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한 영향력이 ‘가요계’라는 테두리를 뛰어넘었다. ‘#BlackLivesMatter(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M)’라는 해시태그로 이어지고 있는 흑인 인권 운동에 방탄소년단이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기부하며 전 세계의 지지와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방탄소년단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 단속 과정에서 흑인이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이번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미국 전역을 넘어 세계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K팝 스타를 향한 BLM 지지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팝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글로벌 장르로 발돋움하면서 그 영향력을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K팝 아이돌 공식 사이트는 물론 대형 커뮤니티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BLM에 기부를 요청하거나 청원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가수 박재범의 힙합 레이블 ‘하이어 뮤직’과 그룹 갓세븐의 멤버 마크는 각각 2만1000달러(약 2540만원)와 7000달러(약 846만원)를 BLM 측에 기부했다. 싸이·보아·씨엘·에릭남·제시·마마무·NCT·레드벨벳 등 수많은 K팝 가수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BLM 운동 지지선언을 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보여준 것은 방탄소년단이다.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4일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BLM 측에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기부했다. 이는 곧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의 즉각적인 지지를 이끌었다. 전 세계 아미가 힘을 모아 바로 다음 날 방탄소년단과 같이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방탄소년단 팬들이 운영하는 소액기부 프로젝트 ‘원 인 언 아미(One in an ARMY)’는 지난 6월 1일 팬들의 요청에 따라 BLM 측에 소액기부를 할 수 있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BLM 측과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시민자유연합(ACLU) 등 기부처에 기부금을 나눠 전달할 수 있는 페이지다. 이를 통해 나흘 반 동안 5만 달러(약 6025만원)가량 모였다. 방탄소년단의 100만 달러 기부 소식이 전해지자 ‘100만 달러를 맞추자’는 뜻이 모아졌던 것. ‘매치어밀리언(#MatchAMillion)’ 해시태그를 전파하며 모금에 속도가 붙었고, 24시간 만에 81만 달러가 넘는 기부금이 모일 수 있었다.
앞서 코로나19 시국에도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은 빛났다. 멤버 슈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아미도 적극적으로 나서 후속 기부가 쇄도했다. 방탄소년단 서울 콘서트가 코로나19로 취소된 후 환불금을 성금으로 내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5억원 이상의 금액이 기부됐다.
아이돌 그룹의 말과 행동 하나가 각국 팬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대다. 연예인이 사회·정치적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것이 국내 연예계 암묵적인 룰이었으나, 방탄소년단은 팬들의 선한 영향력을 이끄는 선택을 했다. 팬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진 방탄소년단의 BLM 지지는 K팝 스타의 힘이 단순한 ‘연예인’의 타이틀을 넘었음을 보여줬다.
<김원희 스포츠경향 기자 kimw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