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에서도 미술시장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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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가 개최될 때마다 각 도시의 미술관, 학교, 갤러리, 미술기관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미술애호가를 위한 전시와 이벤트를 준비한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화되면서 각 나라는 전염병을 대비하기 위해 국가를 봉쇄하고 출입을 차단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물론, 각 지역축제, 공공기관 및 레스토랑은 문을 닫아야 했다. 미술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거의 매달 있던 전 세계의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들이 취소되면서 오프라인 미술시장은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 온라인 활동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줌(Zoom), 웨비나(Webinar), SNS 등 웹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접속이 오히려 더 쉽고 빨라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미술품 현장경매가 어려워지자 서울옥션은 ‘서울옥션블루’를 론칭해 온라인상에서 중저가 작품거래를 시작했다. / 박병률 기자

코로나19로 미술품 현장경매가 어려워지자 서울옥션은 ‘서울옥션블루’를 론칭해 온라인상에서 중저가 작품거래를 시작했다. / 박병률 기자

미술시장은 1차 미술시장과 2차 미술시장이 있다. 1차 미술시장은 갤러리 또는 갤러리가 한자리에 모여 단기간 미술작품 판매를 하는 아트페어다. 2차 미술시장은 N차 마켓, 당근마켓처럼 구매했던 작품을 다시 판매하거나 누군가가 소유했던 작품을 재구매할 수 있는 옥션, 경매시장을 말한다.

1차 미술시장

지난해 전 세계의 아트페어들은 온라인으로 아트페어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뷰잉룸(Viewing Room)을 론칭했다. 아트바젤 홍콩을 시작으로 온라인 뷰잉룸이 시작됐고, 프리즈 아트페어도 지난해 5월 ‘프리즈 뉴욕’을 위해 처음으로 프리즈 뷰잉룸을 도입했다. 미술작품을 실제로 감상하는 것보다 못하지만 그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시스템을 동원했다. 작품을 초고화질로 업데이트하고, 각각 다른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다른 각도로 찍은 여러장의 사진을 제공하며 작품 사이즈를 가늠해 보기 위해 일정 사이즈의 의자를 배치했다. 실제 아트페어보다 작품을 평가하기에 편리한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했다. 가령 관심 있는 작가를 검색해 그 작가의 작품을 먼저 볼 수 있다든지, 구매하고 싶은 가격대의 최소금액과 최대금액을 설정해 본인의 예산 내의 작업을 먼저 볼 수 있다든지, 본인이 ‘좋아요’를 눌러놓은 작업만을 모아 감상을 한다든지 말이다. 첫 시도였던 만큼 크고 작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문제점을 고쳐 나갔다.

구매자들은 온라인 뷰잉룸 프로그램을 통해 대형 블루칩 갤러리들의 고가작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많은 중소갤러리도 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전 세계의 새로운 구매자를 만나는 기회를 얻게 됐다. 온라인 뷰잉룸 플랫폼은 앞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오프라인과 동시에 진행될 전망이다.

2차 미술시장

경매시장 역시 디지털화로 대응했다. 글로벌 메이저 경매회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 필립스는 온라인으로 경매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고,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을 했다. 2017년 여름 뉴욕의 크리스티를 방문해 당시의 온라인시장의 규모 및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온라인을 통해서는 일정 가격 미만의 작품만이 판매됐다. 고가의 작품은 직접 보고 사는 것이 당연시됐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거의 모든 미술시장이 온라인화됐다. 2020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경매는 전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온라인 경매의 매출 또한 전년 대비 급증했다. 소더비는 전년 대비 475%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고가로 경매된 작품은 지난해 6월 경매에서 판매된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으로 920억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온라인 경매인 ‘라이브 옥션 포맷’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프리즈 아트페어’의 뷰잉룸에 접속하면 집에 앉아서도 현장에 가듯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권민주 제공

‘프리즈 아트페어’의 뷰잉룸에 접속하면 집에 앉아서도 현장에 가듯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권민주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매년 미술시장 실태조사를 한다. 2019년 미술화장 실태조사를 보면 최근 5년간 작품거래가 급격하게 늘었다. 다만 거래금액은 비슷했다. 거래된 작품의 가격대가 낮아지고, 사람들이 더 구매하는 추이였다는 얘기다. 특히 젊은층의 유입이 빠르게 확산되는 게 특징이다. 미술품 판매시장의 온라인화는 미술시장 전반에 세대교체를 앞당기고 다양한 문화소비층을 끌어들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소비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태다. 하지만 소득 양극화로 인해 고가 미술품 수요가 증가하고,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테리어 차원에서 미술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아트토이, 스트리트 아트 등 작가와 컬래버레이션한 작품들이 인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어반 브레이크 아트아시아’라는 아트페어가 생기기도 했다. 몇년 전 국내의 메이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은 ‘서울옥션블루’를 론칭해 중저가 작품거래를 시작했다. 고가 미술품의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고, 저가 미술품의 판매가 대중화되면서 미술소비자가 넓어지는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 초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국제 아트페어는 줄줄이 연기된 상태다. 매년 1~2월에 열리던 타이베이 당다이와 프리즈 LA는 올해 7월로 연기됐다. 3월 열리던 아트바젤 홍콩은 올해 5월로 연기가 됐다. 다만 한국화랑협회에서 진행하는 화랑미술제는 예정대로 올해 3월에 열릴 예정이다. 때문에 화랑미술제는 지난 1월 진행된 싱가포르의 ‘씨 포커스 아트페어’ 이후 열리는 두 번째 주요 화랑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권민주는 아트부산 사무국 팀장을 거쳐 부산화랑협회 사무국장을 맡아 아트페어 운영 및 전시를 기획했다. 뉴욕 소더비 인스티튜트(Sotheby’s Institute of Art)에서 미술사를 수료했다.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아트페어(런던·마스터스·뉴욕·LA)에서 한국 VIP를 담당하고 있다.

<권민주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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