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즉 내 몸을 보안의 인증 도구로 쓰는 방법은 편리해 보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기만 하면 보안을 풀어주니 말이다. 특히 요즘 폰의 지문인식은 꽤 빠르고 정확해서 스트레스가 줄었다. 물론 지문인식은 어느 정도 개인차가 있기는 하다. 오래된 노트북의 구형 지문 센서에서도 그럭저럭 잘 인지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엄지의 지문 상태 탓인지 유독 어디서도 인식이 안 되는 이도 있다. 그렇다고 생긴 대로 살고 있는 우리로서 이 몸을 어쩔 수는 없다.
그래도 자신의 패스워드조차 수시로 까먹는 우리의 정신만으로 보안을 지킬 수는 없다고 모두 생각하나 보다. 그래도 우리 신체가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서 생체인식 분야는 혁신 스타트업의 주종목 중 하나다.
최근 애플은 이스라엘의 얼굴인식 기업 리얼페이스를 인수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정보부대에서 의무복무를 한 인재들이 하나의 유파(流派)를 형성할 정도로 전통적으로 보안 분야에서 강세다. 보통 새로운 기회는 이종 간 결합에서 나온다. 자신의 강점과 시대의 트렌드를 결합하는 순간 기회를 발견하곤 하는데, 그들의 강점인 보안에 세계적 트렌드 딥러닝 인공지능을 결합한 곳이 이 회사였다. 리얼페이스는 딥러닝으로 얼굴인식을 고도화해 잠금을 해제하는 기술을 개발해 온 것이다. 기회가 두드러졌는지 애플이 재빨리 낚아가고 말았다. 애플이 방금 사들인 업체로 당장 뭘 내놓기는 힘들겠지만, 요즘 차세대 아이폰에 대해 여러 풍문이 돌고 있다.

애플이 인수한 이스라엘의 얼굴인식 기업 리얼페이스. / appleinsidercdn
3차원 레이저 스캐너로 얼굴을 스캔해 터치 ID 지문인식을 대체할 것이라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이런 풍문은 보통 단기적으로는 부품 물류 동향을 관찰하거나, 중장기적으로는 특허 정보를 관찰하는 이들로부터 흘러나온다.
이미 애플은 얼굴을 인식해서 잠금을 해제하는 특허를 출원한 바가 있고, 얼굴의 감정을 파악해낼 수 있는 업체도 인수한 바 있다. 아무래도 지문은 완벽하지 않다. 지문이 지워졌을 수도 있고, 손이 젖었을 수도 있고, 장갑을 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미래의 폰은 전면부에 점점 화면만 남기려 하고 있다. 당장은 지문인식 센서를 화면 뒤로 넘기는 기술이 있으므로 전면에서 버튼이 모두 사라져도 지문인식에는 문제가 없지만, 복안도 마련하고 있다. 애플이 최근에 취득한 특허 음향영상화 기술은 화면 전체로 생체를 인식하려는 것이다. 종래의 지문 인식처럼 손가락이 유리에 전달하는 전하를 대조하는 정전용량방식이 아니라, 유리를 투과하는 음파를 발생시킨 후 생체와 만나 되돌아오는 파형을 검지해 생체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화면 전체를 쓸 수 있으므로 꼭 지문이 아니라도 나름의 홈이 있는 곳이라면 손바닥 등 어디라도 가능하다.
생체인증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분기점에 서 있다. 국내에서도 작년에는 은행권에 생체인증 붐이 불었다면 올해는 카드사 등 지급·결제 쪽에서 생체인증 붐이 ‘바이오 페이’란 이름으로 전개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생체만으로 보안이 완결될 수는 없다. 생체도 결국은 물리적 사물이다. 문제 발생 시 암호처럼 변경하기도 쉽지 않다. 훼손될 수도 있다. 결국 생체인증은 관문을 하나 더 추가하거나 당장의 편의를 위해 보안을 돕는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 결국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본인 확인은 우리가 기억하는 무언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아직 우리의 기억은 가장 확실한 우리의 존재이니까.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