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방송가는 비상시국입니다. 언제나 같았으면 곧 가을을 맞아서 단행될 각종 개편으로 시청률 전쟁에 나섰을 지상파 방송사들입니다.
하지만 MBC를 시작으로 KBS도 총파업을 결정하면서 9월 초 방송가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가 지난 8월 24일부터 29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재적인원 1785명 중 1682명이 투표에 참여해 1568명이 파업에 찬성했습니다. 투표율은 95%가 넘고 찬성률 역시 93%를 넘었습니다. 이는 MBC 노동조합 역사상 최고 수치였습니다.
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는 MBC는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낙하산 사장’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170여일간의 긴 파업을 가진 후 5년 만에 파업을 결의했습니다.
8월 9일 MBC영상기자회가 현장 출입처 취재를 거부한다고 성명을 냈으며, 보도국 소속 기자 80명도 제작 거부에 들어갔습니다. 뒤이어 <무한도전> 김태호PD를 비롯한 예능PD와 라디오PD들도 제작 거부에 동참했습니다.

MBC 노조원들이 김장겸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KBS PD협회 회원 660여명은 30일 오전 7시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갔습니다. 앞서 보도국 기자들이 제작 거부에 들어가 총인원은 1130명이 넘었습니다. 서울 기자 295명, 지역 기자 175명 등 470명이 동참했습니다.
KBS PD 간부들도 제작 거부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KBS PD 간부 88명은 29일 오전 6시부터 보직을 사퇴한다면서 “고대영 사장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온전히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2012년 당시 파업 때가 기억납니다. 당시 여의도에 방송국이 있었던 MBC와 KBS 그리고 비슷한 이유로 파업에 동참했던 YTN의 직원들이 여의도 공원에서 천막을 치고 모여 있었습니다. 그 천막 주변에서는 나영석 PD도 서수민 PD도, 당시 유명했던 PD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하던 이야기는 비슷했습니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들여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가만둘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장 6개월에 달하는 파업을 했지만 결국 철옹성 같던 사측의 방어막은 뚫리지 않았고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직원들의 많은 숫자는 관련 없는 부서로 옮겨지거나 방송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 이후로 5년, 그들이 부르짖던 방송 정상화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시대와 뒤떨어지는 지상파를 놔두고 젊은 세대는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 등 대안 매체를 찾았습니다. 현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발달해 그 누구도 주류 미디어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습니다.
지난겨울 전국을 밝혔던 촛불의 행렬은 국민의 편에 서지 않는 언론에게도 혹독한 경험이었을 겁니다.
당장 두 매체의 파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광고 수주 불가능에 의한 타격을 염려합니다. 그리고 방송 파행으로 인한 신뢰도 추락도 걱정하죠. 하지만 진정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봄이 와도 봄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죠. 그러한 환경은 돈이 많아도, 시청률이 높아도 결국 언론에게는 지옥과 같은 환경일 뿐입니다.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