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생 땅에 집착한다. 작게는 집이지만 크게는 영토다. 영토가 넓으면 자원이 풍부할 것이고, 사람 사는 환경도 다를 것이다. 영토에 집착하는 지도자는 전쟁을 통해 영토 확장에 나선다. 국가의 힘을 보여주고 자신의 권력도 강하게 하기 위해서다.

‘제우스의 머리에서 무장한 채 태어난 아테나’(17세기경, 캔버스에 유채, 프랑스 베르사유 트리아농궁 소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런 이유다. 그리스 신화에서 전쟁의 신은 아테나 여신이다.
아테나 여신(로마는 미네르바)은 그리스 올림포스 12신 중의 하나로 지혜, 전쟁, 기술, 요리, 직물 등을 관장한다. 아테나 여신은 그리스 아테네의 수호신으로 도시 이름이 그에게서 나왔고, 그에게 바쳐진 것이 아테네의 파르테논신전이다.
아테나는 제우스와 첫 번째 아내 메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제우스와 메티스의 결혼식 때 크로노스의 어머니 가이아가 제우스에게 불길한 예언을 한다. 메티스가 딸을 낳으면 그 딸은 아버지와 동등한 능력을 지니게 될 것이고, 아들을 낳으면 아버지보다 강력하게 자라 제우스를 몰아내고 왕좌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놀란 제우스는 메티스가 임신하자 그를 통째로 삼켜버린다. 아이는 제우스 몸에서 계속 자라났고, 제우스는 참을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린다. 대장장이신 헤파이토스가 도끼로 제우스의 이마를 찍어 머리를 열었다. 그 속에는 이미 어른이 된 아테나 여신이 무장한 채 튀어나왔다. 제우스는 메티스를 삼킨 덕분에 그가 지닌 지혜도 획득해 강력한 왕이 됐다.
아테나 여신의 탄생을 그린 작품이 르네 앙투안 우아스(1645~1710)의 ‘제우스의 머리에서 무장한 채 태어난 아테나’다. 화면 중앙 제우스가 왼손으로 턱을 받치고 앉아 있다. 구름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은 그가 제우스임을 나타낸다. 발밑에 독수리가 제우스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에 도끼를 들고 있는 사람이 대장장이신 헤파이토스다.
제우스의 머리 위에 갑옷과 투구를 쓴 여인이 아테나다. 전통적으로 아테나 여신은 투구와 갑옷을 입고 창과 방패를 든 모습을 하고 있다. 제우스 머리 위에 있는 건 그가 제우스 머리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다.
아테나의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 제우스 발밑에 푸른색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 아틀라스다. 아틀라스는 제우스의 벌을 받아 하늘을 어깨에 떠받치고 있다.
평화를 위해 싸운다는 이념을 가진 아테나 여신은 전쟁터에 나가면 용맹한 전사로 돌변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아테나 여신의 깃발이 우크라이나에 빛이 돼줄 것이다.
<박희숙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