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깬 자유? 외려 루틴하게 살아요”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두권의 인터뷰집 펴낸 ‘일간 이슬아’ 발행인 이슬아

그는 ‘펑키’하다. 독창적인 ‘이슬아스러움’이 있다. 독자들은 관행이나 관습적 틀 따위는 무시하는 그의 도발에, 솔직하고 자유로운 삶의 이야기에, 용기에 열광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스스로를 “루틴하게 사는 진짜 지루한 사람”이라거나 “몸을 갈아서 일하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연재 노동자”라고 규정한다. 청년작가이자 뮤지션이자 헤엄출판사 사장이기도 한 이슬아씨(29) 얘기다.

사진 / 우철훈 선임기자

사진 / 우철훈 선임기자

2018년 구독형 에세이 ‘일간 이슬아’를 시작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후 에세이, 서간문, 인터뷰집 등 7권의 단행본을 펴낸 그가 최근 2권의 인터뷰집을 또 내놨다. <새 마음으로>와 <창작과 농담>(이상 헤엄)이다. ‘일간 이슬아’ 2021년 늦봄호에 연재된 인터뷰들을 엮은 책이다. 전자는 뉴스에도 없고, SNS에도 없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열중하며 살아가는 중장년 노동자들이, 후자는 동료 예술인들이 화자로 등장한다. 지난 11월 10일 이 작가를 만났다. 빨강 목폴라니트 위에 갈색 가죽재킷을 걸치고 나타난 그가 표정과 몸짓을 바꿀 때마다, 그의 귓불에 걸린 빨강 귀고리가 야무지게 흔들렸다.

-2019년 11월에 출간한 <깨끗한 존경>에 이어 낸 인터뷰집이에요. 에세이를 써오다 인터뷰까지 장르를 확장한 이유는 뭔가요.

“‘일간 이슬아’는 저와 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에 가공을 더한 에세이에서 출발했어요. 1년 정도 연재한 후 2019년 1월에 그 글들을 모아 단행본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내고 나니 밑천이 바닥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시시하고 지겨워졌어요. 다른 사람과 접속하며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고, 또 다른 직업의 세계를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인터뷰도 기획하게 된 거예요.”

-<새 마음으로>는 응급실 청소노동자, 수선집 사장, 농업인 등 존재는 하되 주목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7명의 중장년 노동자와의 대화를 담았어요. 어떤 마음으로 이분들을 선정했나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이크를 쥐고 있지 않은 노동자들이 세상에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제가 먹는 밥상, 제가 들른 병원, 제가 거니는 복도, 옷을 고치러 간 수선집 그리고 책을 만들다가 인쇄소에서 지나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었어요. 제 평온한 일상이 그들의 노동 위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새 마음으로>에서 특히 27년간 이대목동병원에서 근무한 응급실 청소노동자 이순덕씨(실제 나이 70·호적 나이 67) 이야기가 몹시 인상 깊더군요. 고된 노동에 지치면서도 한달에 4번 쉬는 날마저 독거노인들의 집을 찾아가 청소해주고 밥해주고 목욕시켜주는 봉사를 20년이나 지속해 오셨더라고요.

“저도 사람이 이럴 수 있다는 것을 독자가 믿을까, 어떻게 써야 제가 이 선생님(이순덕씨)에게서 받은 느낌을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이 선생님은 ‘찐(진짜)’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많이 아프세요. 췌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요. 통화도 잘 안 돼 책도 전달하지 못했어요.”

고아로 자라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해 글을 모르는 이순덕씨는 3교대 근무 중 오전 6시~오후 3시조다. 출근을 위해 매일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새벽 4시 10분 버스를 탄다. 3차례 갈아탄 후 병원에 도착한 다음 피와 오물 범벅에 자주 아비규환의 현장이기도 한 응급실 청소를 수시로 혼자서 다 한다. 응급실에 달린 5개 화장실 청소도 그의 몫이다. 용역회사 소속이라서 급여 수준이 좋을 리도 없건만, 그는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보다 더 고달픈 사람을 생각한다.

-또 다른 인터뷰집 <창작과 농담>에는 뮤지션 황소윤, 오혁, 장기하씨와 배우 강말금씨 등 6명의 예술인이 등장해요.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습니까.

