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대중화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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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페미니즘 대중화 그 이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지음·교양인·1만8000원

저출생의 원인이 뭘까. 단순히 출산 기피일까? 저자는 결혼 기피와 만혼의 결과이며, 이는 남녀 집단 간 인식 불균형 탓이라고 본다. 2015년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여성에게는 페미니즘이 기본값이 됐지만, 남성의 여성관과 자아 인식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남자가 피해자”라는 피해 의식의 원인도 집단적 ‘문화 지체 현상’에서 찾는다. 그는 그간 여성주의의 중심에 있었던 피해자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규범적인 피해자 이미지가 전제돼 “여성에게 불리할 뿐 아니라 실현 불가능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난민과 트랜스젠더 여성 배제도 꼬집는다. 2005년 <페미니즘의 도전>으로 여성주의를 소개했던 저자가 ‘김건희 여사 비판이 미소지니인지’ 등 한국사회 성정치학의 쟁점들을 재해석했다. 그는 힘주어 말한다.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을 비난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신간]페미니즘 대중화 그 이후

멸망한 세계에서 우리가 나비를 쫓는 이유

조나단 케이스 지음·조은영 옮김·원더박스·2만원

2049년 시작된 태양 대격변. 지하 9m 위쪽에 사는 포유류는 태양 복사선을 못 버티고 거의 멸종했다. 2101년, 10세 소녀 엘비는 제왕나비 날개 비늘 연구를 통해 더 오래가는 ‘일광병’ 백신을 개발 중인 플로라 아줌마와 함께 약탈자들을 피해 이동한다. 엘비는 멀고 먼 멕시코 제왕나비숲으로 떠난 엄마·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 아이즈너상 수상작가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래픽 노블이다. 인류 탓에 멸종위기에 놓인 제왕나비가 인류 생존의 열쇠인 상황이 역설적이다.

[신간]페미니즘 대중화 그 이후

행동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김명남 옮김·문학동네·5만5000원

그 행동을 대체 왜 했을까. 호르몬이나 진화 덕에? 유년기 경험이나 유전자 때문에? 아니면 문화의 영향으로? 사실 이 모든 것은 얽혀 있다. 신경의학자가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대해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분석한다.

[신간]페미니즘 대중화 그 이후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켄 제닝스 지음·고현석 옮김·세종·2만3000원

신화·경전·영화 속 사후 세계를 7가지로 분류하고 지옥, 별세계, 발할라, 연옥, 열반 등 100곳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실제 여행가이드북마냥 현지 정보, 당일 여행, 머물 곳, 가는 방법 등 온갖 ‘저세상’ 정보를 담았다.

[신간]페미니즘 대중화 그 이후

나는 매일 아침 솔숲에 다녀온다

조헌 지음·소소담담·1만7000원

30여 년간 교단에서 만났던 제자들, 장애인복지관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만난 장애인 청년, 군대 동기, 길에서 만난 젊은이 등 인물 서사가 주를 이루는 수필집이다. 짧지만 깊은 사연마다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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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정예 겁쟁이들
오늘을 생각한다
대한민국 최정예 겁쟁이들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아들 노다 마사아키가 쓴 <전쟁과 죄책>에는 포로의 목을 베라는 상관의 명령을 거부한 병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관동군 중대장으로 근무했던 도미나가 쇼조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에서 포로를 베는 ‘담력’ 교육 도중 한 초년 병사가 “불교도로서 할 수 없습니다”라며 명령을 거부했다. 불교도로서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려 했던 이 병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홀로코스트 연구자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이 쓴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 임무를 거부하고 총기를 반납한 나치 대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101예비경찰대대 빌헬름 프라프 대대장은 유대인 학살 임무에 투입되기 직전 병사들에게 “임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앞으로 나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10명 남짓 병사가 앞으로 나왔고, 그들은 소총을 반납하고 대기했다. 그 병사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각 부대에서 학살 임무를 거부한 병사와 장교들이 속출했지만, 나치 독일의 가혹했던 군형법은 이들에게 명령불복종죄를 비롯한 어떠한 형사처벌이나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