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갈-메달리스트를 키워낸 아버지의 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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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인 ‘당갈’(dangal)은 인도말로 레슬링 경기라는 뜻이다. 자칫 레슬링에 목숨 걸어 가족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한 남자의 치기로 보일 수 있었던 이야기는 단순한 이상의 성취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미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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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갈 (Dangal)

제작연도 2016년

제작국 인도

러닝타임 161분

장르 드라마

감독 니테시 티와리

출연 아미르 칸, 파티마 사나 셰이크, 산야 말호트라

개봉 2018년 4월 25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주변 극장에서 상영되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미국과 한국영화 일색이다. 한때 유럽영화를 필두로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상영하며 전문성으로 승부하던 몇몇 중소 상영관들도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의 거센 활개에 힘을 잃은 지 오래다. 대기업이 장악한 영화시장의 불공정한 행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막연히 배급과 유통 시스템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나날이 극단적으로 치우쳐가는 관객들의 획일적 취향도 그들에게 얄팍한 상술에 변명의 빌미를 제공해 날개를 달아주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니 말이다.

개봉 첫 주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제작, 수입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관객들을 현혹하기 위해 광고에 제작비나 수입비 이상의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굳어진 현실이다. 덕분에 다른 국적의 영화들은 물론 한국영화도 작은 독립영화들은 찾아보기 더 힘들어졌다. 운 좋게 끼어들어도 내리 상영되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시간만 한시적으로 상영되는(업계에서 일명 ‘퐁당퐁당 상영’이라고 일컫는) 처지로 간판을 내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세계로 진출한 인도영화의 새로운 경향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시장규모로 타국에서는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도영화 역시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다.

할리우드에 버금간다는 의미에서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인 ‘발리우드’로 불리며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인도영화지만 권선징악의 단순한 내용과 화려한 춤과 노래는 옛날부터 특징으로 언급되며 향신료라는 뜻의 일명 ‘맛살라’ 영화(뮤지컬 영화)로 국한돼 규정되고 있기도 하다.

문화적 환경과 민족적 성향에 맞춰 오랫동안 변화하며 굳어진 모습이지만 이는 많은 제작편수와 관객수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 소비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인도영화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자국 소비용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인도 상업영화는 최근 다양한 개혁을 꾀하고 있는데 그 변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인도영화사의 흥행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운 이 작품 <당갈>이다.

젊은 시절 레슬링 유망주였으나 생계를 위해 금메달의 꿈을 접은 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 분). 여전히 레슬링 마니아인 그는 태어날 자식을 통해서라도 메달의 꿈을 이루길 소망해 왔지만 기대했던 아들은 태어나지 않고 딸만 계속 얻게 되자 다시 한 번 좌절하고 만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두 딸에게서 운동선수의 기질을 발견한 그는 일방적인 레슬링 교육을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의 조롱과 만류는 거세지고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어린 두 딸은 자신들의 뜻은 무시한 채 엄격한 훈련만 강요하는 아버지가 밉기만 하다. 결국 아버지에게 맞서기로 한 두 딸의 소심한 반항이 절정에 이를 즈음 이들에겐 큰 변화가 찾아온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족 스포츠 영화

영화 제목인 ‘당갈’(dangal)은 인도말로 레슬링 경기라는 뜻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지만 자칫 레슬링에 목숨 걸어 가족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한 남자의 치기로 보일 수 있었던 이야기는 단순한 이상의 성취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가부장적 사회에서 억압 받는 여성의 모습, 전통과 혁신의 충돌, 가족 간의 반목과 화해 등 많은 논쟁적 주제들을 여기저기에 드러낸다. 전개에 있어서도 관객이 짐작할 수 있는 요소들이 노골적으로 나열되고 활용되지만 얄미울 만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는데, 유머와 음악의 효율적 활용은 공감대 형성에 크게 일조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이에 따라 변해가는 아미르 칸의 외모가 흥미로웠다. 젊은 시절 유망 레슬러의 날렵한 근육질 몸매로부터 시작해 뚱뚱하게 늘어진 뱃살의 50대 중반의 모습까지 분장이라기에는 꽤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놀라운 점은 이런 체형의 변화가 특수의상이나 분장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배우의 체중조절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먼저 극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나이든 모습을 위해 몸무게를 늘려 연기를 한 후 5개월여에 걸친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날렵하고 탄탄한 모습으로 젊은 시절의 장면을 역순으로 찍었다.

실제 레슬링 선수인가 싶을 정도로 실감나는 기술을 보여준 여배우들 역시 전문배우로 애초 레슬링은 문외한이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기장면과 액션 신을 직접 소화해야 했던 그들은 작품이 촬영되기 8~9개월 전부터 고난도의 트레이닝을 감내해야만 했단다.

한국에서 상영된 인도영화들

[터치스크린]당갈-메달리스트를 키워낸 아버지의 투지

기록에 따르면 국내에 최초로 수입 상영된 인도영화는 1975년 중앙극장에서 개봉한 <신상>(Haathi Mere Saathi. 1971)으로 알려져 있다. 코끼리와 우정을 쌓은 어린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역경으로 인해 방황하다 결국 진정한 사랑을 깨우친다는 내용의 가족영화로 이전까지 접할 수 없었던 이국적 정서로 많은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극장을 옮겨 장기 재상영되고 쌍둥이 자매 듀엣인 바니 걸스는 영화주제가를 번안해 발표했을 정도로 영화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꽤 오랫동안 국내 극장에서는 인도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25년 만인 2000년 7월 개봉한 <춤추는 무뚜>(Muthu. 1995)가 두 번째로 극장 개봉한 인도영화로 기억되니 말이다. 전통적인 인도 상업영화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영화는 맛살라(뮤지컬) 특유의 화려함과 뻔뻔함으로 인해 일본에서 컬트 붐을 일으키고 그 덕에 국내까지 상륙한 작품이었다. 나름 열광한 소수의 관객들에게는 시대를 초월하는 걸작이라는 의식적 과대평가를 이끌어냈고, 이후 인도영화 동호회들도 늘어나는 시기를 맞이했지만 당시 인도영화에 생경했던 대부분의 국내 관객들에게는 이상한 영화 정도로 취급 받고 말았다.

2009년 개봉한 <블랙>(Black. 2005)은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소녀와 그녀를 양육하는 교사의 눈물겨운 인연을 다룬다. 춤과 노래가 등장하지 않는 비(非)맛살라 계열의 정통 드라마로 인도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편견을 단숨에 날려버리며 흥행에도 크게 성공한다.

이후 인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은 간헐적이나마 지속적으로 국내에도 소개되었는데, <내 이름은 칸>(My Name is Khan. 2010), <세 얼간이>(3 Idiots. 2009), <청원>(Guzaarish. 2010), <로봇>(Endhiran. 2010. 사진), <지상의 별처럼>(Taare Zameen Par. 2007), <굿모닝 맨하탄>

(English Vinglish. 2012),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PK. 2014) 등이 순차적으로 꾸준히 개봉하며 호의적 평가를 이끌어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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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