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혐오를 딛고 일어선 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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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이 아닌 포털사이트로 기사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면서 악성댓글(악플)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기사를 소비하는 독자의 생각과 다르거나 여론을 거스르면 어김없이 악플이 달린다. 웬만한 악플에는 단련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간혹 적극적인 독자들 e메일까지 보내며 부모와 가족을 언급할 때는 슬며시 화가 치밀곤 한다.

JTB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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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JTBC2 <악플의 밤>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이 프로그램은 악플의 최전방에 선 스타들이 직접 자신의 악플을 읽고 해명할 장을 펼쳐주는 콘셉트다. 특히 프로그램의 MC인 설리(본명 최진리·25)는 <악플의 밤>을 대중에게 알린 일등공신이다. 방송 출연 전부터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사였던 설리는 자신을 향한 날선 시선에 미소를 지으며 응수했다. 그는 “설리 최고의 히트작은 인스타그램”이라는 악플을 인정했고 스스로 “관종 인정. X관종 인정”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첨예한 논란을 빚은 ‘노브라’에 대해서도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라며 “오늘도 그 액세서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혀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악플의 밤> 제작진은 프로그램 기획 초기, 악플을 ‘혐오의 또 다른 표현’으로 정의하고 프로그램 정체성에 가장 적합한 MC로 설리를 떠올렸다고 한다. 실제 설리는 여성 아이돌 가수들이 강요받는 모든 구속에서 자유로운 몇 안 되는 가수 중 하나다. 섹슈얼한 이미지가 두드러진 힙합가수와 공개연애를 했고 나이 차이가 한참 나는 선배 연기자들에게 당당하게 “~씨”라고 부르며 동등한 관계임을 강조했다. 속옷을 입지 않은 사진은 애교다. 때로 성적인 상상력을 부추기는 연출 사진으로 성적 정체성을 가진 자아를 과감하게 드러냈다. 25살 여성 최진리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사진이지만 가수 설리라는 이름은 그의 발목을 잡곤 했다.

그렇지만 설리는 수많은 악플에도 표현에 대한 욕망을 멈추지 않았다. 걸그룹의 섹시함을 소비하면서도 그들에게 귀여움과 정숙함, 예의바른 모습만을 보기 원하는 대중의 폭력적이고 이중적인 행태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처해 왔다.

설리 섭외가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단아처럼 통통 튀는 매력을 뽐내긴 하지만 그는 소속 가수 관리로 유명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처음 제작진의 섭외에 난처함을 표한 것도 소속사였다. 정작 설리 자신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듣자 자신이 원했던 프로그램이라며 단번에 출연을 수락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유 모를 수많은 악플에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통한 셈이다.

누군가는 방송에서 전달된 설리의 수많은 언어 중 ‘노브라’만을 기억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진정 어린 고백은 여타 연예인들에게 마치 브래지어처럼 가슴을 옥죄는 듯한 악플에 맞설 용기를 선사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초반 섭외를 거절했던 몇몇 연예인들도 설리가 ‘노브라’를 고백한 첫 방송 뒤 출연을 수락했다고 한다. 브래지어 착용만큼이나 덧없는 악플러들의 ‘키보드 배틀’ 승자는 설리다.

<조은별 브릿지경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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