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차별적인’ 감염병 재난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김승섭 외 지음·동아시아·2만원
누군가 “K방역은 성공적이었다”라고 말할 때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3년을 ‘성공’으로만 기억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만, 재난의 피해는 늘 차별적이다. 이주민은 끊임없이 자신들이 ‘국민’이 아님을 절감했다. 장애인은 코호트 격리시설에 갇힌 채 모든 기본권을 박탈당했지만, 출퇴근 노동자들에 의해 속절없이 감염됐다. 아동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여성들은 고용시장에서 이탈해 그 아동을 돌보는 부담에 내몰렸다. 비정규직은 ‘위험의 외주화’에 노출됐지만, ‘아플 때 쉴 권리’조차 남 일이었다. 이들이 겪던 차별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만나 증폭됐다. 책은 팬데믹이 그저 바이러스가 만든 재난이 아니라 “한국사회와 코로나19가 만나 생겨난 재난”이라고 말한다. K방역이란 이름에 가린 37명의 활동가 인터뷰가 생생함을 더한다.
▲김대중과 중국
이남주 외 지음·연세대 출판문화원·1만8000원
미·중 대립 속에 한·미관계에만 집중하다 대중 외교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고 김대중 대통령(DJ)이라면 지금 뭐라고 말할까. DJ는 냉전 시대에도 동북아 지역에서 소련보다 중국의 영향력을 중시했다. 1982년에 이미 중국이 경제개발에 성공하면 중화주의에 기반을 둔 ‘대국적 속성’을 드러내리라 예측하기도 했다. 정치 입문기인 1950년대부터 집권기까지의 말과 글을 통해 DJ의 대중국 인식과 외교 전략을 분석했다. 중국 학자들이 바라본 DJ에 관한 논문도 함께 실렸다.
▲나의 조현병 삼촌
이하늬 지음·아몬드·1만7000원
“커밍아웃하면 바로 아웃”이라서, 조현병 앓는 삼촌을 “죽을힘을 다해 숨겨온” 조카의 고백이다. 삼촌의 삶이 “불쌍하게 죽었다”로 남지 않길 바라기에, 세상이 정신장애를 편견 없이 대하길 바라기에 가족들을 인터뷰하고 기록했다.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은서란 지음·위즈덤하우스·1만6000원
한 비혼 여성이 50개월 어린 다른 비혼 여성을 입양했다. 둘은 5년을 함께 살아온 친구 사이. 병원에서 위급한 상황이 됐을 때 서로가 보호자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족’에 관한 내 안의 편견을 깨닫게 해준다.
▲할머니의 그림 수업
최소연 지음·김영사·1만7800원
“종이가 경(여기) 있으니까 호끔(조금) 기렸지(그렸지)”, “마음속 말이 그림으로 나오니 그게 해방이주.” 제주 선흘 마을 할망들의 창고가 예술 창고로 바뀌었다. 80대 할망들이 그림 옆에 적은 설명이 정답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