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 중 하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노래방이란 참 묘한 공간이다. 사방이 막혀 있는 좁고 어둡고 답답한 방, 노래를 하기에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굳이 이 작은 방까지 찾아와 노래를 부른다. 어쩌면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노래를 부르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 노래를 핑계로 숨을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일지도 모른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바로 이러한 노래방을 배경으로,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삶의 풍경을 담아낸 연극이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제공
무대 한가운데에는 실제 노래방 기계와 모니터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 테이블과 의자까지 갖추고 있어 관객들이 극장이 아니라 실제 노래방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등장인물 대부분은 노래를 부르러 이곳에 왔다기보다는 뭔가 이야기할 곳을 찾아 들어온 듯한 인상을 준다.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적당한 소음이 대화를 가려주는 이곳이야말로 그들에게는 눈치 보지 않고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이 작은 방안을 배경으로 아버지와 아들, 젊은 연인, 중년의 커플, 동년배 친구들이 차례차례 드나들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속마음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노래방 무대에서 펼쳐지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독립적인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또한 새로운 에피소드가 소개될 때마다 앞서 등장했던 인물들의 새로운 인간관계가 제시되면서 앞 장에서 못다 한 사연과 이야기가 새로 추가된다. 청춘과 또래들의 사랑과 고민 그리고 가족애.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잔잔하고 평범한 이야기지만 배경음악처럼 흐르는 노래방 반주와 유행가 가사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친숙하고도 진솔한 울림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이 작품은 노래방이라는 ‘닫힌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무대와 이야기의 운용 방식은 놀라울 만큼 ‘열린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흥미롭다.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방 주인이 이끌어가는 극인데, 놀랍게도 이 역할에는 주어진 대사가 없다. 즉 노래방 주인을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매번 대사와 캐릭터가 달라지는 열린 구조다. 극 중 노래방 주인은 극의 안팎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열린 자세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무대 한편에는 뜬금없는 놀이터가 마련되어 있다. 극 중 이곳은 ‘화장실’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 배우들은 이곳에서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는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기며 마음을 달래고 응어리를 푸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물론 놀이터의 활용 방안 역시 열린 상태이므로 공연 중 배우의 심리상태나 기분에 따라 동선과 이용방식이 달라진다. 사방이 꽉 막힌 작은 방에서 펼쳐지는 열린 구조의 무대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바로 이런 예측불허의 기발함과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관객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연극이다. 3월 8일까지,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
<김주연 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