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RM·지민·뷔·정국·제이홉·슈가·진. 고백하자면 이 일곱 명의 청년들이 세계를 휩쓸고 다니는 동안에 저는 그들의 이름을 다 외우지도 못했고, 얼굴도 잘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올 한 해 과거 그 어느 해보다 더 높이 날아오른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지면에 담기 위해 공부에 나서 겨우 누가 누군지, 성격은 어떤지 정도는 알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이 엄청난 분량으로 남긴 영상 기록들이 도움이 됐습니다. 이 청년들을 직접 만나고 싶었지만 연말 각종 시상식으로 나라 안팎을 넘나들며 이동하는 그들이 짬을 낼 틈은 없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들의 든든한 지원군 ‘아미’들이 최근 그들이 무엇을 하고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상세하게 일러줬습니다. 팬들을 통해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거기에 멤버들의 일상을 기록한 영상도 찾아보다 보니 어느덧 가까운 이웃 같은 느낌조차 들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콘서트나 팬미팅 자리처럼 아주 특별한 때에만 만날 수 있는 환상 속의 스타입니다. 아이돌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겠지요.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노래와 춤으로 현실의 이야기를 합니다. 결코 짧지 않은 데뷔 전 연습기간은 물론 데뷔 후에도 한동안 ‘A급’까지는 오르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까지, 정상에 오르기 위해 편법을 쓰거나 벼락치기 스타의 길을 걷는 대신 한 걸음씩 차분히 올라갔던 과정을 진정성 있게 팬들에게 전달합니다. 어떤 성공이든 가장 확실한 길은 꾸준히 노력해 나아가며 정도를 걷는 것이라는 사실이 쉽게 간과되는 세상이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방탄소년단은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중문화의 꽃인 스타들은 시대를 반영한 모습으로 현현합니다. ‘우상’을 뜻하는 아이돌은 간절한 신앙과 기대를 반영한 과거의 토템이나 석상처럼 드높여지고 화려하게 장식됩니다. 아이돌이 선창하는 노랫말이 주문과 진언처럼 팬들의 입에서 반복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한 모습으로 굳은 채 그대로 머물러 있는 우상과는 달리 현대의 아이돌은 말하고 움직이며 다른 이들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주고받은 ‘선한 영향력’이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세계 곳곳에 미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