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일본 ‘자발적 실종자’들의 사연](https://img.khan.co.kr/newsmaker/1241/20170829_80.jpg)
인간증발
레나 모제, 스테판 르멜 지음·이주영 옮김 책세상 펴냄·1만5000원
1989년 도쿄 주식시장 급락을 시작으로 부동산 급락, 디플레이션이 이어지며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이후 일본에서는 매년 1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증발’한다고 한다. 그 중 8만5000명 정도가 스스로 사라진 사람들이다. 책은 빚, 파산, 실직 등 생의 막다른 골목길에서 스스로 ‘증발’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5년간의 탐사보고서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부부인 저자들은 2008년 우연히 일본의 ‘자발적 실종자’들의 이야기를 접한 뒤 일본 전역을 돌며 스스로 사라지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을 심층 취재했다.
이들 대다수가 각종 사회적 실패에서 오는 수치심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아무말 없이 집을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길을 택하고, 신분을 숨긴 채 도쿄의 슬럼 지역인 산야나 오사카의 가마가사키 등으로 숨어든다. 에도 시대에는 범죄자들을 처형했던 곳이며 도살장으로 사용되다 일본 정부가 지도에서 일부러 지명을 삭제한 곳, 저자들은 이런 지역을 세계 3위 경제대국 속 ‘유령 같은 세계’로 묘사한다.
저자들은 일본 사회를 하나의 ‘거대한 압력솥’에 비유한다. 약한 불 위에 올려져 조금씩 끓는 압력솥 같은 사회에서 일본인들은 스트레스를 견디며 살아가다가, 그 압력을 견딜 수 없는 정도가 되면 수증기처럼 ‘증발’한다는 것이다. 책은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살아가는 개인과 그들을 방기하고 착취하는 일본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