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지구의를 나눠 준 적 있지
지구라도 되는 듯 좋아하던 딸아이 탄성 때문에
진작 사 주지 돌리고 놀게, 원성이 오래 남아
지구의 함께 돌리다보면 하느님이 된 것 같았지
푸른 바닷물이 출러덩, 물고기들도 펄떡
튀어 나오는 것 같았지
빙빙 돌리면 둥글게 넘치는 잔칫상 같았지
지구의를 돌려라 중국집 회전 식탁처럼
지구의를 돌려라 팔 짧은 아이도 음식이 닿게
지구가 도는 까닭은
누구도 굶지 않는 회전 밥상이 되기 위해서다
아이들아, 지구의를 돌려라 새 지구를
저기, 푸른 식탁이 돌고 있다
우리는 돌지 않는 밥상의 지정석에서 그저 주는 대로 먹을 때가 많다. 팔 뻗어서 먹지 않으려면 자리를 바꿔야 한다. 초라하더라도 공평한 한 끼를 위한 회전 밥상이 필요하다. 날 위해 남겨주는 저 편 음식이 스르륵 내 앞으로 오려면.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김해자(19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