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2: 정상회담 - 잠수함에 납치된 3국 정상들의 선택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제목 : 강철비 2: 정상회담 (Steel Rain 2: Summit)

제작연도 : 2019

제작국 : 한국

상영시간 : 131분

장르 : 액션, 드라마

감독 : 양우석

출연 :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 앵거스 맥페이든

개봉 : 2020년 7월 29일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주)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주)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2017년 12월 영화 <강철비>가 개봉됐다. 감독이 직접 작가로 참여했던 웹툰 ‘스틸레인’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남북관계를 직접적인 소재로 등장시키는 과감한 설정과 현실적 공감을 이끄는 이야기 전개로 주목을 받았다. 영어 제목인 ‘Steel Rain’은 실제로 존재하는 클러스터형(形) 로켓 탄두의 별칭이기도 하다. 남과 북을 둘러싼 현재의 정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무서운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직접적 의미로 사용됐다.

3년이 지나 공개된 <강철비 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 2>)은 <강철비>의 속편을 표방하고 있지만 남과 북의 대립과 긴장에서 파생된 이야기라는 점을 제외하면 별개의 영화라 봐도 무방하다.

전편의 배우들 역시 상당수 다시 출연하지만, 배역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 특히 주연을 맡은 두 배우 정우성과 곽도원은 진영이 뒤바뀌었을 뿐 아니라 신분의 격차도 커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주변의 조연급 배우들 역시 재배치되거나 새롭게 추가되었는데 감독은 의도적으로 앞서 출연했던 배우들을 우선적으로 섭외했다고 한다. 전편을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이런 캐스팅의 면면을 짚어보는 것도 큰 재미일 것이다. 여러 면에서 ‘상호보완적인 속편’이라는 제작진의 표현은 유효해 보인다.

모처럼 시도되는 한국 잠수함 액션영화

오랜 기간 뜸을 들여오던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 드디어 현실화되고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분)는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북한 원산으로 향한다. 하지만 북한 최고위원장 조선사(유연석 분)와 미국의 대통령인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분)는 각자의 주장과 반목을 거듭하고 합의는 묘연하기만 하다. 한편 혈맹 중국과의 동맹을 이어가는 것만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 믿으며 핵 포기를 반대하던 북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 분)는 북·미 평화협정에 반대해 쿠데타를 일으켜 회담장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그에게 납치된 세 명의 정상은 북 핵잠수함 백두호에 감금되고, 그동안 고수해왔던 표면적 국익과 명분에서 벗어난 전혀 다른 양상의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두 개의 축으로 확연히 구분되어 진행된다. 하나는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 장르영화로서의 본분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특히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모처럼 ‘잠수함 액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한정되고 협소한 공간인 잠수함 내부는 보여줄 수 있는 것의 한계 대신 치밀한 각본이 더해진다면 훨씬 강력하고 스릴과 긴장감을 유도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실제로 잠수함을 소재로 했던 대부분의 유명 영화는 이를 성취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런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강철비 2>에서 잠수함은 그냥 ‘갇혀 있는 곳’ 이상의 의미까지 와닿지 않는다.

또 하나의 축은 현실에 기반을 둔 다양한 인물·사건 등의 설정과 설계다. 여기엔 대통령 일가의 일상을 서민적으로 묘사하는 희극적 판타지부터 자주 통일을 재규정하고 지향해야만 하는 필연적 가치까지 광범위한 영역이 두루 포함된다. 사실 이런 요소들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으로 읽히는 것은 당연하고 어쩌면 이 작품이 만들어진 이유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지 모른다.

목적의식 과잉에서 비롯된 거북함

생계형 속물 변호사가 점차 정의로운 인물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그린 데뷔작 <변호인>(2013)부터 두 번째 작품 <강철비>까지 일관되고 뚜렷한 노선을 지켜온 양우석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더욱 거대한 담론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해외의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갈 수 있는 길은 전쟁, 북의 내부 붕괴, 평화적인 비핵화, 한국의 핵무장에 의한 핵 균형으로 인한 평화. 이 넷 중 하나라고 보았다. <강철비>가 전쟁과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이슈를 다루었다면 <강철비 2>는 북의 내부 붕괴와 평화적인 비핵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고 감독은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시각과 주장이 너무 극단적으로 강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장르영화라는 형식적 틀 안에서 본다면 이번 작품의 그것은 더욱 이질적이며, 그래서 거북하게 도드라져 보인다. 과연 관객들 입장에선 이런 불균질하게 뒤엉킨 포석에 얼마나 공감할지는 의문이 든다. 이는 작품을 수용하는 입장과 평가에 있어도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 분명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북한 1호’

(주)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주)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강철비 2: 정상회담>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많은 부분에서 현실적 정치상황을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역에 전혀 상이한 이미지의 배우인 유연석을 기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애초 감독은 특정 인물에 국한되지 않길 원했다고 했는데, 이름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 ‘북한의 역사’를 뜻하는 ‘조선사’로 명명하고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는 캐릭터로 재창조했단다.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꽤 있지만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면 김정은이 직접적으로 등장하거나 언급되는 극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2013년 개봉한 할리우드 액션영화 <지.아이.조 2>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마련한 비핵화 회담 장면에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중국의 정상들과 함께 북한의 최고위원장이 잠시 등장한다. 정황상 김정은을 대신하는 배역이지만 외모도 상이하고 구체적인 이름 역시 등장하진 않는다.

<강철비>(2017)에서도 개성공단 행사에 참석했다가 공격을 당해 의식불명인 채 남쪽으로 옮겨지는 최고지도자가 등장하지만, 영화 내내 ‘북한 1호’로만 칭해지며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다.

김정은의 등장으로 가장 화제가 됐던 작품은 2014년 공개된 미국 코미디 영화 <더 인터뷰>일 것이다. 김정은을 인터뷰하러 북으로 떠나는 토크쇼 팀이 암살제의를 받게 된다는 설정의 이 영화는 김정은과 북한 체제뿐 아니라 미국까지 희화화하는 데 주력한다.

어떻든 북한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직·간접적인 방해 공작을 펼쳤고, 결국 전 세계 63개국에서 개봉 계획은 취소되고 축소 공개되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시네프리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