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창작팀 ‘화수분제작소’ 김현우씨“인천의 역사, 보드게임으로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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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보드게임 전용 카페도 성행했다.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모바일 게임이 나오면서 보드게임의 인기는 식었고 수요도 줄었다. 이제는 철 지난 유행가 신세가 된 보드게임에 꽂힌 젊은 예술가가 있다. 올해

5월 결성된 문화콘텐츠 창작팀 ‘화수분제작소’의 멤버 김현우씨다. “문화콘텐츠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오고 있어요. 그 중엔 활자도 많고요. 그런데 보드게임 형식은 흔하지 않더라고요. 새로운 걸 해보자 해서 시작했습니다.”

[주목! 이 사람]문화콘텐츠 창작팀 ‘화수분제작소’ 김현우씨“인천의 역사, 보드게임으로 재현”

보드게임 <모던인천>은 김씨가 속한 화수분제작소의 첫 번째 창작 프로젝트다. 한반도 내 근대문화와 문물이 오고간 최초의 도시 ‘인천’을 재조명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마침 김씨를 포함한 화수분제작소 멤버 3명 모두가 ‘근대’라는 시기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였다. 당시 인천의 위상은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불리는 지금과 달랐다. 서양문물이 밀려 들어왔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문화가 꽃폈다. <모던인천>은 이 시기를 배경으로 만든 게임이다. 동아시아 3국을 포함한 국제 상인 6명이 보드게임판 속 항구도시 인천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김씨는 “이렇게 재밌고 훌륭한 콘텐츠가 연구자료 속에 그냥 묻혀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인천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이 게임 속에서 충실히 재현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화수분의 첫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각자 개성 강한 멤버들이 ‘원팀’이 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팀원 모두 동등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보니 한 가지 사안을 결정하는 데에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았던 사이지만 ‘일’을 함께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논쟁이 이어졌고 갈등도 반복됐다. “잦은 의견충돌이 있었지만 필요했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시간 효율성이 떨어졌을지 몰라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최선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화수분이 더 단단해졌다는 거죠”

콘텐츠 창작은 김씨의 오랜 바람 중 하나였다. 대학 시절엔 ‘문화시사’를 다룬 웹진 기자로 활동했고, 졸업해서는 공공데이터를 콘텐츠로 재가공하는 일을 했다. 프리랜서로 대필 업무를 하다 동네잡지를 만들면서 꿈을 키웠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해 스스로 생존 가능한 ‘화수분제작소’로 만드는 게 그의 첫 목표다. 프로젝트 <모던인천>이 갖는 의미가 각별한 이유다. “국내에서 문화콘텐츠 창작만 해서 먹고살기는 어려워요. 대부분 공공기관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생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에요. 지금 첫 프로젝트 하면서 받은 지원금을 마중물 삼아야지 일용할 식수로 생각해서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첫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운 게 있다. 좋은 기획·콘텐츠의 힘은 본인이 직접 겪은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모던인천>도 발품 팔아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만든 결과물이다. 직접 보고 느끼면 활자로 접할 때와 다른 감정이 생긴다. 특정 공간과 장소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다. “진짜 콘텐츠의 개성은 본인이 경험하고 사람을 만나는 데서 생긴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다음 프로젝트를 할 때도 직접 현장에서 부딪혀 느낀 점을 콘텐츠에 담으려고 해요.”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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