“동시대의 뛰어난 예술가들이 탁월한 작업물을 어떻게 해냈는지 궁금했어요. 뮤지션, 영화감독, 배우, 마케터 등 저랑 장르는 다르지만 창작자로서 비슷한 고민을 공유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들이 어떤 성공과 실패를 하며 창작생활을 하는지 알고 싶었고, 좋은 힌트를 얻어서 제 창작에도 적용시켜보고 싶었어요.”

-이 작가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관찰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실제로 응급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남궁인 작가(38)와 주고받으며 쓴 서간집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에서 스스로를 ‘호모 큐리어스(호기심이 많은 사람)’라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궁금한 게 많아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잘해요. 대화 내용도 잘 기억하고요. 저는 저만 말하고 있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아요. 청소년기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어디서 몇명이 있든 수줍음이 많은 이도 말할 수 있도록 고루 질문을 던져요. 그 능력으로 작가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그를 대중이 주목한 것은 2018년 ‘일간 이슬아’라는 구독형 연재를 시작하면서다. 출판사나 홈페이지 등 중간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자정에 e메일을 통해 작가가 구독자에게 직접 한편의 에세이를 배달한다. 이전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이었다. 한달에 20편의 글, 구독료는 1편당 500원꼴인 1만원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무엇보다 내용이 흥미진진했다. 화자인 나(이슬아)와 웅이(아빠), 복희(엄마), 찬희(남동생), 하마(애인), 조부모 그리고 친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시트콤 같은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아니, 진지한 이야기조차 그는 익살스럽게 쓸 줄 안다.

-‘일간 이슬아’를 시작하고 네 번째 시즌인 2021년 늦봄호까지 마무리했으니 4년간 연재를 이어왔어요. 글감을 찾는 게 쉽던가요.

“어렵죠(웃음). 그래서 평소 아이폰 메모장에 사람들과 나눈 단어나 대사를 수시로 기록해두는 습관이 있어요. 그걸 기초로 한 글쓰기가 많아요.”

2018년 ‘일간 이슬아’ 첫 구독자 모집 포스터

2018년 ‘일간 이슬아’ 첫 구독자 모집 포스터

-꼭 마감시간인 자정에 맞춰 원고를 마무리해 보내지요. 마감 스트레스가 심할 텐데 왜 미리 안 써두나요.

“낮에는 낮에 할 일이 따로 많이 있어서예요. 출판사 업무도 해야 하고, 독자들의 의견에 답글도 써야 해요. 그런데 어쩌다 한가한 날이 생겨도 마감이 코앞에 있지 않으면 긴장감이 떨어져서인지 잘 안 써져요(웃음).”

-독자들의 e메일에 일일이 답변을 해주나요.

“제가 꼭 대답해야 할 내용일 경우 써요. 그런데 저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요.

“작가가 육체적으로도 빡센 직업인데, 독자들로부터 피드백이 많잖아요. 선플이 많지만 악플도 적잖아 마음이 강해야 해요. 무뎌지는 게 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새 마음으로>에 등장하는 어른들을 인터뷰한 후 눈물이 많아도 강할 수 있음을 알게 됐어요. 제가 젊은 여성 작가이다 보니 저에 대한 얼평, 몸평도 많아요. 처음에는 그렇게 소비된다는 자체가 불편했는데, 지금은 그럴 바에야 최대한 다양하게 소비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노래도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싶고, 글도 착한 글만 쓰지 않으려 해요.”

-‘일간 이슬아’를 보면 이 작가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또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가 있는 사람 같아요. 성생활이나 산부인과에 가서 피임법을 상의하는 내용도 거리낌 없이, 또 명랑하게 드러내니까요.

“저는 제가 자유롭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정말 지루한 사람이라고 여기죠. 왜냐하면 굉장히 루틴하게 사니까요.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성실히 글 쓰고, 일찍 자고, 친구도 잘 안 만나거든요. ‘일간 이슬아’에 섹스 이야기는 총 다섯 번 이상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보다는 우정, 사랑, 노동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생각하는데, 북토크에 갈 때마다 어떻게 그렇게 솔직하게 섹스 이야기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사람들은 그만큼의 섹스 이야기도 안 하는구나, 싶어요.”

-이슬아 작가는 양성애자인가요.

