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만들고 청소년이 배우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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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왔다. 여전히 한국 교육의 모든 길은 입시로 통하고, 그 가장 큰 관문은 수능이다. 시험을 마치면 수십만 수험생들은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낄 준비에 들어갈 테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세상에 나갈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그 가운데 세대 간 단절은 심화하고, 청소년들은 닥칠 문제를 대비하지 못한 채 정글 같은 사회에 내던져진다. 가장 좋은 건 청소년의 목소리로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계기다. 청소년이 영화를 직접 제작한다면 바랄 게 없다. 당사자가 자기 경험을 영화화하는 이점은 무궁무진하다.

다큐멘터리 OTT ‘VoDA’에서 서비스 중인 <더 팬>(정호은)과 <하루, 발자국>(김희준) / VoDA

다큐멘터리 OTT ‘VoDA’에서 서비스 중인 <더 팬>(정호은)과 <하루, 발자국>(김희준) / VoDA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다른 영화제들에선 보기 드문 ‘청소년경쟁’ 섹션을 유지 중이다. 동일한 주제를 다뤄도 어른들이 만든 것과는 시야나 밀도가 확연히 다르다. 예전에는 영화제 때 극장에 가야 볼 수 있었지만, 해당 영화제가 OTT ‘VoDA’를 발족시키면서 1년 내내 볼 수 있게 된 점은 환영할 일이다.

<더 팬>(정호은·2018)은 아이돌 팬덤 문화를 다룬다. 10대 감독은 자기 세대가 왜 원거리 일 방향 연애에 빠져들게 되는지, 팬덤 문화는 어떻게 진화하는지에 대해 자기 생각은 물론 또래세대를 포함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누군가에게 뜨거운 애정을 보내는 행위를 아이돌을 대상으로 처음 접하는 청소년 세대 상황을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자기 입장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게 만든다.

<하루, 발자국>(김희준·2018)은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의지가 약한 10대 감독이 동갑내기 친구를 담는다. 친구는 아마추어 스케이트보드 선수다. 기성세대 시각에선 성에 안 차도 감독에게는 뚜렷한 주관으로 자기 길을 개척하는 ‘리스펙트’ 대상이다. 10대 보드 선수의 시각에서 보드 문화 활성화를 위해 지역에 필요한 게 뭔지 인터뷰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당사자 입장 표명의 중요성과 현실적 진로 고민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나의 낮은 몸 높은 마음>(배연우, 안수빈 감독·2017)은 청소년 우울증 문제와 대면한다. 기성세대의 단편적 인식 너머 만연한 정신질환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성찰이 돋보인다. 학교현장 상담교사는 순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해당 사업 자체가 축소 내지 폐지 위기다. 두 공동감독은 문제를 알리고 목소리를 내고자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와 홍보활동을 실천한다.

이런 작업을 소개하고 활용할 경우 ‘VoDA’는 동영상을 전시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독 스쿨’ 명칭으로 2020년부터 경기도 내 학교 시청각교육 프로그램에서 사이트에 들어가 영화 관람을 최소한의 인증과 기록으로 마칠 수 있음은 물론, 현장 토론과 의견청취를 보다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공들여 작업한 토론 워크시트를 확인할 수 있다.

‘독 스쿨’ 작품은 워크시트를 통해 다양한 소감을 집적시킨다. 대충 겉치레로 만든 게 아니다.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감부터 쟁점에 대한 설문조사나 집단적 토론이 활성화하도록 세심하게 준비한다. 해당 과정은 이미 4만5000명이 넘는 경기도 학생들이 이용했다. ‘독 스쿨’ 라인업 중 청소년 제작 단편의 가치는 요즘 시기에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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