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받는 아파트를 위한 변명
<아파트가 어때서> 양동신 지음·사이드웨이·1만7000원
아파트는 중산층으로 인정받으려는 이들의 욕망의 대상이자, ‘성냥갑’으로 불리기도 하는 경멸의 대상이다. 10년 넘게 세계 각지에서 터널과 교량, 댐과 항만, 지하철을 지어온 엔지니어인 저자는 아파트를 향한 부정적인 시각의 근저에 ‘친환경성’에 대한 해묵은 오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풀지 않고서는 사회 인프라의 발전을 위한 에너지를 결집할 수 없다고 말한다. 4대강 사업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토건 사업을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 인프라가 없었다면 산불 현장에 전국의 소방차가 집결할 수 있었을까라고 묻는다. 탄소 절감 효과가 큰 철도와 개발 중인 하이퍼루프와 같은 신기술도 토목에 기대고 있다. 회색빛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생명과 환경을 보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생각에서 고층 아파트가 한정된 자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가장 진보적인 방식이며, 앞으로 건물의 용적률을 높이고 건폐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녹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텐 드럭스 | 토머스 헤이거 지음·양병찬 옮김·동아시아·1만7000원
평균적인 미국 노인은 하루 약 10개의 약을 먹는다. 하루 2개의 알약을 먹는다면 평생 약 5만개 이상을 먹게 된다. 감기만 걸려도 의원을 찾는 한국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약에 의존한 현대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인류문명에 큰 영향을 준 10가지 약을 선정해 보여준다. 각각의 약이 개발되는 과정, 그 후 달라진 세상의 모습과 함께 약이 지닌 어두운 그림자도 소개한다. 약의 부작용을 키우는 거대 제약 산업의 부조리함도 고발한다.
▲기후정의선언 | 우리 모두의 일 지음 이세진 옮김·마농지·1만원
저자는 프랑스 환경단체로 기후 대책을 세우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책은 기후소송을 뒷받침하기 위해 230만명의 서명을 받아 발표한 선언문이다. 기후위기의 주범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기후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냄새 | A. S. 바위치 지음·김홍표 옮김 세로·2만2000원
특정한 수의 이중결합이나 탄소 사슬에 지나지 않는 냄새가 장미나 복숭아 같은 이미지를 만든다. 같은 향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냄새가 기억을 소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책은 냄새의 본질을 과학, 철학, 역사, 심리학을 통합해 탐구한다.
▲물속에 쓴 이름들 | 손호철 지음·이매진·1만8000원
정치학자가 쓴 이탈리아 여행기이다. 예술과 미식의 나라를 넘어 사상의 나라로서의 이탈리아를 소개한다. 마키아벨리와 그람시를 중심축으로 단테, 갈릴레오, 레오나르도 다빈치, 주세페 가리발디 등을 반동의 시대를 살아간 시대의 반항아로 소개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