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실존인물과 사건을 차용한 오컬트 추리물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실제사건에서 소재를 가져왔는데 워렌 부부의 무수한 사건파일 중 하나이자 역사상 ‘최초의 악마 빙의 살인사건 재판’으로 기록되고 있는 ‘어니 존슨 살인사건’이 그것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목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The Conjuring: The Devil Made Me Do It)

제작연도 2021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11분

장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감독 마이클 차베스

출연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줄리안 힐리어드, 루에이리 오코너, 사라 캐서린 훅

개봉 2021년 6월 3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2013년 시작된 <컨저링>은 비평과 흥행에 있어 두루 좋은 평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속편은 물론 영화 속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을 별도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개별적 스핀오프 작품 <애나벨>, <더 넌>, <요로나의 저주> 등으로 이어졌다. 거의 매년 한편씩 꾸준하게 소개된 작품들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기획 하에 제작됐고, 소위 ‘컨저링 유니버스’로 통칭된다.

‘컨저링 유니버스’에 포함되는 일련의 작품들은 기존의 공포영화들과는 차별되는 몇가지 특징들을 공유한다. 첫 번째는 실제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야기들이란 사실을 적극적으로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사실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 속에 반영된 실제사건의 함량이란 양념처럼 매우 미미한 수준일지만,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자세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형태적으로 집 안에서 벌어지는 하우스 호러의 형태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간을 공유하는 인물들의 관계, 즉 ‘가족애’가 부각된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대중에게 공감을 크게 이끌어낼 수 있는 보편적 정서다.

세 번째는 절제된 잔혹 묘사 수위다.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나 과도하게 폭력적인 장면이 공포영화 장르만의 미덕임과 동시에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요소임을 생각하면 이를 통해 기대되는 확장성이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초의 악마 빙의 살인사건 재판

‘컨저링 유니버스’의 본원이라 할 수 있는 <컨저링> 시리즈는 실존했던 초자연 현상 연구가인 에드 워렌·로레인 워렌 부부와 그들이 1970년대 전후로 직면하며 기록했던 사건들을 차용해 만들어진다.

이번 작품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역시 실제사건에서 소재를 가져왔는데, 워렌 부부의 무수한 사건파일 중 하나이자 역사상 ‘최초의 악마 빙의 살인사건 재판’으로 기록되고 있는 ‘어니 존슨 살인사건’이 그것이다.

1981년 코네티컷주 브룩필드, 악마에게 영혼이 점령당한 열한 살 데이비드(줄리안 힐리어드 분)를 구하기 위해 에드 워렌(패트릭 윌슨 분)과 로레인 워렌(베라 파미가 분) 부부가 구마사제의 도움을 받아 의식을 진행한다. 하지만 강력한 악마의 저항에 데이비드와 주변 사람들은 위기에 처하고 데이비드의 누나와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어니 존슨(루에이리 오코너 분)은 다급한 마음에 악마를 자신의 몸에 끌어들인다. 그렇게 사태는 진정되고 데이비드는 완쾌됐지만, 얼마 뒤 어니는 함께 일하던 동료를 칼로 무참히 난자해 죽이고 이는 자신의 몸에 붙은 악마의 소행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193년 역사를 가진 브룩필드 역사상 처음 벌어진 살인사건이었다.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을 뒤쫓던 워렌 부부는 이전에 발생했던 유사한 사건 기록을 발견하고, 이것이 단순한 우연에 의한 사고가 아님을 직감해 가려진 어둠의 힘을 뒤쫓는다.

‘엑스파일’ 속으로 뛰어든 ‘부부 탐정’

매번 워렌 부부가 겪은 ‘가장’ 끔찍한 경험이란 수식으로 시작하지만, 이번에는 여기에 단순한 구마의식의 대상 정도로만 취급받아오던 ‘악마 들림’ 현상이 현대적인 법정 위에서 진위를 평가받았다는 사실이 더해져 관객들에게 새로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공포영화라는 장르적 의무감 안에서 만개한 상상력이란 점이다.

속편답게 더욱 잔혹하고 막강한 물리력을 동반한 심령현상이 묘사된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배후가 특정되고, 이것을 쫓는 과정은 더욱 험난해졌다. 덩달아 무대도 확장됐다.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고, 이것을 쫓아 비밀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은 이전까지 봐왔던 심령물보다는 차라리 범죄수사물에 가까워 보인다. 동의 반복적인 패턴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시리즈의 한계를 극복해보고자 나름의 변화를 꾀한 흔적으로 읽힌다. 덕분에 이전과는 다르게 역동적 활약상을 펼치는 워렌 부부를 구경하는 재미는 이색적이다. 반면 로그라인에 앞세웠던 ‘초자연적 사건 대 법정’이라는 기본적 요소와 기대는 심각하리만큼 간과되는 아쉬움이 동반된다.

앞선 작품들이 만족스러웠다면 이번 작품도 충분히 즐길 만할 것이다.

할리우드의 아시아계 태풍 ‘제임스 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작자 제임스 완은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의 화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가족이 호주로 이민 가면서 그곳에서 성장해 현재까지도 호주 국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다.

스물여섯 살이던 2003년, 절친 리 워넬과 함께 연출한 단편영화로 주목받은 후 이듬해 이를 장편으로 확장한 동명의 영화 <쏘우>의 성공으로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행보는 말 그대로 승승장구다.

뒤를 잇는 <쏘우>의 속편들에선 제작과 기획에만 참여했지만, 2010년 7편까지 매년 10월 말 개봉했다. 젊은 관객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내며 핼러윈 명절의 새로운 전통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는 8편 <직쏘>(2017)와 지난달 개봉한 스핀오프이자 최신편인 <스파이럴>까지 이어지며 여전히 2000년대를 대표하는 공포영화 시리즈임을 과시했다. <쏘우> 시리즈 제작과 병행해 연출한 <데드 사일런스>(2007)와 <인시디어스>(2010) 시리즈는 동양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심령물들로 또 다른 대표 공포영화 프랜차이즈가 된 ‘컨저링 유니버스’의 모태라 할 수 있다.

제임스 완이 단순한 연출가 이상의 평가를 받는 것은 제작자로서의 뛰어난 안목과 지휘능력 때문이다. 이번 <컨저링 3>에서 확인할 수 있듯 다른 이에게 메가폰을 넘기고 제작과 기획에만 참여하더라도 애초 자신이 구축한 영화세계의 분위기와 완성도를 확보해낸다.

이런 일련의 작품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선보인 액션대작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이나 DC의 히어로 영화 <아쿠아맨>(2018)의 천문학적 성공은 그가 공포영화에만 특화된 감독이 아님을 증명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시네프리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