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앰뷸런스(Ambulance)
제작연도 2022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36분
장르 액션, 범죄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제이크 질렌할,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에이사 곤잘레스
개봉 4월 6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아이고, ‘폭발광’ 아니랄까봐. 스크린 넘어 진한 휘발유 냄새가 뿜어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딱 그 양반 영화다. 마이클 베이. 자동차 추격에 이은 휘발유 폭발. 난사되는 총알.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아니면 하다못해 인터넷에 널려 있는 테러 영상이라도 본 사람은 안다. 실제로 뭐가 터지면 저렇게 풍성한 오렌지색에 가까운 밝은 화염을 동반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기에 감독이 새로 맛을 들인 게 드론 촬영이다. 건물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숨 막히는 경찰차와 은행강도들을 태운 앰뷸런스 추격신을 극단적인 각도를 오가며 보여준다. 거의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린다. 마이클베이표 영화 아니랄까봐 주연배우들과 함께 흡사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을 주는 오락영화다.
구급차를 탈취하는 은행털이 형제
영화는 시작 장면부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은행강도에 참여하는 윌(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분)의 명분을 만들어주는 데 공을 들인다. 아프가니스탄 파병용사 출신인 그는 미국의 형편없는 복지제도 덕분에 23만1000달러의 아내 수술비를 마련할 수 없어 형 대니(제이크 질렌할 분)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형은 수천달러를 벌 수 있는 더 좋은 일이 있다며 그를 꼬드긴다. 갈등하는 윌. 형이라고 하지만 둘은 피부색이 다르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지만, 아버지는 윌을 입양했다. 입양했다고 좋은 부모는 아니다. 아버지를 따라 형 대니는 일찍부터 폭력세계에 몸을 담았고, 은행털이를 수차례 성공하면서 전설이 된 인물이다.
대니의 성공비결? 완벽한 계산이다. 은행을 털지만 다치는 사람은 없다. 특히 경찰은 절대 죽이거나 다치게 해선 안 된다. 이번 계획도 성공할 거라 확신하지만 은행 창구직원에게 반한 순찰 경찰이 데이트 신청을 하겠다고 눈치 없이 들어오면서 계획은 어그러진다.
한편 구급대원 캠(에이사 곤잘레스 분)은 주어진 난관을 100% 돌파하는 프로페셔널이다. 완전범죄 계획이 어그러진 은행강도단 형제가 캠의 구급차에 난입해 자신들을 추적하는 LAPD의 SIS(Special Investigation Section) 요원들, FBI 순찰차와 특수기동대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사실 현실세계에서는 이런 종류의 추격전은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다. 경찰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악당들을 기다리는 건 비참한 최후다.
여기서 대니의 범죄 머리가 빛난다. 일단 원래 이 응급차가 이송하려 했던 환자는 총을 맞고 쓰러진, 앞서 데이트를 신청한 경찰이다. 구급대원 캠과 함께 인질이 된 셈이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이송해야 했건만 몇시간째 LA 내외곽 주요 도로를 돌다 보니 이 경찰, 사경을 헤매고 있다. 결국 구급대원인 캠이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외과의사를 연결해 응급수술까지 하게 됐다. 생사가 달린 수술을 핑계로 대니는 추격 속도를 시속 30km로 낮춰달라는 제안을 경찰 측에 하는데 그 조건은 받아들여진다.
롤러코스터처럼 계속되는 추격전
그래도 결국은 잡히고 말 ‘독 안의 든 쥐’ 신세일 듯싶은데 형제가 생각해낸 탈출 방법은 아랍의 테러리스트들이 자주 사용하던 도주 방법, 이른바 ‘텍사스 스위치’라는 은신술이다. 훔친 돈의 절반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LA 시내 조폭들에게 앰뷸런스 여러대를 다리 밑으로 모으도록 한 뒤, 각자 다른 방향으로 질주하게 하고 그 틈에 도주한다는 계획이다. 필사의 도주 도중, 윌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TV에서 무장은행강도 추격전이 나온다고 걱정하는 말을 하는 아내에게 그는 일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며 안심을 시킨다. 은행강도에 경찰에 총질까지 한 그는 과연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영화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윌과 대니 형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들이 벌인 행각은 이미 선을 넘은 범죄다. 현실 사회에선 용서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의 행각을 용인해야 할 수많은 ‘까방권들’을 켜켜이 쌓아놓고 있다. 이 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오락영화, 하면 첫머리에 꼽을 영화들이 마이클 베이 감독의 전작들이다. 갑갑하고 뻔한 ‘고구마 엔딩’이라면 2시간 동안 신나게 추격하고 부수고 불태웠던 오락영화의 결말로는 아무래도 자격 미달 아니겠는가.
<앰뷸런스>는 동명 덴마크 영화(2005)의 리메이크작이다. 엄밀히 말해 리메이크라기보다 재창조작에 가깝다. 원작 영화를 보진 못했는데(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한국에서 개봉되거나 수입되진 않은 것 같다) 원작의 시놉시스를 보니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은행을 털 계획을 세운 두 형제가 막상 실행이 어그러지자 앰뷸런스를 탈취한다. 탈취한 응급 구조차엔 심장병에 걸린 환자와 그를 이송 중이던 여성 응급구조사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에 형제는 당황한다. 어머니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환자를 살릴 것인가.
원래 감독이 찍으려던 차기작은 마이클 베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오리지널 액션영화 <블랙 5>였다. 영화의 제작을 맡은 소니가 비디오게임 출시까지 예정했던 거로 미뤄봐서 뭔가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었던 듯한데, <블랙 5>를 만들 예정이라는 뉴스가 나온 지 벌써 3년이다. 코로나19 창궐로 최종적으로 엎어지거나 무한 연기된 듯싶다. <앰뷸런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6 언더그라운드>(2019)를 끝으로 놀고 있던 마이클 베이 감독이 쉬엄쉬엄 “내가 해보겠다”고 해서 시작한 프로젝트(언론보도를 보면 2015년에 필립 노이스 감독이 2005년판 덴마크 영화를 리메이크하겠다고 발표하긴 했는데, 그뒤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이미 한차례 엎어진 전력이 있다)다.
마이클 베이 특유의 추격신과 총기 난사 그리고 대폭발이 난무하지만, 과거 그의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스케일은 오히려 소박한 편이라고나 할까. 미국 LA 전역을 종횡무진 누비며 찍은 영화지만 급으로 따지면 중형 크기의 블록버스터 정도라고 평가받을 듯싶다. <브로크백 마운틴>(2005), <옥자>(2017)의 제이크 질렌할부터 <매트릭스: 리저렉션>(2021), <캔디맨>(2021)의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그리고 <베이비 드라이버>(2017)의 에이사 곤잘레스까지 요즘 잘 나가는 연기파 배우들이 감독과 합을 맞췄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