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가요계 결산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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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가수들의 학사 특혜 논란으로 가요계가 시끄러웠다. 지난 1월 교육부는 전남 나주의 동신대가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은 아이돌 가수들의 출석을 정상으로 처리했다면서 학교 측에 해당 가수들의 학위를 취소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동신대는 교육부에 학위 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를 요청했으나 교육부가 이의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하이라이트의 용준형·윤두준·이기광 등이 학위를 잃었다. 동신대의 허술한 행정은 나아가 대학들의 극성스러운 연예인 유치, 일부 연예인의 쉬운 대학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버닝썬 게이트’ 사건 수사과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한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 김정근 기자

‘버닝썬 게이트’ 사건 수사과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한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 김정근 기자

2월에는 음원 사재기가 다시금 화제로 떠올랐다. 음악팬들은 싱어송라이터 우디의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이 여러 음원사이트 정상에 오른 것을 수상하게 여겼다. 무명이나 다름없는 인물이 이소라·엠씨더맥스 같은 대형 가수들을 제치고 노래 발매 6일 만에 1위를 기록한 것이 영 이상했다. 사재기가 의심될 수밖에 없었다.

우디는 2019년 음원 사재기 논란의 시발에 불과했다. 이후 황인욱·전상근·임재현·장덕철·송하예 등이 동일한 의혹에 휩싸였다. 11월 블락비의 박경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들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사재기 덕분이라는 뉘앙스로 글을 올려 이 문제는 더 크게 공론화됐다. 가수들끼리 불신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기관이 나서서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순위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엠넷의 <프로듀스 101> 방송 화면 / 엠넷 방송 캡처

오디션 참가자들의 순위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엠넷의 <프로듀스 101> 방송 화면 / 엠넷 방송 캡처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로 불린 사건은 가요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운영한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 투약, 성매매 알선, 강간 등 심각한 범죄가 벌어져 왔으며, 이를 경찰이 무마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승리는 빅뱅 탈퇴와 동시에 연예계에서 은퇴했다.

버닝썬 수사를 통해 승리와 친한 동료 가수들이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에서 성관계를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을 공유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 일로 정준영과 FT아일랜드의 전 멤버 최종훈이 구속됐다. 같은 채팅방에 있던 용준형, CN블루 이종현, 에디킴 등은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았으나 대중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태다. 일련의 사건으로 어린 나이에 활동하는 가수들의 윤리 교육이 연예기획사 차원에서 충실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반기에는 엠넷이 음악팬들의 원성을 샀다. 엠넷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담당 PD들이 연예기획사들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경연 참가자들의 순위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수 데뷔에 대한 꿈을 안고 열심히 경합을 벌인 연습생들과 이들의 열정 어린 모습을 응원했던 시청자들은 커다란 실망을 안게 됐다.

우울한 일만 즐비하지는 않았다. 2월부터 5월까지 방송된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은 많은 인기를 얻으며 트로트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방탄소년단은 6월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이틀간 열린 공연을 성황리에 치르며 케이팝의 높은 위상을 선전했다. 2020년은 가요계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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