“우선 양성으로 나누는 전제를 바꾸고 싶어요. 양성만 있는 게 아니라 트렌스젠더,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 어느 성별로도 정의하지 않는 것)도 있으니까요. 저는 남자만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이거나 트렌스젠더이거나 논바이너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섹스는 포함될 수도 있고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포함 안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에세이에서 엄마를 ‘복희’, 아빠를 ‘웅이’라는 이름으로 칭하며 여러 일화를 들려줬어요. 결혼 안 한 딸이 부모와 ‘루프 삽입(피임법의 일종)’을 의논하는 장면도 꽤 인상적이에요.

“엄마아빠 대신 3인칭 주어인 이름으로 부른 이유는 더 존중이 생기고 인물을 한층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에세이 속 복희와 웅이는 실제보다 훨씬 ‘납작’한 캐릭터예요. 실제로는 미치겠어요. 두 분이 아주 복잡하고 재미있어요(웃음). 그리고 엄마아빠와 루프 삽입을 상의하는 것을 놀라워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잖아요. 몸에 뭔가 넣는 일인 만큼 같이 논의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익숙했어요.”

사진 / 우철훈 선임기자

사진 / 우철훈 선임기자

-집에서는 서로를 어떻게 부르나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장복희 팀장님, 이상웅 팀장님이라고 불러요. 엄마아빠가 저를 부를 때는 대표님이라고 하고요(웃음). 그 외 시간에는 저는 엄마아빠, 부모님은 슬아야라고 부르죠.”

이유가 있다. ‘일간 이슬아’를 시작하고 얼마 후 그는 1인 출판사인 ‘헤엄출판사’를 설립하고 엄마아빠를 고용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를 비롯해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심신단련>, <깨끗한 존경> 등 4종의 책이 헤엄에서 출간됐다. 총 10만부가 나갔다. 이 작가는 ‘문학동네’에서도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부지런한 사랑>,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등 3종의 책을 펴냈다. 경기 파주에서 시작한 헤엄출판사는 올여름 서울 성북구 정릉으로 이전했다. 사옥 겸 가족의 집이다.

-출판사에서 부모님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장복희 팀장님은 책 재고 관리와 발주, 물류, 배본 작업을 맡고 계시고, 산업잠수사, 트럭 운전사 등 평생 몸 쓰는 일을 해온 이상웅 팀장님은 세무 업무와 책 배송 시 트럭 운전, 그외 힘쓰는 모든 일을 담당하세요. 저는 책을 기획하고 쓰고 홍보하는 일을 하고요. 제가 두 분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내년에는 살림집을 독립시켜 드릴 생각이에요(웃음).”

-글쓰기를 꾸준히 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일기를 썼어요. 저는 어렸을 때는 수줍음이 많고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오늘 해야 했던 말이나,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후회와 아쉬움을 일기에 썼어요. 특히 초등학교 3학년 때 학생들의 일기에 일일이 소감을 적어주신 담임 선생님을 만나면서 글쓰기에 흥미를 느꼈어요. 독자가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은 선생님께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고민하는 게 즐거웠거든요.”

그는 유년기를 시끌벅적하고 사랑이 넘치는 대가족 속에서 보냈다. 중·고 시절에는 대안학교에 다녔다. “경기도 남양주에 살았는데 집에서 가깝고, 두발규제가 없고, 입시에 매몰되지 않아도 돼 선택했다”고 말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자신이 “기자가 되고 싶은 줄 알았다”고 했다. “입학과 동시에 월간 ‘페이퍼’라는 잡지에 정식 기자로 취직했다”고도 말했다. 그곳에서 3년을 일했다.

-기자로 취직까지 했는데, 왜 작가로 방향을 틀었나요.

“기사는 거짓말이 허용되지 않아 창작력이 전혀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어느 날 교수님이 기사 작성 과제를 내주셨는데, ‘자네는 기사 써오랬더니 왜 소설을 써왔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아, 내가 되고 싶은 것은 작가구나, 깨달았어요. 신문방송학에 뜻이 없어지면서 안 잘릴 정도로만 학점을 ‘올 D’로 유지하고 돈 벌러 다녔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엄마가 마련해준 100만원을 가지고 독립했으니, 학비와 월세 등 생활비를 벌어야 했거든요.”

