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의 개발과 달라진 쓰임새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 정승규 지음·반니·1만6000원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 사건으로 마약류와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강한 중독성과 탐닉성이 특징인 이들 약물은 남용되기 쉽고 정신과 육체를 황폐시키기 때문에 위험성도 높지만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들 역시 꾸준히 있어 왔다. 속어지만 환각제의 대명사로도 쓰이는 ‘뽕’이 필로폰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히로뽕’에서 왔다는 사실, 더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 무렵 전시물자 생산에 총동원령을 내리던 일본에서 노동자들 역시 지치지 않고 일하게 하기 위해 이 약물이 개발돼 합법적으로 유통됐다는 사실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저자는 이렇듯 환각물질이 처음 개발될 당시에는 인간이 겪는 끔찍한 통증을 줄이는 등 획기적인 효과를 보였지만 중독자를 양산하는 폐해가 커지면서 법으로 규제된 역사적 맥락까지 보여준다.
책에서 보여주는 12가지 약의 범주는 환각제 외에 항생제와 말라리아 치료제처럼 그 자체로 인류의 사망률을 극적으로 낮춘 약을 포함해 비아그라처럼 ‘사랑의 묘약’으로 대접받는 약까지 포함한다. 독소인 보툴리눔톡신에서 유래한 보톡스가 근육을 펴는 역할을 하고, 그 결과 얼굴의 주름을 없애는 미용 목적으로 쓰이게 된 것처럼 실생활에서 본래의 개발 목적과는 조금씩 방향을 달리하게 된 약들의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이렇듯 지금은 흔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약들이 어떻게 처음 만들어지고 쓰이게 됐는지를 풍부한 설명과 함께 보여준다. 그래서 약 한 알의 역사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약은 출시된 순간부터 계속해서 부작용은 줄이며 효능은 높아지도록 개량되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영향이 나타나 폐기되거나 범죄에까지 활용되었던 것이다. 약사로 일하는 저자가 자신이 현장에서 겪은 체험과 함께 약학계의 최신 연구동향을 담아 가까운 미래에는 어떤 약들이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 나타날지도 들어볼 수 있다.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 | 오광수 지음·애지·1만원
오광수 시인이 낸 첫 시집이다. 아름다움과 덧없음의 ‘꽃’과 오램과 깊음을 상징하는 ‘땅’을 통해 매혹과 불안 같은 사랑의 다층적 면들이 결국 삶을 살게 하는 근원적 힘이라고 노래한다. 실존적 차원의 아름다움을 역동적 에너지가 가득한 언어로 그려냈다.
▲독의 꽃 | 최수철 지음·작가정신·1만5000원
정밀한 언어와 실험적인 문체를 통해 인간 본연의 문제를 탐구해온 작가 최수철이 5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몸 속에 독을 지니고 태어나 그 독을 점점 키우다가 결국 독과 약을 동시에 품고서 죽음에 이르는 한 남자의 괴이하고도 신비로운 이야기다.
▲노래하는 페미니즘 | 박준우 지음·한길사·1만4500원
대중음악계에서 여성운동에 나선 역사는 생각보다 더 길다. 시민권 운동에 동참했던 니나 시몬, 빌리 홀리데이부터 최근 많은 사랑을 받는 비욘세, 자넬 모네까지 ‘팝 페미니즘’의 역사와 음악적 성과,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짚어본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