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면의 물리학 이론과 법칙
<관계의 과학 > 김범준 지음·동아시아·1만5000원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부터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회현상과 막대한 위력의 자연재해까지…. 작은 부분들이 모여 전체 사건이 되는 이면에 물리학의 이론과 법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조명한다. 복잡한 세상의 숨은 규칙과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요소만을 들여다보고 분석할 것이 아니라 연결망과 연결고리를 찾아 전체의 의미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 통계물리학자인 저자의 시선이다. 상전이·링크·인공지능·중력파·암흑물질 등 과학의 핵심 개념을 소재로 다룬 각각의 글에서 과학적 개념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사회현상으로 연결되는지를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은 1990년대 유행한 벙거지형 모자와 통 넓은 바지가 2019년 다시 유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고, 김정은과 트럼프의 긴장 관계를 보며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호기심과 궁금증을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풀어간다. 이러한 현상들이 물리학의 영역에서 분석되는 과정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선 복잡계라는 시스템의 특성을 알면 도움이 된다. 하나의 존재로는 의미를 읽을 수 없어도, 많은 구성요소가 모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전체 복잡계는 새롭게 거시적인 특성을 만들어낸다. 인간사회 또한 대표적인 복잡계다. 내부 구성요소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한 부분의 변화가 전체적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격변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복잡계 과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런 시각을 활용하면 페이스북에서 공통으로 맺고 있는 친구의 수를 조사해 관계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 강한 신념을 가지고 저항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규모를 통해 현재 홍콩의 시민저항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읽어낼 수 있다.
▲참된 문명은 사람을 죽이지 아니하고 | 고마쓰 히로시 지음·오니시 히데나오 옮김 상추쌈·1만6000원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시대를 앞서 자치와 자연의 가치를 설파한 사상가이자 운동가인 다나카 쇼조의 삶을 조명했다. 풀뿌리 민중의 삶과 자치의 뿌리인 마을, 자연의 은혜로움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곧 국익이고 문명이라고 힘주어 강조한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버스킹! | 백민석 지음·창비·1만5000원
짧은 소설과 음악 에세이를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다. 작가가 이탈리아에서 접한 버스킹 공연에서 영감을 받아 쓴 글들을 묶은 책으로, 다양한 등장인물과 배경이 등장하는 글들의 바탕에는 록 음악과 버스커에 대한 애정과 향수가 짙게 깔려 있다.
▲경제학의 7가지 거짓말 | 제프 매드릭 지음·박강우 옮김 지식의날개·1만6500원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철저하게 통제된 비현실적인 조건에서나 성립하는 이론임에도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쳐 현실 경제를 좌지우지한다. 이처럼 주류경제학을 지배하는 7가지 명제들이 어떻게 해악을 끼쳤는지 실증적 관점에서 파헤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