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명의 개발진이 7년간 1000억원을 들여 만든 게임이 출시되자마자 게이머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11월 7일 오후 2시,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RPG 로스트아크가 오픈베타테스트(OBT·정식 출시 이전에 거치는 공개 테스트 과정)를 시작했다. 소문으로만 돌던 대작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소식에 접속자가 폭주했고, 금세 서버가 다운됐다. 하지만 OBT 1시간여 만에 게이머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유료 아이템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로스트아크 이미지 |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RPG 지원길 대표는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외형, 꾸미기 등 게임 밸런스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만 유료 아이템을 내겠다고 밝혔다. 로스트아크가 ‘선을 지킨’ 아이템들을 살펴봤다. 게임 상점에는 ‘런칭 한정 패키지’란 이름으로 6만9000원 등 세 가지 패키지 아이템과 게임머니인 크리스탈을 살 수 있는 5500~9만9000원짜리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가격이 패키지 게임 하나를 사는 것만큼 비싼 것도 문제지만, 현금결제(현질)를 유도하는 요소가 다분히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6만9000원짜리 패키지를 사면 네 가지 능력치를 높여주는 아바타, 카드 상자 등이 들어 있다. 카드 상자에는 카드 2장과 각성재료 2장이 들어 있다. 능력치가 붙은 유료 아이템과 아이템 강화를 통해 현질 경쟁을 부추기고, 랜덤박스를 통해 게이머들이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계속 사도록 유도한다. 그동안 한국 게임이 지적받아온 현질 유도 요소가 다 들어 있다.
게이머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198만원짜리 탈것 아이템 ‘황금 톱니 거북’이다. 정확히 말하면 198만원어치 현금결제를 한 사람에게 주는 마일리지로 살 수 있다. 하지만 이 아이템을 사려면 단기간에 많은 결제를 해야 한다. 로스트아크 이용약관에는 ‘회사가 유효기간을 별도로 공지하지 않은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은 90일’이라고 적혀 있다. 이 모든 것이 OBT 첫날 공개된 유료 아이템이다.
상대적으로 현금결제 요소가 적은 블리자드의 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와 비교해 봤다. 와우의 유료 아이템 중 가장 비싼 것은 3만7000원짜리 ‘티리엘의 군마’다. 다른 아이템을 봐도 랜덤 요소 없이 소비자가 원하는 아이템을 바로 살 수 있다. 아이템 강화 등 현질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도 없다.
로스트아크 게임방송을 하던 한 BJ는 현질 유도와 게임 상의 버그에 지쳐 “이게 모든 RPG 팬을 위한 게임이냐”며 20분간 로스트아크를 비판하기도 했다. ‘모든 RPG 팬을 위해’는 그동안 로스트아크가 내세웠던 모토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