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나무’의 봄
전남 고흥의 나로도항에서 배를 타면 불과 5분, 바다만 건너면 바로 쑥섬이다. 쑥이 많아서라기보다 질 좋은 쑥이 많이 나서 쑥섬이라 부른다. 쑥섬 전용인 배를 타고 선착장에 내리면 지붕 위에 꽃게의 집게를 단 펜션과 갈매기가 육지를 응시하는 카페부터 눈에 들어온다. 2만1000㎡(약 6350평)의 작은 섬, 주민 30명 남짓한 이 섬의 인상은 아기자기하다.
쑥섬은 정상부의 꽃밭이 유명하다. 사시사철 온갖 꽃이 지지 않는다. 섬에서 눈여겨봐야 할 주인공은 그러나 따로 있다. 섬의 탐방로 시작점의 난대림이다. 이 작은 숲은 원시의 모습 그대로다. 숲은 섬을 일주하는 탐방로가 관통하고 지나간다. 여행자들이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 이 짧은 공간에는 후박나무며 푸조나무, 붉가시나무 등 온갖 생명이 가득하다.
그 안에서도 꼭 만나고 와야 하는 슈퍼스타가 존재한다. ‘해병대나무’, ‘국방부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육박나무다. 수피의 문양이 해병대 군복의 문양을 닮아 그렇게 부른단다. 이 나무는 서남해안의 섬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서만 서식하는 종이다. 쑥섬은 육박나무를 보기 위해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 나뭇가지에 봄이 앉았다. 햇살이 쏟아져 숲 아래로 푸른빛을 흩뿌린다. 섬에서 맞이한 봄이 반갑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