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수수께끼에 도전했다가 문제를 풀지 못하면 죽음, 문제를 풀면 결혼을 할 수 있다. 누가 어떻게 그 수수께끼를 풀 것인가?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주인공인 공주(투란도트)는 수수께끼를 내고, 공주에게 한눈에 반한 왕자는 목숨을 건 도전을 한다. 여기서 나온 세 문제 중 첫 문제가 ‘아침이면 사라졌다가 밤마다 다시 태어나는 것은?’이었다. 그에 대한 답은 ‘희망’이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투란도트 2070>은 2070년의 중국 북경을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에서는 본 전시에 나타난 혼종, 뒤섞기, 뒤집기 등 AES+F 작품의 특징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AES+F가 창조한 약 50년 후의 왕국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기획전 <길 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 소개의 일부다. 이 전시는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올해 3월 개관 이후 두 번째로 여는 국제전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위해 ‘희망’을 선물하는 특별기획전이다. 특히 푸치니의 오페라를 영상으로 재해석한 시각예술가 집단 ‘AES+F’의 <투란도트 2070>이 5전시실에서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 <투란도트 2070>은 국내 처음 소개되는 8채널 멀티미디어 영상작품으로 오페라 무대에서 느꼈던 감동과 사뭇 다른 시각적 감동을 담고 있다. 전시 개막 후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도 보다 생생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전시는 전시실마다 주제별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전시실의 ‘뒤집힌 세상’에서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오브제 1점과 사진 12점을 통해 전시하고 있다. 3전시실은 ‘천사-악마’ 시리즈로 선과 악, 여러 인종과 성별이 하나의 몸에 공존하는 다양한 형태의 아기 조각상 일곱개를 전시하고 있다. 4전시실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화파인 조반니 벨리니의 <신성한 우화>를 패러디한 AES+F의 작품이 눈에 띈다. 이들은 고전을 패러디하는 방식으로 과거를 소환해 현재의 사회문화적 코드로 재해석한다. 이 작업은 <신성한 우화-쌍둥이>라는 이름으로 공항에서 마주하는 각기 다른 문화권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AES+F는 2007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최후의 반란>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타티아나 아르자마소바와 레프 예브조비치(건축), 예브게니 스비야츠키(그래픽 아트) 3인이 결성한 팀에 패션사진가 블라디미르 프리드케스가 합류하면서 4명의 이름 첫 글자를 따 단체 명칭을 삼았다. 이들은 ‘과거와 미래를 품고 있는 현재라는 시공간’이 갖는 의미가 어떻게 특정 장소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의 삶에 녹아들어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시각적 비전으로 보여준다.
인간의 삶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한 도전의 연속이다. 인류의 역사도 수많은 질문 앞에서 무엇을 위해, 누가 어떻게 답을 찾아 나서는가에 따라 거듭 변화해왔다. 그렇기에 인간의 삶은 수수께끼 앞에서 저마다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혼종의 시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주어진 수수께끼에 우리는 어떤 답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가.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