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연쇄살인, 인간의 나약함과 악마성
입주민이 적은 한적한 맨션에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갈고리에 입이 꿴 참혹한 형상으로 복도에 매달린 알몸의 시체 곁엔 삐뚤빼뚤 어린아이가 쓴 듯한 쪽지가 붙어 있다. “오늘 개구리를 잡았다.… 입에 바늘을 꿰어 아주아주 높은 곳에 매달아 보자.” 이런 흉악 범죄가 일어나면 으레 공권력의 관리 태만이나 범죄물의 악영향을 비롯해 몰인정한 사회 분위기를 힐난하기 일쑤였던 언론마저 공손한 태도로 조속한 해결을 바라고 있어 역설적으로 사건의 흉흉함은 갈수록 배가되고 있는 상황. 이윽고 첫 챕터명인 ‘매달다’에 이어 ‘으깨다’, ‘해부하다’, ‘태우다’에 정확히 부합하는 연속 살인이 벌어지면서 한노시(市) 지역사회는 패닉에 빠진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한국어판 표지 / 북로드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작으로 <안녕, 드뷔시>가 선정되며 데뷔한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데뷔작은 사실 이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될 수도 있었다. 최종 심사까지 두 작품이 경쟁을 벌였다는 유명한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 역시 <안녕, 드뷔시> 못지않은 수작이자 신인 작가 특유의 야심이 가득 담긴 또 하나의 데뷔작이라 할 만하다. 이야기는 무자비하게 훼손된 시체와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한 잔인함을 직조하며 우선 정신이상자의 살인으로 문을 연다. 하지만 곧 실정법의 함정에 메스를 들이대는가 하면, 연쇄살인만으로 일순간 폭동에 이르고 마는 일본 사회의 위태로운 기저에까지 다다른다. 게다가 이 모두는 신인의 분방한 야심에 그치지 않고, 작품의 주제는 물론 최후의 순간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미스터리의 재미와 작중 연쇄살인의 입체적 함의까지 정확히 관통한다.
세 번째 피해자가 발견된 시점, 그 전까지는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이던 피해자들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설마 하던 그 연결고리란 살인범이 일본어의 50음순, 즉 ‘아이우에오’ 이름순으로 범행 대상을 고른다는 것. 고작 이름에 따라 다음 차례는 자신이나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공표되면서 한노시에 적을 둔 시민 사이엔 곧 공포가 팽배한다. 곧이어 무능한 경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더니 마침내 경찰이 비밀리에 작성했다고 알려진 심신상실자 명단을 공개하길 바라는 시민이 경찰서에 강제로 침입한다.
그렇다고 잔인한 연쇄살인과 일본 형법 제39조, 즉 “심신상실자에게는 책임능력이 없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를 엮어내며 ‘사회파 미스터리’의 면면에만 집중한 것도 아니다. 정의감 넘치는 신참 형사 고테가와와 베테랑 형사 와타세가 사건의 진상을 쫓는 한편, 친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하는 아이 나쓰오가 또래를 살인하게 되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하며 심신상실을 이유로 다시금 사회로 나왔을 나쓰오의 정체를 교묘하게 병치한다. 아버지로 인해 망가진 살인범의 마음속을 헤집는 동시에 진범의 정체를 서서히 소환함으로써 마침내 스산한 전율마저 일으키는 것이다. 심지어 작품 중반 일찌감치 진범의 정체를 드러내는 전략은 신인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노회하기까지 하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살인사건에 마침표를 찍은 다음에도 몇 번의 반전을 더하며 인간의 나약한 마음과 극단까지 다다른 인간의 악마성을 그야말로 처절하게 대비시킨다. 어린아이에 대한 성적 학대를 비롯해 경찰서 폭동, 살인범과 육탄전을 벌이는 고테가와 형사의 액션 역시도 생생한 묘사 덕에 절망적인 기운이 피부에 에일 듯 느껴진다. 무엇보다 단 아홉 글자로 이루어진 작품의 마지막 한 줄이 주는 충격은 오래도록 기억될 만하다. 과연 거대한 야심을 모두 그러모은 결정체, 걸작이다.
<강상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