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개인전 ‘색계’ 연 현직 목수 이정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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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로 일하며 현장에서 즉흥적 작품 제작”

어떤 도구로 작업했냐고 묻자 이정호 작가(50)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지난 4월 21일까지 <색계>라는 이름의 개인전을 연 그는 본업인 목수로 인테리어 현장을 다니면서도 영감이 번뜩일 때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작업을 이어간다. 직접 찍은 사진이나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 파일을 나름의 방식으로 편집·가공해 만들어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전시의 대표작인 ‘휴식’ 역시 대칭으로 배치한 나신(裸身)을 캔버스 위에 디지털 프린팅한 작품이다. 이 작가는 “즉흥적인 인상에 따라 작업한 결과여서 표현은 다양하지만, 작품 내적인 깊이가 결여돼 있다”며 스스로 한계를 토로하면서도 첫 전시를 통해 보완할 점을 찾았다며 눈을 빛냈다.

[주목! 이 사람]첫 개인전 ‘색계’ 연 현직 목수 이정호 작가

이 작가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갤러리 관장을 지내면서 숱한 전시를 기획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도 정작 본인의 첫 개인전에서는 작품과 전시 모두 완벽하지만은 않았다고 자평했다. 그럼에도 그는 페이스북 ‘인싸’로 활동해온 덕분인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려진 자신의 작품세계를 보러온 관람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구상이나 제작과정을 페이스북에 많이 올리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와준 관람객들 덕에 내 작품이 하나의 완결된 의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는 각자의 마음속에서 다양한 갈래로 해석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시 제목이나 SNS에서 그가 표방하는 작품 기획·제작 방향만 봐도 그의 작품들이 ‘에로틱’한 도발적인 특색을 띨 것으로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막상 전시장을 둘러보면 낯 뜨거워질 장면을 담은 작품은 없다. 얼핏얼핏 굴곡진 엉덩이나 사타구니를 닮은 곡선의 형태가 눈에 띄지만 어떻게 보면 초현실적이고, 또 다르게 보면 추상적이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형태와 색채를 변형하고 왜곡시키는 작업을 거치며 보통의 회화 같은 기존의 작업방식보다 극히 짧은 시간 안에 소요시간을 줄일 수 있음을 체감했고, 나는 이 무한히 증식 가능한 이미지 중 하나를 선택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내가 가진 예술적 관심이 에로티시즘으로 수렴되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는 전시에서 에로티시즘에 바탕을 둔 작품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한편으로 여러 다른 색깔의 작품들도 함께 선보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 뒤 관객들에게서 오는 반응을 통해 내년쯤으로 계획 중인 프랑스 초청 전시의 밑그림을 그려보려는 것이다. “물론 그러다 보니 전시의 일관성이 다소 떨어진 것 같다는 교훈도 얻었다”는 그는 “다음 전시에선 디지털 기반의 작품이 가진 특성을 더욱 여러모로 활용해 다양한 기법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하는 현직 목수이기도 한 생활형 예술가라 그런지 계획 중인 다음 전신 일정도 다른 차원에서 현실적이다. 그는 옆에 있는 아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일해서 열심히 모은 돈으로 1000만원 만들면? 그땐 마님 허락받을 수 있겠죠.”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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