겨진 마지막 볼거리는 옥류천. 옥류천이 있는 곳은 창덕궁의 후원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계원이다. 1636년 인조 임금 때 조성됐다. 이곳을 흐르는 물줄기인 계류는 응봉산에서 흘러내리는 것으로 계류를 따라 띠로 지붕을 덮은 청의정을 비롯, 소요정-태극정-농산정-취한정 등이 자리하고 있다. 또 물줄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게 마름모꼴로 교각을 세운 작은 다리들이 길을 따라 놓여 있다.

이 물줄기 끝에 있는 것이 옥류천. 옥류천은 자연석인 소요암을 ㄴ자로 파고 그 끝에 물이 떨어지도록 작은 폭포를 만든 것으로 '옥류천'이라는 글씨는 인조 임금이, 그 아래 새겨진 시문은 1960년 숙종이 쓴 것이다. 옥류천 옆으로는 임금의 우물인 어정이 있다.



창덕궁은 개별관람이 허용되지 않는 궁궐이다. 그래서 창덕궁에서 정해놓은 언어권역별 관람시간을 이용해야 한다. 12월은 오전 9시 45분부터 오후 3시 45분까지 매 45분에 입장한다. 옥류천이 있는 궁궐의 후원은 사전 예약을 통해 소수의 인원만 관람할 수 있다. 예약 신청은 창덕궁 홈페이지를 참조할 것. www.cdg.go.kr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5분.

글-사진| 한은희 sky36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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