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힘을 보탠 이들의 삶을 그린 중국 관영방송 CCTV 드라마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가 소셜미디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여성을 비하하고 수동적인 존재로만 그렸다는 지적이다. 최근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이 드라마를 체제 선전의 도구로 삼으려 했던 중국 정부가 성차별적인 인식만 재차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싸운 이들의 삶을 그린 중국 CCTV 드라마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의 한 장면 / CCTV 캡처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는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중국 최초의 방송물이다. 7부작 일일드라마로 제작됐으며, 9월 17일(현지시간) 처음 방송됐다. 앞서 같은 달 1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은 “코로나19와 싸우는 중국의 정신, 전국적인 연대, 자기희생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첫 회부터 여성을 비하하는 이야기 전개로 역풍을 맞았다.
제1화 ‘역행’은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진 후베이성 우한에 긴급 방역 물품을 운송할 사람을 모집하는 과정을 그렸다. 첫 에피소드 속 여성 캐릭터들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도 가족에 매여 있는 존재, 혹은 남성을 보조하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한 여성이 가족들이 새해 모임을 기다리고 있다며 운송 작업을 꺼리는 장면이 논란이 됐다. 이에 관리자는 “지원자는 죄다 남자들뿐이다. 여기 합류할 여자는 아무도 없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자원하겠다는 여성이 나타나지만, 옆에 있던 동료들이 나서서 “가정이 우선”이라며 말린다. 다른 장면에서는 남성 의사가 여성 동료에게 “당신은 여자니까 그냥 옆으로 비켜서 보조를 하라”고 말한다.
누리꾼들은 관련 통계를 언급하면서 드라마가 현실과 다르게 여성의 헌신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보건당국 집계에 따르면 우한에 파견된 4만2000명 의료진 중 여성 비율은 70%에 달한다. 간호사로 한정하면 여성 비율은 90% 이상으로 훨씬 높다. 일부 누리꾼은 7부작 드라마를 14부작으로 연장해 여성들의 헌신을 제대로 그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여성 의료진의 희생을 선전했던 중국 정부 행태를 거론하며 모순된 태도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월 현지 관영매체들은 간호사 삭발 영상을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공개했다. 현지 언론은 간호사들이 위생과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스스로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으며, 당시 정부 당국은 방역 실패 책임을 피하기 위해 여성의 몸을 선전도구로 활용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드라마 방영 초반 평가는 좋지 않았다. 시청자 평점사이트 더우반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2.4점이었다. 주말 사이 더우반의 평점 매기기 기능은 삭제됐다.
제작·방영사인 CCTV는 웨이보에 광범위하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총괄 제작자는 “어떤 작품이건 비난할 구석은 있다. 해석은 개인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으로 작품을 수출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