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파시즘을 돌아볼 때
<우리 안의 파시즘 2.0> 임지현 외 엮음·휴머니스트·1만6000원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우리 안의 파시즘’이 1999년에 이어 20여년 만에 두 번째 버전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한국사회는 진보했는가, 아니면 후퇴했는가. 20년 사이 한국은 세계 10위권 이내 선진국으로 진입했고 복지나 경제 규모 역시 크게 성장했다. 각종 가치와 이념이 등장했다 스러지기도 했다. 인종주의, 개발, 진보, 공정과 능력주의, 민주주의 등을 둘러싼 진단과 비평이 넘쳐나지만 대체로 함의는 같다. ‘우려’다. 역사학자 임지현은 다시 필자를 모아 공정과 능력주의, 세대-연공-인구의 착종, 국민주권 민주주의, 식민지 남성성, 일상적 인종주의, 관종과 인터넷 담론, 한국의 문화 종교 현상, 수사의 정치학, 교가에 깃든 파시즘 등 말 그대로 우리 ‘안’에 있지만 너무 찰싹 달라붙어 새삼 돌아보기 어려운 주제를 풀어냈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이란 막대한 변수도 등장했다. 1999년 버전이 IMF 위기 이후 출간돼 화제를 낳았다면 이번 2.0 버전은 코로나19를 담을 수밖에 없다. 임지현 교수는 지난 20여년 동안 권력의 작동방식이 힘에 의한 강제와 억압에서 내면화된 규율과 동의를 통한 자발적 복종으로 이동했다고 짚는다. 그 예시로 코로나19로 인한 의학적 비상사태를 든다. 이 비상사태를 맞이해 논의와 토론이 실종되고 ‘위기’란 이름으로 모든 디테일이 퉁쳐지면서 여론이 양분된다는 비판은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우리 안의 파시즘’을 다시 돌아보기 딱 좋은 시점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퇴보했다고 체감 혹은 진단을 하기는 쉽지만, 해결방법을 논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진단 없이는 처방이 나올 수 없다. 한국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난 퇴행에 관한 진단을 보고 싶다면 우리 안의 파시즘부터 돌아보면 어떨까.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김종철 지음·녹색평론사·2만1000원
고 김종철 발행인의 ‘녹색평론’ 머리말 원고를 모아 엮었다. ‘녹색평론’이 그간 걸어온 길을 한눈에 보여줄 뿐만 아니라 발행인이 매 현안을 맞이해 던진 근본적인 질문을 만날 수 있다. 국가라는 하나의 공동체와 지구라는 공간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황유미 외 지음·한겨레출판·1만4000원
점심 식사는 모두에게 같은 의미일까. 사람들은 점심 식사를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먹을까. 작가 10인이 점심시간에 써내려간 점심의, 점심에 의한, 점심을 위한 산문을 모았다. 점심 메뉴 선정에 진심인, 꿋꿋이 혼자 점심을 먹는, 점심시간을 틈타 딴짓하는 이들을 위한 ‘맛있는’ 글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사자와 카프카의 원숭이
라르스 스벤젠 지음·김강희 옮김 21세기북스·1만7000원
반려동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노르웨이 철학자가 인간이 동물을 이해할 수 있을지, 동물을 이해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를 쉽게 풀어냈다. 철학적 논의에 기반을 두면서도 일상적인 호기심을 톡톡 건드린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