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예지림엔터테인먼트
· 제목 베를린 신드롬 (Berlin Syndrome)
· 제작연도 2017년
· 제작국 오스트레일리아
· 러닝타임 116분
· 장르 드라마, 스릴러
·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
· 출연 테레사 팔머, 막스 리멜트, 마티아스 하비흐, 루시 아론
· 개봉 2017년 7월 6일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설지만 호주 출신의 케이트 쇼트랜드(Cate Shortland)는 자신만의 확고한 영화세계를 구축하고 인정받는 현대 여류감독들 중 하나다. 1968년 생으로 호주 국립영화방송학교 AFTRS(Austrailia Film, Television and Radio School)에서 영화를 전공한 그녀는 재학 당시부터 단편 작품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4년 발표한 장편 데뷔작 <아찔한 십대(Somersault)>는 아직 현명함보다는 육체와 본능에 이끌려 세상에 적응해가는 소녀 하이디의 방황을 이야기한다. 어느 날 아침 충동적 호기심으로 엄마의 남자친구와 키스를 나누던 하이디는 때마침 출근길에 되돌아온 엄마에게 발각되고 만다. 엄마의 분노와 스스로의 자책을 감당하지 못한 그녀는 무작정 가출을 하고 외딴 휴양지 마을에 도착해 그곳에서 정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황량한 겨울풍경 속에 철저히 소외된 한 소녀의 외로움을 그려낸 이 작품은 호주영화협회 AFI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13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당시 무명에 가깝던 두 배우 애비 코니쉬와 샘 워싱턴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기도 했다.
영국 여류소설가 레이첼 시퍼트의 소설 <다크 룸>(The Dark Room)을 원작으로 각색한 2012년 작 <로어(Lore)>는 2차 대전 막바지의 독일을 무대로 하고 있다. 패망으로 몰락한 고위급 장교 집안의 장녀인 10대 소녀 로어는 부모의 실종으로 졸지에 4명이나 되는 어린 동생들을 이끌고 머나먼 외할머니 댁까지 가야 할 처지에 놓인다.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있는 지옥경을 관통하는 험난한 여정은 난데없이 끼어든 유태인 청년 토마스의 동행으로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모호해지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만이 가득한 참혹한 현실은 아직 나약한 소녀의 순수한 영혼과 육체를 위태롭게 이끈다. <로어>는 제23회 스톡홀름영화제에서 촬영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베스트 뮤직 어워드를, 제63회 독일 영화상에서 베스트 필름 상을 수상했다.
최신작 <베를린 신드롬>은 이제까지 10여년에 걸쳐 그녀가 내놓은 세 편의 장편영화 중 표면적으로 가장 도회적이고 폭력적이며 차가운 작품이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호주 여인 클레어(테레사 팔머 분)는 새로운 활력을 찾기 위해 홀로 베를린에 여행 온다.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매력적인 남자 앤디(막스 리멜트 분)는 그녀의 호기심과 열정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옭아매고 결국 내면의 깊숙한 곳에 잠들어있던 실존적 본능을 일깨운다.
포스터와 홍보문구를 대충 보면 그저 그런 섹시 범죄 스릴러 정도로 오해할 법도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의 서정과 담론을 내포하고 있다. 낯선 세계에 내몰리며 생존하기 위해 급격히 변해가는 연약한 여성의 자아와 성장,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아름답게 잡아내는 탐미적 시선, 인간관계 사이에서 파생되는 감정의 진폭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섬세함 등 보통의 상업영화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뚜렷한 안목과 정서는 앞서 말한 케이트 쇼트랜드 감독의 작품 전편에 걸쳐 집요하게 발견되는 공통적 특징이기도 하다.
<베를린 신드롬>은 극장 스크린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케이트 쇼트랜드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전작들은 물론 큰 화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번 작품을 놓치지 마시라고 조심스럽게 권한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