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불황과 취업난이 맞물리면서 야근 등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불평 한 마디 못 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계속되는 야근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피로가 쌓이면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안구 건조증과 잇몸 질환, 위경련이다. 이들 증상은 조속히 대처하지 않을 경우 만성으로 굳어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웹디자이너 강수경 씨(28)는 직업 특성상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 달 가까이 야근을 하면서 눈이 뻑뻑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단순한 시력저하로 생각했지만 안과를 찾아갔다가 안구 건조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컴퓨터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하면서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외에도 건조해진 날씨나 사무실의 과도한 냉난방도 안구 건조증을 유발한다.
![[헬스케어]'야근증후군'이 기가 막혀](https://img.khan.co.kr/nm/ContentsObject/8/8557_1_d12_1.jpg)
야근할 때 안구 건조증이 나타나면 콘택트렌즈 착용을 삼가고 안경을 써야 한다. 또 생리 식염수를 투여하면 눈을 잠깐씩 적셔주는 효과는 있지만 점막을 보호하는 주요 성분을 씻어내므로 역효과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안약을 임의로 구입해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스테로이드 제제가 첨가된 안약을 함부로 사용할 경우 녹내장 등 치명적인 안질환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안구 건조증은 인공누액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인공누액은 보존제가 함유되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고, 한 번 사용한 것은 냉장 보관한다.
안구 건조증을 예방하려면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할 때는 1시간 작업 후 5분 정도씩 눈감고 휴식을 취한다. 또 작업 중에는 의식적으로 눈을 깜박거려 각막을 덮고 있는 눈물층이 잘 작용하도록 하고, 컴퓨터 화면 높이를 눈보다 낮춰 눈 노출 면적을 줄이는 것이 좋다. 실내 온도는 18도 선으로 유지하고 가습기를 켜서 습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기적으로 휴식 취해야
야근이 빈번한 직장인들 중에는 잇몸 질환을 호소하는 이도 적지 않다. 잇몸 질환은 치주병, 잇몸병, 풍치라고도 하며 치아 주위의 조직(잇몸, 치근막, 치조골)에 생긴다. 이 가운데 잇몸 염증인 치은염은 잇몸에서 피가 나고 냄새와 함께 빨갛게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악화되면 치주염으로 발전한다. 치주염은 잇몸 염증이 심해져 치조골까지 파괴된 상태다. 치아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결국 잇몸이 내려앉아 이뿌리가 나온다.
이같은 잇몸 질환은 통증이 심해졌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곧잘 치료시기를 놓친다. 이 때문에 정기검진과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플라크가 원인이므로 평소 올바른 칫솔질과 정기적인 스케일링으로 치아를 관리해야 한다.
치료를 받은 뒤에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생약 성분으로 처방된 약을 사용한다. 잇몸에 직접 바르는 약으로, 손가락에 묻혀 아침 저녁으로 1일 2회 잇몸 마사지를 하면 효과적이다. 미사랑치과 김규영 원장은 "야근증후군의 하나인 잇몸 질환은 스트레스나 과도한 업무 등으로 신체에 피로가 누적되고, 그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생하기 쉽다"며 "평소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야근을 하더라도 밀린 잠을 보충하면서 비타민 등의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유했다. 김 원장은 또 "야근시 지나친 흡연은 침샘을 자극해 잇몸을 비롯, 입 안뿐 아니라 호흡기 점막까지 마르게 하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명치 끝 부위가 비트는 듯이 아프고 가슴으로 올려 뻗치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는 스트레스성 위경련도 야근 등 격무로 자주 나타나는 증상. 스트레스성 위경련은 위에 분포된 신경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등의 외부 영향에 의해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면서 위벽 근육이 수축돼 경련을 일으키면서 비롯된다. 일단 통증이 오면 편안한 소파나 의자에 기대어 잠시 쉬는 게 좋다.
낮밤 바뀔 땐 조명이 중요
다른 통증에는 거의 진통제를 사용하지만, 이런 위경련에는 진경제(鎭痙劑 : 경련을 진정시키는 약제)를 처방한다. 이는 우리 몸의 위장관이 근육으로 돼 있는데 이 근육이 수축을 일으켜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즉, 위는 평활근이라는 근육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수축된 근육을 풀어줘야 경련과 통증이 사라진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선미 교수는 "위경련을 예방하려면 평소 자극적인 음식이나 기름기가 너무 많은 음식을 피하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스트레스 위경련의 경우엔 무엇보다 정신적인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동반되는 긴장을 풀기 위해서는 심호흡을 하거나 편안한 자세를 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야근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생체 리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생체 리듬을 깨지 않으려면 야간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할 때 선글라스를 착용해 밝은 빛을 피하고, 귀가해서도 커튼을 치고 소음을 차단해 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면 큰 도움이 된다. 또 퇴근 즉시 잠을 자는 대신 오후에 잠을 자는 게 좋다. 반대로 밤에 출근하는 경우에는 사무실 조명을 최대한 밝게 해 낮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