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전남 진도 관매도 해송숲-섬에서 받은 숲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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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72) 전남 진도 관매도 해송숲-섬에서 받은 숲의 선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탄다. 거리로는 24㎞. 한 시간 반 정도, 바다를 가르며 유유히 나아가던 배가 관매도에 뱃머리를 이었다. 관매도는 진도의 관할 아래 독거도, 청승도, 신의도, 죽항도, 개의도, 슬도와 함께 독거군도를 이루는 섬이다. 오래전 선비 조씨가 귀양 가던 중 백사장을 따라 무성하게 핀 매화를 보고 관매도라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제는 매화가 보이지 않는다. 멸종한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대신 지금 이 섬의 주인공은 곰솔(해송)이다. 세찬 바닷바람을 막아선 소나무가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섰다. 수백 그루가 폭 200m로 2㎞에 걸쳐 이어진다. 면적만 9만9000㎡(약 3만평)에 달한다.

언젠가부터는 ‘백패킹’을 좋아하는 캠퍼들이 하나둘 관매도의 이 숲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해보니 알 것 같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 가지의 소리. 텐트를 치고 곁에 의자를 펼쳐 앉는 순간부터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이곳에 앉았을 뿐인데, 섬의 풍광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는 것만 같았다. 섬과 숲이 안겨준 이틀간의 선물이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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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