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렌즈 너머의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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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 이벤트다. 올해에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이 전국에서 지역대표 문화행사로 자리 잡아 개최됐거나 준비 중이다. 비엔날레는 문화자본을 앞세운 ‘미술올림픽’으로 불린다. 국제적 규모로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라 인식된 만큼 주관·주최 측의 역량을 과시하는 행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규모나 내용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비용 대비 파급효과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 / 김옥렬 제공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 / 김옥렬 제공

무엇보다 막대한 자금지원에 힘입어 문화 선진국에서 활동하는 전시감독이나 큐레이터, 작가들의 유명세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엔날레 행사에서 흥행한 감독은 유명세를 타고 다시 세계의 크고 작은 비엔날레 감독으로 선임되기도 한다. 이렇게 국제적 행사가 많아질수록 미술문화의 획일화 역시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비엔날레의 딜레마는 시대를 앞서가는 문화적 흐름과 대중적 시선에 맞는 취향 추구라는 양면성 속에 글로벌리즘이 자리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문화의 확산과 집중, 중앙과 변방 사이에서 포스트코로나를 위한 포스트비엔날레의 특성화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이라는 장르로 특성화를 추구하는 대구사진비엔날레가 9월 10일 시작해 11월 2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로 한해 연기된 탓에 지난해 전시를 준비하던 독일의 브리타 슈미트 예술감독 대신 올해는 심상용 예술감독(서울대 교수) 체제로 전시가 이루어진다. ‘누락된 의제-37.5 아래’라는 주제로 32개국 351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비엔날레에선 주제전시, 특별전시, 포토 월 프로젝트, 연계전시 및 부대행사 등이 진행된다.

전시 주제에 나오는 숫자 ‘37.5’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발열 기준이다. 전시 소개 자료에 나온 대로 “바이러스는 인간과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37.5 아래, 곧 의학적으로는 표준이지만, 우리가 삶의 방식, 문명의 노선을 위탁해온 ‘논란의 여지가 많은 표준’에 대해 전향적인 사유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담긴 시의적절한 주제다.

주제전시에서는 프랑스의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앙투안 다카타가 카메라 너머로 바라본 시선이 주목을 끈다. 그의 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프랑스의 봉쇄된 거리와 여러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황량한 풍경들, 거리를 배회하거나 잠이 든 모습,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와 치료사의 모습을 카메라 렌즈 너머로 응시한다. 그의 시선은 과학의 발전을 환호하며 맞이한 21세기 인류에게 코로나19가 뒤흔든 위기의 현실 속 깊이를 열화상 카메라의 눈을 통해 포착한다.

‘신념’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에선 이기명 사진 전문 큐레이터와 미국의 엘리슨 몰리 큐레이터가 세계 11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18명의 동시대 현실인식을 담았다. 정치와 사회, 경제와 노동, 인간과 종교,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그리고 난민에 대한 시선이 펼쳐진다. 역동적인 영상시대에 ‘순간포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 눈에 담긴 ‘사진의 본성’을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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