-잡지사에 다니면서 카페 알바, 누드모델, 웹툰 작가 등 투잡, 스리잡을 했다고요. 누드모델 알바는 어떻게 하게 됐습니까.

“당시 카페 알바 시급이 4000원이 조금 넘었어요. 그런데 누드모델은 시간당 평균 3만원이었죠. 저는 시간을 아껴 글도 쓰고 친구와도 놀고 데이트도 해야 하니까, 시간 투입 대비 보수가 좋은 알바를 선택한 거예요. 알몸을 드러내는 게 그때의 저에게는 딱히 어렵지 않았어요. 성적 대상화와 크게 관련없는 현장도 생각보다 많았고요.”

사진 / 우철훈 선임기자

사진 / 우철훈 선임기자

-스물한 살 때인 2013년 제5회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에 누드모델 여성이 주인공인 ‘상인들’이라는 작품으로 당선됐어요. 이듬해에는 레진코믹스에 연애하는 두 남녀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슬아의 숏컷’을 그렸는데, 상당한 인기를 모았던 것으로 알아요.

“제 웹툰이 레진코믹스에서 19금인 성인/개그 웹툰으로 분류됐어요. 사랑과 섹스와 연애와 생활과 몸에 대한 농담이 주된 내용인데, 여자의 유두와 물구나무서기를 할 때 팬티가 보였다는 이유로 그렇게 분류했더라고요. 계약기간이 끝나 이제 그 웹툰은 레진코믹스에서 볼 수 없어요.”

지금 그는 ‘왕성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일을 동시에 수행 중이다.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동생 찬희씨(28)와 결성한 듀오 밴드의 뮤지션 그리고 인기 강연자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지난여름 뮤지션 강산에, 장기하, 오혁 등이 소속된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에 들어갔다. 이 작가는 “그동안 작사·작곡한 곡들을 중심으로 내년에 음반 발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쓰기 수업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나요.

“우선 청소년 여행학교 ‘로드스꼴라’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해요. 열여덟 살 때부터 스물네 살 때까지 ‘어딘글방’에서 제게 글쓰기를 가르쳐주신 어딘(김현아 작가)이 그 학교 교장이신 만큼 학생들을 애정해서 가는 거예요. 또 코로나19 이후 한달에 한 번씩 파주에서 동네 초등학생 8명에게 글쓰기를 가르쳤어요. 가족이 올여름 정릉으로 이사 오면서 지금은 한달에 한 번씩 줌으로 수업해요. 초등학생들의 글은 덜 다듬어진 문장이 정말 펄떡펄떡 뛰어 가르치는 게 특히 재미있어요(웃음).”

-광고모델 제안도 받나요.

“지금껏 제안받은 TV광고는 다 거절했어요. 피임약 광고모델 제안이 진짜 많았거든요. 저는 제 몸에 안 맞아 피임약을 싫어한다고 책에도 썼는데, 제대로 안 읽은 거죠. 저는 운동을 좋아하니까 운동복 모델을 하고 싶어요.”

-요즘도 글 쓰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달리기를 합니까.

“종목을 바꿔 지금은 매일 아침 요가를 하고 150개씩 스을 해요. 푸시업도 15개씩 3세트를 하고요. 안 하면 몸이 아파요.”

-동물권과 환경문제, 비거니즘, 소수자의 권리에 대해 관심이 높지요. 에세이나 신문 칼럼으로 종종 생각을 밝히고 있고요. 사명감을 느끼나요.

“기후위기는 정말 중요한 화두잖아요. 제도 변화로 해결해야 할 것도 있고, 개인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기후재난시대에 같이 읽을 만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비거니즘이나 탈육식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내년 시트콤 드라마 제작을 기대한다. 2021년 늦은봄호 ‘일간 이슬아’에 연재한 ‘가녀장을 부탁해’ 시리즈에 내년 봄에 에피소드를 20편 정도 더 연재해 책으로 출간한 다음, 드라마로도 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가녀장을 부탁해’는 가부장제가 아닌 가녀장제가 된 이 작가 가족의 이야기다. 그런 그에게 장기적인 꿈이 있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가늘고 긴 작가생활을 하고 싶다”였다. 그는 “짧고 굵은 것은 싫어요. 박완서·박경리 선생님처럼 가능한 오래오래 쓰고 싶어요”라고 말하고는 방긋 웃었다.

<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