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는 희고 무르고
모가 나 있다
두부가 되기 위해서도
칼날을 배로 가르고 나와야 한다
아무것도 깰 줄 모르는
두부로 살기 위해서도
열두 모서리,
여덟 뿔이 필요하다
이기기 위해,
깨지지 않기 위해 사납게 모 나는 두부도 있고
이기지 않으려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모질게
모 나는 두부도 있다
두부같이 무른 나도
두부처럼 날카롭게 각 잡고
턱밑까지 넥타이를 졸라매고
어제 그놈을 또 만나러 간다
어디에 부딪혀도 쉬이 모서리가 깨지는 두부는 그나마 뜨거운 기름에 구워지거나 튀겨지면 단단해진다. 그래도 두부는 두부. 된장찌개 맛, 매운탕 맛 한층 더 내는 양념에 어우러진 두부의 날카로운(?) 모를 잊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이영광 (19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